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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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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에 대해 생각해볼 책 2권..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17. 22:10

역사를 공부하면서 제일 관심을 가지는 게 시스템이다.

주변 사람들은 신분제나 전쟁 보급, 외교정책, 관등제 이런 것에 오락가락 하느라

연구 주제를 잘 못잡는다고 보는 것 같은데

실은 이것이 RGM-79가 보는 고대 국가를 움직이는 시스템에 대한 관점이다.

전쟁사를 한다면 무기에 대해서 다룬다거나 

개개의 작전이 어떻게 수행되는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보통인데

(특히 한국고대사에선 벽화나 출토 무기를 통해 분석하는 방법론이 가장 크다)

보급이라던가 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마이너였다.

그래서 장성을 봐도 감개무량하기 보다는 삐딱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장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해준 책이 있는데 한번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아니 땜질 포스팅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이렇게 글로 쓰지만;;;)


사진은 모두 그래24(http://www.yes24.com)에서..


1. 시오노 나나미,『로마인이야기』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김영사, 2002.

요즘은 좋아하지 않는 이 할마씨의 책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이 책을 고르겠다.

마치 읽지 않으면 무식한 사람처럼 보이던 시절에도 이 10권만은 잘 안팔렸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주인공은 길과 다리, 즉 사회간접자본이다.

뭐, 본인도 재미 없을 거라고 했지만 개인적으론 가장 재미있었다.

이유중 하나는 로마를 지탱하는 하부 시스템을 이처럼 재미나게 다룬 책은 국내엔 없으며

이 할마씨의 풍부한 당파성이 그리 배어있지 않은 희귀한 책이기도 하다.

(그 다음을 꼽으라면『르네상스를 만든 사람들』뿐이겠지)

그러나 하나의 국가, 사회가 어떤 기반을 가지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지나치지 말아야할 책이다.



2. 줄리아 로벨,『장성, 중국사를 말하다』, 웅진지식하우스, 2007.

중국인이 쓴 책들이야 나르시즘의 극치, 아니 책으로 할 수 있는 지고한 자위행위에 가까운지라

어쩌면 외부의 시각으로 냉정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이런 이유로 요즘 나오는 역사문화 번역서중 중국에서 나온 책은 피하고 있다)

이 책은 장성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통사라고 할 수 있는데

특히 명장성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다.

마치 은하영웅전설에서 이젤론의 요새에 안주한 동맹의 멸망기를 보는 기분이랄까

자화자찬이나 하는 중국이나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일부 중국사 연구자들의 책보다는 

좀 더 났겠지 싶다.

단, 이 책은 시중에서 구하기 좀 어렵다.

종로의 알라딘서점에 좀 있으며, 아니면 중고서점을 뒤져야 한다.


이 두 책은 상반된 무대를 가지고 있으나

하나의 국가를 방어하고 운영하는 입장의 차이, 그 결과물이 현재 남기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충분히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추천하는 것이고,


개인적으론 로마의 시스템이 더 합리적이었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전통시대의 중국보다는 고대 로마의 사고가 현재의 우리와 가까운 게 많다.

이것이 유럽과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20세기의 산물이라고 해도)

겁에 질려 구축한 중국의 시스템이 그렇다고 아주 실패만 한 것은,

로마의 시스템이 성공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도식화하려면 혼자 이불 뒤집어쓰고 해라.

대신 중국은 왜 그런 시스템을 구축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마나 중국이나 이러저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각기 다른 진화의 길을 걸은 것 뿐이다.

이를테면 기렌의 야망이라던가 문명에서 보여주는 선택에 따른 진화상처럼 말이다.

이 책 두 권은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단, 한 권은 너무 빠심이 가득해 사생팬이 쓴 일기, 또는 팬픽같기도 하다.

(피정복민이 감화되어 통치를 반긴다는 대목은 학생을 키우랬더니 SM변태를 키웠냐고

그 할마씨의 역사선생을 두들겨 패고픈 마음을 갖게 하기도 하고)

도 한권은 좀 비판적이다.

그냥 읽다보면 로마에 편중된 ㅎㅇㅎㅇ에 빠질 수도 있다.

(피정복자의 후손이 보기엔 로마나 중국이나 모두 큐베개객기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책 소개를 할 때 그 내용 얘기는 잘 안하는 편이다.

그에 대한 배경이나 읽고난 느낌 얘기가 많다.

이래저래 해도 읽고 안읽는 것은 내 권한이 아니고, 모두 다 같지도 않다.

또 요약은 잘 못하는 편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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