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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신병기의 채용이 바로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3)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신병기의 채용이 바로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3)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8. 8. 13:55

3. 익숙함과 신뢰성의 문제, 초기기술에 대한 인내


신제품이라고 해서 새로 도입하자마자 능숙하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나 앞서간 기술일수록 더더욱 그렇다.

또한 초도물량의 기술적 신뢰성 여부 역시 기술의 도입에서 매우 중요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존의 무기에 익숙한 병사들에게 새로운 것이 지급되었다면

이것은 신무기로 전투력이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고 높으신 분들의 보고서에 평가되겠지만

그것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는다던가, 

적성국가의 압력을 기존의 무기체계로 압도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새로운 무기의 도입은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일이 된다.

조금 더 복잡한 사용법을 필요로 하게 될 경우 다시 교육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물론 이런 생각은 적의 압도적인 물량이나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손바닥을 뒤집게 된다.


여기서는 오히려 초기 기술의 신뢰성 문제가 크다.

처음 무기 개발 시의 개념을 잡는 과정의 성능이나 

구입예정자가 내놓은 제안요구서(RFP : Request For Proposal)의 제원이

초도 생산에서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드물다.

특히나 신기술, 새로운 범주로 분류될 것인 경우 더더욱 그렇다.

기존의 무기체계보다 새로운 기술을 가진 것의 성능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

군인들은 그것을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 F-22랩터의 성능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조종이 어려울 수도 있는 문제로 인해 한동안 비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미공군의 high-low mix에 맞는, 또 3군통합전투기인 F-35 라이트닝Ⅱ의 개발이 지지부진하자

미 해군은 F-18을 추가로 발주한 상태다.


한국고대사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있다.

마한과 진,변한의 철기수용에서의 입장차이랄까.

마한의 영역이 되는 경기, 충청, 전라지역의 경우 교통의 유리함과 

인구밀도와 같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일찍부터 청동기문화가 발달하였다.

그에 반해 소백산맥으로 외부 문화 유입이 더딘 경상지역에서는 그 발달이 미미하였다.

그러다 중국을 통해 철기문화가 전파되면서 오히려 경상지역의 철기문화가 활발해지는데

(오해를 피하기 위해 부연하자면 급속도의 발전이라 하자)

이는 초기 철기의 제작기술의 불완정으로 인해

초도 생산물량의 성능이 청동기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

그러므로 굳이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반면 청동기 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진변한의 경우 찬밥 더운밥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고.

(물론, 고조선 멸망 후 신 기술을 가지고 남하하는 집단들에게

이미 꽉꽉 들어차 파고들 여지가 없는 마한보다는

좀 파고들어도 원주민에게 압살당할 우려가 적은 진,변한이 더 선호대상이란 이유도 있다)


다른 예로 KDX-3급의 이지스 함에서 전투관제 시스템에 펜티엄2급의 프로세서가 탑재된다.

듀얼코어, 쿼드코어, 이젠 헥사코어가 나오는 시절에 무슨 지난세기의 CPU를 쓰는가 하겠지만

적 미사일의 탄도계산 등의 업무는 굳이 신형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적어도 거기서 3D게임 돌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적어도 1조 이상이 들어가는 무기사업에서 중고품 사들여 돈을 아낀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건 그저 신뢰성의 문제다.

만약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블루스크린이 뜬다면?

적어도 구형의 제품은 문제 발생시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해 교범,

즉 기술적 대응 매뉴얼을 갖춘 경우가 많다.

굳이 문서가 아니라도 다루는 사람들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해결방안이란 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신형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두려운 것이기도 하다.

순간의 선택이 목숨을 좌우하는 군인들이 신기술을 검증 없이 쓰는 것은 도박이다.

최대한 안정성에 대한 검증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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