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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온달이 대형관등을 가졌다는 기록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까?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한국고대사강좌

온달이 대형관등을 가졌다는 기록은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까?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28. 14:17

공주랑 결혼한 온달을 어떻게 볼거냐를 가지고 약간이기는 하지만

여러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하급귀족일 것이라는 설부터, 신진세력의 성장을 보여준다는 설 등이 있지요.

온달이 6세기 후반 고구려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생각은 

각기 의견이 다른 분들 사이에서도 공통점입니다.

(사실, 6세기에 이 정도의 소스가 나오는 고구려인 자체가 없습니다;;)


공주와 결혼하기 전이야 꽤나 어려운 처지에 있었다는 것은 사실 같은데

정작 그가 어떤 신분인지는 명확한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가 왕에게 인정을 받은 후에 나오는 관등이 대형에 주목해봅니다.


가장 마지막의 모습을 담고 있는 신당서 고려전이나 한원 고려조에 따르면

대형관등은 7등입니다.

한원기록을 따르면 14관등 중 7등이니 딱 중간입니다.

(이건 당의 침공 직전 고구려를 방문한 병부의 하부기관 직방의 총책인 진대덕의 기록에 따른 거죠.

직방은 지도제작을 담당한다고 하는데 적국의 정보까지 담당합니다.

표면적으로야 지도관련부서지만 실은 적국에 스파이까지 보내거나 중요인사를 포섭하는 일도 합니다.

이를테면 미국의 CIA나 구 소련의 KGB, 우리나라의 KCIA와 같은 정보기관이랄까요?

그러므로 이 기록은 매우 정확하다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만 본다면 고작 7등급밖에 안올라갔어?..란 반응이 나오겠지만

삼국사기의 온달전 기록을 꼼꼼히 읽어본다면 이건 최종이 아니라 초임입니다.

그러니까 공채로 입사하자마자 바로 과장자리 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요즘 드라마에 잘 나온다는 '실장님'이라는거죠.


과거제 실시 이전 위진남북조에서 관리 충원제도로 사용된 구품관인법에 따르면

아예 올라갈 자리를 예상하고 그에 맞게 초임등급을 매깁니다.

집안도 빠방하다면 이 사람은 장관급은 올라가겠다..라고 예상하고 과장 자리 주는 거고

좀 떨어지는 집이다 싶으면 넌 잘해야 부장이니 사원부터 시작해라.. 이런 식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가 올라갈 듯한 최종관등 예상해서 그보다 4등급 낮게 시작합니다.


국립나라문화재연구소, "평성경", 2010, 46쪽.


여기 일본의 7~8세기의 귀족들의 관력을 이용한 표가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일본 고대사에서는 이름 꽤나 날린 이들을 분석한 푭니다.

표에서 11시방향의 장옥왕, 나가야왕은 천무천황의 손자이자

평성경 시절에 정치를 이끈 중요 인물입니다. 왕족이니 시작도 4품에서 시작하죠.

그 옆으로 당대 촤고 명문인 후지와라 후사사키(藤原房前) 등은 6품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름 천황제 이전부터 명문가인 오오토모씨, 아베씨도 비슷하죠.

아래쪽으로 보면 낮은 등급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올라가지 못합니다.


크게 보면 9품, 세분화하면 18~36품으로 나뉘는 관등에서 

(정 3품이나 종 7품하듯 정. 종 구분이면 18품, 

거기에 상하를 붙이면 38품이죠. 정 5품 상, 종 9품 하, 이런 식으로요)

2품이상 출세할 사람은 6품주고 4품에서 멈출 사람은 8품부터 시작합니다.

단순히 7등 대형관등에 올랐다 함은 3품은 받는다는 얘깁니다.

중간에 죽거나 반란이라도 일으키지 않는 한요.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혈연이 중요한 고대사회에서 이건 하나의 법칙이 됩니다.

물론 고구려에서 9품중정제와 같은 시스템을 받아들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대체적으로 귀족들끼리 나눠먹는 기본 뼈대는 참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것만이 있는 건 아닙니다.

같은 관등에 들어간 직책이라도 출세코스는 따로 있지요.

그냥 낮은 자리부터 시작해서 올라온 부장하고 앞으로 이사자리 올라갈 신임 부장하곤

각 부서의 위상과 중요도가 차이나지요.

이를테면 육사출신으로 장군이 되려면 무승병과의 무슨 자리, 

혹은 어느 부대를 거쳐야 한다던가 하는 식의 출세코스는 어느 사회나 다 존재합니다.

나중을 위해서(글 재로가 떨어질) 여기서야 길게 언급하진 않겠지만

고구려 후기의 몇 안되는 인물들의 기록을 검토해도 

기묘하게 출세를 위해 거쳐가는 길목이 조금 발견됩니다.


그리고 온달은 죽는 순간에는 하나의 부대를 지휘하는 자리에 올라 있습니다.

이게 단독 지휘의 전략단위냐, 아니면 연합부대의 한 축을 맡은 거냐는 알 수 없지만

고대사회에서 대규모의 전투에 임하는 장군자리는 신라로 치면 진골급의 인물만이 맡습니다.

그런데 고구려에서는 이 급이 되려면 적어도 5급인 조위두대형 이상의 자리여야 합니다.

5위부턴 국가기밀에 접근이 가능하고 중요 회의 참석 가능한 등급이죠.


그렇다면 온달은 낮은 신분인데 결혼을 잘해서 출세했다는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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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품관인법은 미야자키 이찌사다의 구품관인법의 연구(소나무)나

동일 저자의 중국중세사(신서원)을 보시길 권하고

특히 아래 책은 역사책으로서도 강추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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