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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온달 06 - 나는 더 물러설 곳이 없소이다..라는 공주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고구려이야기

온달 06 - 나는 더 물러설 곳이 없소이다..라는 공주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09. 9. 17. 01:57

아주 오래간만에 이 블로그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여행후기를 더는 안쓰겠다는 것은 아니지요. 어찌되었든 이야기는 다시 이어갑니다.


- 원문
公主獨歸 宿柴門下 明朝更入 與母子備言之 溫達依違未決 其母曰 “吾息至陋 不足爲貴人匹 吾家至窶 固不宜貴人居” 公主對曰 “古人言 ‘一斗粟猶可舂 一尺布猶可縫’ 則苟爲同心 何必富貴然後 可共乎”

- 번역문
공주는 홀로 돌아와 싸리문 아래서 잠을 자고 아침이 되어서야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온달)모자와 더불어 자세히 말하였는데, 온달은 마음이 정해지지 않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온달의 모친이 말하기를, "우리 자식은 지극히 천하니 귀인의 배필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우리 집은 매우 가난하니 그런 고로 귀인이 머물만한 곳이 못됩니다"라 하였다.
(그러자) 공주가 대답하여 말하기를, "옛 사람의 말에 한 되의 곡식으로도 방아찧을 수 있고, 한 척의 포로도 꿰멜 수 있답디다. 즉 진실로 한 마음이 될 수 있다면, 어찌 부유한 연후에야 같이 살 수 있답니까"라 하였다.


이거 길거리에 나가 만나는 처자마다 '내 아를 낳아도!'라 졸랐다간 뺨을 맞을 건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지만,
어느 바보는 같이 살아드리겠다는 아가씨가 나타났는데도 도망을 갑니다.

사실 저 상황에선 '넌 누구냐'란 의문과 함께, '얘랑 놀다간 10분안에 저 뱃 속에서 소화되고 있겠구나'란 생각을 한 건 당연하다고 한 달 전에(눼, 무려 한 달 전입니다) 이야기 했었죠.

이 이야기에 따르면~ 온달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간 것으로도 부족해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오돌오돌 떨었음이 분명합니다. 공주는 밤이슬을 맞으며 온달네집 보초를 섰겠지요. 자, 방안의 두 사람은 용변을 어찌 처리했을까요? 긴장한 순간에는 방출의 욕구도 없어집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아침에도 멀쩡하게 있으니 귀신이나 여우는 아님이 밝혀졌습니다.
더는 여기서 밀릴수 없다는 공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두 사람에게 말하죠.

"내가 니 아를(당신 손자를) 낳아주마!!"(물론 뻥입니다)

사실 온달이 우물쭈물하며 답변을 못한 건 당연합니다.
평생을 없이 살던 놈 앞에 갑자기 어린 아가씨가 같이 살자니 놀라는 건 당연하지요.
갑자기 살자고 하니 어떻게 먹여살릴까요.
다 큰 어른이 무섭다고 도망와 밤새 벌벌떨었지요.
밤새 문고리잡고 있었음은 안봐도 뻔합니다.

보통의 한국의 어머니라면(정확히 말하면 드라마에 나오는 분들이라면)
이런 대단한 집의 딸내미가 온다니 반기겠지요.
조금만 약해보여도 우리 귀한 아들을 어덯게 저런 여자에게 보내냐고
평지풍파를 만들어내는데요. (물론 드라마 얘깁니다)
그러나 온달의 모친은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내 아들이 비천하고 우리 집이 누추하니 귀한 자식을 못들이겠다라 합니다.
오호라, 고구려의 어머니들은 드라마에 나오는 어머니들보다 더 고결한 건가요?

온달을 이야기할 때 많은 분들이 신흥 귀족이거나 평민이라는 입장에서 이야기 하십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신분제가 얼마나 강고한가를 생각하면
공주와 결혼한 온달은 낮은 신분도 아니고
신분이 안맞으면 결혼은 불가하다는 모친이 대단한 정신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뭐, 이런 대사가 나오는 정도라면 굉장한 지적수준이죠)
그저 저 대사는 신분의 벽이 높음을 이야기 합니다.

신분제에서의 결혼은 오로지 동급하고만 이루어집니다.
남자의 경우, 첩이나 성적 파트너의 경우 낮은 신분의 여자를 취하는 것은 허용되지요.
그건 허용의 대상입니다. 정실 부인만 되지 않는다면요.
대를 이어갈 자식의 피에 더러운 아랫것 피가 섞이지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호부호형의 아픔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낮은 신분의 남자는 높은 신분의 여자를 얻지 못합니다.
만약 그걸 시도하려 했다간 여자의신부의 집단에 속하는 남성들이 가만있지 않죠.
자기가 차지하지 못하더라도 천한 것의 소유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단 심리랄까요?
만약 시도했다간 비극이 일어나겠죠.
귀한 여인을 노렸다고 남자가 죽거나, 신분의 고귀함과 몸을 더럽혔다고 여자가 죽거나,
아님 둘 다거나.. .

그래서 장보고의 딸은 왕비가 되지 못하고, 장보고도 죽어야 했고요.
같은 진골임에도 불구하고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진흥왕의 조카딸과 결혼하기 위해 납치극을 벌여야 했고요.
소지왕은 지방민의 딸과 사랑에 빠졌다가 동네 노파에게 혼나고 의문사를 당하지요.
아들을 낳았는데도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지증왕이 왕위에 오르기도 합니다.
신분의 벽을 넘는다.. 로맨스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만은 아닙니다.

공주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한 방 날리죠.
아무리 가난해도 다 같이 살아갈 수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만약 마음만 맞는다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어찌 부유해진 다음에야 같이 살 수 있단 말이냐고 말합니다.
그날 이후로 온달네 집에는 수저 한 쌍이 더 생겼습니다.


좀 더 꼼꼼히 읽으신 분이라면 위에서
온달은 낮은 신분이 아니다..라 해놓고 또 신분은 넘기 어렵다는 말을 한 것에서
엄청난 모순이 숨어있음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뒤로 돌려야겠습니다.
하나의 포스팅으로 잡아야할 문제고 또 슬슬 머리가 아파옵니다.
공주의 마지막 공격을 이야기하며 끝내야죠.
온달 마지막쯤 제대로 이 문제를 이야기 할 것을 약속드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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