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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담을 수는 없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20. 11:24

지난 10월에 일본 다녀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외에도 범프 오브 치킨의 앨범을 구한다던가, 

나라문화재연구소에서 만든 책을 구한다던가하는 목표달성에는 실패했다.

(케이온 방과후 티타임 앨범 한정판을 구해버리는 충공깽 성과를 거두었지만)

그까이꺼 나중에 가서 사면 되는 건데

이제야 하는 말이지만 정작 아쉬운 것은 그게 아니었다.


나라, 교토, 오사카를 도는 일정이지만 교토는 그닥 관심이 없었다.

(원래 관심 없으면 전혀 안보는 성격이긴 하다만)

니죠성을 돌 때만 성을 둘러싼  해자에 잠시 ㅎㅇㅎㅇ거리기는 했지만

금각사에서도 그닥 흥미는 없었다.

입장권인 부적과 금삐까가 생각나는 건물만 잠시 좋았다.

그냥 그렇게 돌다가 나오는 길에 가장 재미난 장면을 봤는데

초등학생들이 신사같은데서 세전함에 돈을 넣고 소원을 비는 것을 하는데

한 녀석이 고함을 지르며 역동적으로 방울을 울리는거다.


인정할 수 없군. 내 어림으로 인한 과오라는 것을.. 너희들 동작이 너무 빠른거야.. 엉엉엉


얼른 카메라를 들어 찍는데

그 녀석의 역동적인 모습은 다 지나가버리고 밋밋하게 서있는 장면만 찍었다.

원래 사람은 안찍는데, 안찍어준다고 싸운 적도 있는데 이번만은 너무 아쉽더라.

어쩌면 정창원전 도록이나 나라문화재연구소 책을 못산 것 이상으로 맘에 걸리더만.

방과후 티타임으로 정신승리를 할 수도 있지만...


사이먼 앤 가펑클의 미시즈 로빈슨을 부를 땐 여기가 무도관!!


그리고 또 아쉬웠던 것은 그날 밤 도톰보리에서 자유시간을 가졌는데

30분만에 북오프에서 가산을 탕진하고 남은 시간 할 게 없어

글리코씨 앞에서 글이나 쓰던 와중에(그 날 이걸 썼다) 보게 된

오래전 팝송을 부르던 아저씨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했다.

한참 절창을 할 때는 넋놓고 보다가 문득 동영상이라도 찍어야겠다고

사진기를 들었을 때는 흥취가 식어갈 때였다.

이런 순발력이다보니 고정된 사물 외에 뭔가를 담는다는 것에 흥미가 식을만도 하다.

사진이 주였다면 어떻게든 기를 썼겠지만

일본애니를 그렇게 봐도 일본어를 배우지도 못하는 애가 그걸 잘할 거라 보진 않는다.

어차피 관심은 살아 움직이지 않는 것에 국한되었으니 더욱 더..


설령 그 사진을 담았어도 

그 녀석의 반짝거림과 역동적인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잡아내었을 거라곤 생각치 않는다.

때때로 그 사진을 보며 머리 속에서 재생되는 것이 있을지는 몰라도..

(물론 길거리에서 엄훠낫 저 사람 머시쩌~라고 해놓고 

세발자국 안에 잊어먹는 주제에 가능할지는 의문)

모든 사료를 남긴 역사가들이 전부 다 뛰어난 글을 쓰진 못했다.

그나마 후대 역사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반고조차도 

역사적 사건에 생명력을 불어넣지는 못했다.

그건 사마천만 가능했다.

어쩌면 돈을 건넨 사람에게만 유리하게 글을 써주어서 

더러운 역사穢書라고 불리는 위서魏書만 모면해도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리고 역사가는 또 그렇게 앞선 사람이 다 하지 못한,

담을 수 없던 것까지 찾아서 실제 그 느낌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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