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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3 - 이 또한 '에'로사항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고구려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3 - 이 또한 '에'로사항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1. 27. 12:46


원문

優起衣冠 迎門入座宴飮 王后曰 大王薨 無子 發歧作長當嗣 而謂妾有異心 暴慢無禮 是以見叔 於是 延優加禮 親自操刀割肉 誤傷其指 后解裙帶 裹其傷指 將歸 謂延優曰 夜深恐有不虞 子其送我至宮 延優從之 王后執手入宮 至翌日質明 矯先王命 令羣臣立延優爲王

 

해석

()우는 의관을 바로하고 (왕후를문에서 맞이하여 연회를 베풀었다왕후가 말하기를 대왕은 죽고 자식은 없는데발기는 연장자로 당연히 왕위를 이어야 하는데 첩에게 이르기를 다른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난폭하고 무례하니 그래서 도련님을 봅니다라고 하였다이에 연우가 예를 더하여 친히 칼을 칼을 잡고 고기를 썰었다실수로 그 손가락에 상처가 나니왕후는 치마의 띠를 풀어 그 상처가 난 손가락을 싸매주었다장차 (왕후가돌아가려 할 때연우에게 일러 말하기를 밤은 깊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걱정이 됩니다그대는 나를 궁궐까지 데려다 주세요.” 연우는 그 말을 따르니 왕후는 손을 잡고 궁궐에 들어갔다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선왕의 명을 속여 군신들로 하여금 연우를 왕에 세우게 하였다.


 

간만에 모자이크를 보니 크고 아름답군요. -_-;;;

아주 오래전에 모 출판사에서 이야기 한국사라는 책을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대체적으로 훓으면 한국사를 이야기처럼 풀어놓은 책인데 이런 대목만 나오면 선데이 서울, 사건과 실화 수준으로 각색을 하는 터에 조선 초 문종의 두 번째 세자빈 봉씨와 함께 이 대목은 야설의 극치를 달립니다이야기 한국사라고 해서 봤더니 그 어린 마음에 ㅎㅇㅎㅇ거려서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삼국사기에 모자이크 쳐놓고 ㅎㅇ거리는 ㅂㅌ 19세 미소녀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금 다시 원문을 곰곰이 읽자니 정말 에로사항이 꽃피는 나뭅니다.

 

왕후 우씨는 발기씨에게 쫓겨나다시피 합니다.

이대로 물러나면 대장부가 아니지.

발걸음 소리 맞춰 뒤따라 걸어간다.

틀려서는 안되지. 번호 붙여 하나둘 세엣~

아~ 위대할손 나의 끈기~~.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를 흥얼거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대로 물러서면 약점은 다 잡힙니다이대로라면 발기씨가 왕이 되는 것이라 오늘 밤의 이 행동은 두고두고 약점이 되지요이런 점에서 이 아줌마는(10초반 결혼이래도 최소 30대 중반이죠) 결단력과 멘붕의 데미지 컨트롤은 남자들 못지 않았나봅니다~ 그 놈이 아니라면 또 딴 놈이 있지요.

 

다음 시동생인 연우에게 갔더니 이 사람은 의관도 정제하고 대문 앞에서 친히 맞이하고, 상다리 부러지도록 대접도 합니다연우씨는 사회생활을 할 줄 압니다직장인이 되어도 잘 할 것 같아요물론 왕위계승권으로부터 점점 멀고 젊다보니 초연하거나 천진난만한 거 아니겠냐 싶지만 그건 뒤 이야기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습니다하여간 1차 관문, 그러니까 우씨의 입장에선 일단 합격산상왕의 나이도 모르고 우씨의 나이도 모르지만 나중에 휘둘리는 거 보면 최소한 연우가 연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산전수전 공중전에 우주전까지 겪은 왕후에게 조금은 편한 상대랄까이번엔 왕후 우씨는 돌직구를 던집니다왕은 죽고 뒤를 이을 자식 새끼 하나 없는데 다음 왕이 되어야 하는 건 큰도련님이지만 그 분은 소첩을 이상하게 보는군요워낙 난폭하고 무례하니 (앞날이) 너무 두렵습니다

 

엄훠낫!(중간 생략~ 중간 생략~)


삼국사기는 고문체로 쓰여진 역사서입니다.

나름 라임도 살아있고 댓구도 흥겨운 사륙변려문에 비해

딱딱하고, 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그야말로 압축한 문장입니다.

원래 삼국사기의 원 자료들도 이랬을까 싶지만

당시 당에서는 사륙변려문이 유행하고 신라도 그것을 충실히 따릅니다.

최치원도 많이 인용되었겠지만 그 역시 문장력 하나는 알아주는 사람입니다.

고려 전기에도 그 영향은 지대했는데 그때 정리된 자료들이 고문체일리가요.

김부식은 김황원과 함께 고문중시운동을 편 사람입니다.

질박하게, 말장난하지 않는 고문체를 쓰자고 주장했다 이겁니다.

 

그래서 삼국사기의 간단한 기사가 아닌 이렇게 길게 이어지는 기사는

매우 함축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그야말로 전두환 시대에 신문은 행간을 읽어야 한다고 하던 말처럼

행간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저 이야기 한국사도 문제지만 부식 옵하 자체가 나빠여~ 엉엉엉, 훌쩍)

특히나 관창전에서 관창이 백제군에 뛰어들기 시작하면 장면부터

죽어서 목만 돌아오는 장면은 격정 그 자체입니다.

위의 대목은 그에 못지 않은 대목이지요.

너무 에로한 코드들이 숨겨져 있어요.

(야동이나 야애니나 야망가가 필요 없어요. 삼국사기를 읽으세욧!

더 좋은 건 교복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저러한 그와 그녀의 사정을 거쳐

다음 날 왕의 죽음이 발표되고 (조작된) 왕의 유언에 따라

연우가 형인 발기를 제치고 고구려의 왕위를 이어갑니다.

과연 그들의 앞날은 어떻게 될 것인가~!(두둥!!)

다음주 화요일을 기대 마시라!

 

말꼬리 ---------------------------------------------------------------

원문에서 붉은 선안에 있는 글자는 자입니다.

정문연 본 삼국사기 교감주석에 삼국사절요에는 이 글자가 으로 되었다고 나옵니다.

아마 비슷한 자형字形으로 인해 年이 作으로 바뀐 것 같아요.

가지고 있는 삼국사절요 본문을 확인하니 그런 생각이 굳어집니다.

그러니까 發歧作長當嗣이란 문장은 發歧年長當嗣로 봐야 한다는 거죠.

저 위의 원문에는 그대로 發歧作長當嗣로 남겨두었지만

해석에 한해서는 삼국사절요를 따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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