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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7 - 형수지만 왕관만 있으면 상관없잖아?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고구려이야기

산상왕 즉위년 07 - 형수지만 왕관만 있으면 상관없잖아?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1. 15. 11:16

원문

秋九月 命有司 奉迎發歧之喪 以王禮葬於裴嶺 王本因于氏得位 不復更娶 立于氏爲后


해석 


가을 9월 관리들에게 명하여 발기의 관을 맞아들여 왕의 예로 배령에 장례지내게 하였다. 왕은 본디 우씨로 인하여 왕위을 얻었으므로 다시 아내를 취하지 않고 우씨를 왕후로 삼았다.


내전이 끝났습니다. 연우는 말그대로 슬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이건 말이 이긴 거지 이기나 지나 상처입을 일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정국에 따라 이것이 상처속의 영광이 될지 파멸이 약속된 지옥도의 입장인지 본인은 알 수 없었거든요. 물론 지금 사는 우리는 산상왕이 이겼음을 압니다. 그러나 당사자에겐 미래는 뿌연 안개속의 일입니다. 적어도 하나는 확실합니다. 이런 얼굴과 대사는 안나왔을 겁니다.(화면 관계상 맨 아래 말꼬리 1로 갑니다...)


물론 동생인 계수의 날이 선 말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런 분란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에 해야할 가장 좋은 길은 피해를 최소화하고 얼른 끌어안는 겁니다. 발기가 살아서 잡혔다면 죽여도 문제, 살려도 문제.(물론 죽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어느 콧수염 미중년의 말씀대로 '봐라! 싸움에서 진다는 건 이런 것이다'지요) 그러나 이미 죽은 자는 경쟁의 대상이 아닙니다. 산 자를 위해 흘리는 눈물보다 죽은 자를 위해 흘리는 눈물의 값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역겹지만 그게 권력이라는 이름의 인간사회의 한 단면이 가진 참모습이기도 하죠) 그리고 타인의 과오를 끌어안는 퍼포먼스는 충분히 감동적입니다.(원문의 가려진 부분을 읽으시면 왜 이런 평인지 아실 겁니다)


그리고 한 일은 즉위와 함께 형수와 결혼하는 것이지요. 연우의 나이를 추측할 단서는 거의 없습니다. 발기야 아들까지 있었고, 계수는 건빵의 별사탕 역할을 한 것 외엔 아무 이야기도 안나옵니다. 발기가 궁으로 들어간 연우에게 처자를 다 박살낸다고 한 이야기도 진짜 처자를 가리키는 것인지, 아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하나의 수사인지 불분명합니다. 어쨌거나 그는 형수 덕분에(아니면 형수의 집안 덕분에) 왕위에 올랐으니 왕후로 삼아야 한 건 분명하지요. 그가 미혼이었으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그가 기혼이었을 경우는 복잡하죠. 아무래도 왕자인데 아무 여자랑 결혼했을리는 없으니까요. 만약의 경우에 우씨의 동생뻘인 같은 집안이라면..하는 소설도 써보고 싶지만 이건 소설도 아니고, 또 그런 추정을 해볼 수 있게 하는 다른 혼인과 관련된 데이터가 없습니다.(이 블로그의 방침은 99%의 술이부작述而不作 + 미량의 망상입니다. -_-;;;) 어쩌면 타당한 추측이 이미 기혼인데다 성격이 괄괄한 발기한테 결혼하면 왕위만 주고 손가락 빨아야 할테니 미혼이며 상대적으로 온순한 연우에게 걸었다고 보는 게 현 시점에선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하여간 이 결혼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이어질 것이므로 그때 또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그야말로 세기의 결혼입니다.



말꼬리 ---------------------------------

1. 계수한테 한 소리 들은 연우의 표정은 이렇진 않았을 겁니다.


나의 연우옵하가 이렇게 3배 빠를리 없어! 27살인데 81살같은 소리를!!!!!


2. 원래 계수의 말도 들어가야 하지만 도저히 견적이 안나와 정문연본 번역을 붙이고 슬쩍 넘어갑니다.

3. 사진 빼고 패러디랑 숨은 표현은 몇 개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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