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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공부를 하려면 할 게 많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공부를 하려면 할 게 많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1. 29. 12:24

사실 역사라해도 동양사냐, 서양사냐, 한국사냐,

고대사냐 중세사냐, 아니면 근현대사냐,

또는 경제사냐 정치사냐에 따라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짐순이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고대사에 꽃혀있고 

정치사나 군사, 과학기술사에 치우쳐 있습니다.

이런 점은 감안하시고 읽어주세요.


가끔 나는 무슨무슨 파트를 전공하니까 그것만 봐야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해당전공의 논문과 책만 읽겠다는 거죠.

처음에는 할만합니다.

읽어야할 것이 무척 많죠. 필독 논문도 많고, 정리해야할 학설사도 만만치 않아요.

그러나 그게 어느 정도 충족되면(모든 논문을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이젠 뭘 읽어야 할까요?

이게 1주에 40편 신작이 방영되는 일본애니도 아니라서 맨날 나오는 게 아닙니다.

밥먹으면 응가대신 논문이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본격 응가를 말하는 미소녀 블로그 두둥!! 한국판 헨제미냣!!!)

고대사 관련 학술지가 그닥 없고

있어야 한국고대사연구, 한국상고사학보, 선사와 고대, 

고구려발해연구, 고대연구, 한국고대사탐구, 신라문화, 백제연구, 신라사학보..

요 정도가 고대사 전문인데(또 있나? 생각이..) 보통은 계간지지요. 1년에 4회.


역사학보나 한국사연구, , 진단학보 같은 큰 학회지,

대구사학 같은 지역학회지,

한국사론(서울대), 사총, 사학지, 동방학지, 동양학같은 학교의 사학과나 연구소 학술지,

국사관논총, 동북아논총 같은 연구기관지,

그리고 역사교육논집같은 분과학회지 등등 이런 곳은 모든 논문이 모이니만큼

고대사논문이 안실리는 날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 이 정도라도 다 읽어주면 고맙긴 한데(제 하드에 저장된 거 헤아려봐도 그것도 빡세군요)

어떤 경우는 자기가 속한 학파만 죽어라 파고 그걸로 땡.

하여간 그렇게 공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시야가 좁아진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갠적으로 저는 그와는 반대되는 방향을 택해버렸어요.

그 이야기는 좀 뒤에 하고 다시 본론으로..


과거에는 고고학과 인류학을 알아야 할 소양으로 여겨졌습니다.

80년대는 한국고대사연구의 축적량이 많이 않고

띄엄띄엄 나오는 자료들을 해석할 틀이 별로 없었어요.

걍 부족국가설이 아직도 살아숨쉬던 공룡시대랄까요?

그러다보니 고고학 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고

서구의 국가형성이론같은 것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선 학계의 당면과제는 식민사학의 청산이었으니까 사실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분들은 여전히 식민사학이라고 하겠지...)

그동안은 정말 한반도와 그 북쪽에서 나온 자료들만 봐도 좋았습니다.

사실 그거 보기도 빡센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학계는 허허벌판에서 연구의 기둥을 세우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사학사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병도는 전방행렬사회, 후방행렬사회같은 이야기를 합네, 말꼬리붙들고 지명연구를 했네,

김철준은 부족국가 얘기를 했네..하고 잘난척하는 바보들이 있는데

(주로 공부 1,2년 한 Z.O.T 뉴비들이 술자리서 

저같은 순진한 여아후배들앞에서 이딴 개드립을 치죠. -_-;;;)

다 그런 굇수같은 양반들이 터 닦은 상황에서 요즘 연구가 나오는 겁니다.

(그 분들 글을 볼 때마다 그 시절에 그 자료갖고 이런 결과를 내놓다니..하고 놀랍니다.

어떤 논문은 40년을 앞선 뭔가를 잡아내기도 했어요. 

에잇! 연방의 모빌슈츠 역사학자는 괴물인가!)


인류학은 여전히 중요한데 실은 과연 다들 인류학을 얼마나 공부했는지는 의문이고

(설마 서비스의 원시사회의 사회조직 하나 읽고 떠든다거나-아 그  책 읽는 사람이 없지. 요즘은-

또는 서울대에서 나온 문화인류학 개론서 읽고 떠들지는 않았을 거라 봅니다.

고수들 책을 보면 어지러운 책들이 인용되더만

여기서 말하는 대상은 공부하는 과정의 사람들이죠)

또 그것만 가지고 본다고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군사사에 몰빵할 때만 해도 밀리터리 리뷰나 디펜스타임즈같은 잡지를 몇년동안 사서 봤어요.

물론 저야 화약무기 나오기 전이고 그 잡지들이야 최신 무기가 거의 다지만

가끔 방탄복같은 걸 다루는 기사에서 고대 갑주의 매커니즘 같은 것이 묻어나올 때가 있죠.

(최근 천조국서 나오는 드래곤스킨같은 방탄복은 과거 찰갑하고 비슷한 방향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군대라던가 무기라던가 그걸 뒷받침하는 후방지원이라던가

이런 것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 이해한 연후에야

고구려 벽화고분 보고 군사사연구하는 건 안할 수 있었어요.

적어도 어떤 무기가 나타났다, 바로 전장의 혁신을 불러왔다.

그 국가의 정치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도식으로 바라보진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요즘은 일의 특성상 과학도 다루니까

과학책을 많이 보는데 뉴톤지를 매달 사보고 또 다른 책도 사서 보기 시작했죠.

원래 천문학을 좋아하긴 했습니다만

태양계 생성원리나 중력의 상관관계 등을 공부하다보니

또 이것이 고대국가 형성을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더군요.

그 기묘한 메커니즘을 완벽히 소화해내어 짐순이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적어도 혼자 이해하는 정도는 됩니다.

정치학이나 사회학, 경제학같은 것을 개설서로나마 보다보니 이것도 매우 도움이 되더군요.

물론 내재적으로 소화하려면 더 걸리겠지만요.

갠적으로 전력을 한 곳에 집중하여 진형을 무너뜨리는 방식보다

한번에 여러 전장에서 작은 전투를 벌이며 서서히 늘려나가는 게 

짐순이의 취향이라 이런 면도 있습니다.(다만 워털루처럼 어디 하나 구멍나면 시망)


보통은 나는 고대사 공부하니까 한국고대사 책만 볼꺼야라고 하는데

다른 학문에도 접근하여 보는 경우 시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단점은 그쪽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는데 그거 인지못하고

그냥 받아들이면 자기의 기본적인 기둥조차 무너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건 스스로 감내하고 조심해야할 문제죠.

꼭 다른 전공에 눈을 돌려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 방법도 있어요.


바로 동시대, 혹은 앞 뒤 시대의 다른 공간에도 관심을 주는 법입니다.

하다못해 삼국말부터 통일신라와 발해, 고려시대 관제를 살펴보면

중국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알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신라 초기의 군사직인 군주같으면 위진남북조의 군주직,

초기의 군주직을 이해해야 하는 면도 있지요.

고려시대 관직도 위진남북조나 당의 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것을 살펴보지 않고 고려사만보고 연구한다는 건... .

통일신라는 의외로 당의 제도를 뼛속 깊숙히 받은 것 같으면서

일본과는 정 반대의 관제를 유지하게 되지요.

그러나 일부는 역시 겹칩니다.

령-경-대사-사지-사(경덕왕대 일시 시중-시랑-낭중-원외랑-낭으로 변경되죠)

삼국사기에는 그 관직의 관등만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떤 권한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당육전같은 책을 보면 이 관직들이 대략 어느 정도의 권한을 수행하는지 나오지요.

물론 그게 그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감잡을 수는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전례가 없었던 장보고의 해상왕국(정성공과는! 정성공과는 다르다!),

이야기는 많고 책도 많이 나오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일본 승려 옌닌의 기행문이고

해상세력이란 뭔가를 감잡으려면 지중해의 해상활동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하다못해 그렇게 욕먹는 시오노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베네치아의 바다 고속도로 정비 부분만 봐도 해상세력 구축에 뭐가 필요한가 답이 나옵니다.


삼국사기 교감연구만 할 것이 아니라면(사실 색복지 연구하면 서역문물공부해야함. 아놔)

폭을 대단히 넓혀야 합니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네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요건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조선 중기 문학사에서 누구와 누가 동학同學이라는 말이 나오자

조선 중기에 동학東學이 있었군요..라는 말을 해서 질겁한 적이 있습니다.(실화!!!)

적어도 그가 기본적인 한자 어휘나 한국사에 대한 초등학교 수준의 지식이 있었다면

절대 안날렸을 개그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긴 글을 쓴 이유.


공부에는 한계가 없다.


이겁니다.


로또 되면 짤방 만드는 사람 하나 고용해야지. 귀차나... 웅.. 출처는 공각기동대 극장판. 한때 이 대사를 노트북 시동음으로 썼지요. -_-;;;


말꼬리 ----------------------------------------------------

공부요? 교과서만 죽어라 파면 다 될 거 같죠?

거긴 극히 일부, 매우 중요한 대목만 나오는 겁니다.

논문 몇 편만 읽으면 키배틀도 이길 수 있고 짱먹을 거 같죠?

죽어라 전공논문만 읽으면 어영부영 석박사 되고 교수될 거 같죠?

그놈의 대학원글 3부작인 셈치고 이 얘긴 이제 안할래염.

역사학자 되어서 뭐하려고?

Last Exit To Brooklyn or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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