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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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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가 이야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6. 17. 12:06

혹시나 싶어 말하는 거지만 역사가의 가는 ~가를 뜻하는 조사가 아닙니다.

무언가를 하는 사람의 의미입니다.

풀어쓰자면 역사를 쓰거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말하는 거죠.


어릴 적 읽은 역사가의 이야기는, 엄밀히 말하자면 사관이군요,

머리에 각인으로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춘추 전국시대 제齊나라에 정변이 일어납니다.

신하가 난을 일으켜 군주를 기둥에 못박아 죽였습니다.

그 때 사관이 신하 모某가 군주를 죽였다고 적었습니다.

그러자 그 신하는 사관을 죽입니다.

죽은 사관의 동생이 쪼르륵 달려나와

주군을 죽인 자가 사관도 죽였다고 씁니다.

그러자 그도 죽임을 당합니다.

또 동생이 달려나와 또 사관을 죽였다고 씁니다.

그러자 그 신하도 '내가 졌소I'm a milk cow'라며 두 손을 듭니다.

물론 그 신하가 죽은 군주와 사관들을 살려낸 건 아닙니다.

다만 역사를 기록하는 자의 엄정함, 그 직업 윤리란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설령 자기가 모시던 주인을 배반하는 일이 있어도

사관을 건드리지 않는 것,

그게 동아시아 왕조국가의 불문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동탁이 많은 사람을 죽였으나 직필을 하던 채옹만은 살려두었고,

역적 동탁을 죽였다는 충신 왕윤이 그 채옹을 죽인 것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사진의 저작권은 HBO에게 있습니다..


주말에 잠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이걸 보느라 그만 밤을 새버렸고 지금은 또 그걸 다시 보고 있어요.

무언가를 보고, 그걸 이해하고 전달한다는 것의 무거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결코 순결한 동화와 같지 않다는 것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요.

그거 몰랐냐고요?

아뇨,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미국의 방송드라마를 보며

거기서 나오는 현실과 지금 직면하는 현실이 결국은 같은 것임을,

그리고 마치 숭고한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지만

결국은 여기도 사람사는 아귀굴이라는 현실과 마주하니 우울해집니다.

그냥 어디를 가나, 무엇을 보더라도 

결국 그것은 역사를 읽는 사람의 입장에 갇혀버리니

마음이 편치 못하다는 직업병쯤됩니다.

(요 대목이 뭔가 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냥 그렇게 넘어가주세요.

글을 쓰는 자로서 타인에 대한 태도로 아주 틀려먹은 건 알지만..)


그렇고 그런 것을 떠나 The Newsroom은 좋은 드라맙니다.

사랑도 있고(우리나라 드라마처럼 방송국에서 사랑'만'하는 드라마는 아닙니다)

배신도 있고, 치졸한 협잡도 있지만

그래도 정의를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둥입니다.

거기서 매커보이가 중간중간에 하는 멘트는

아직 역사가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의 사론을 보는듯합니다.

(그거 언제냐고요? 춘추전국시대..)


요즘 주변에서 오랫돈안 최근 벌어지고 있는 광경들이 머릴 어지럽히지요.

아주 개인적인 문제 말고도요.

그냥 동북공정같은 개나소나 다 아는 국가 규모 거대 작업일 수도 있고

임나일본부설같이 좀 악의적이'었'거나

뉴라이트라는 빌어쳐먹을 종자들이 떠드는 식민지근대화론,

(물론 학문적 연구가 욕을 먹어선 안되겠지만 

카레맛 똥과 똥맛 카레는 엄연히 다른거죠.

이건 카레맛 똥입니다. 똥맛 카레는 그래도 음식이긴 해요..)

이런저런 거대한 것이 있기도 하지만

이래저래 하얀거탑같은 미세한 인간사의 갖가지 일들도 일어나지요.

그게 사실이라면 서글픈 이야기도 종종 접하고요.

과연 그런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고,

또 얼마나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일까..

벌개진 눈으로 The Newsroom을 보노라니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듭니다.


E.H. 카가 한 말이 있지요.

역사가는 결코 멀리서 역사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다.

그도 그 행렬 속에서 걸어가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What is history 2장에 나오는 그 대목을 매우 좋아합니다)

과연 어디까지 그런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게 되네요.


말꼬리 ----------

내일 삼국사기 읽기는 다른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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