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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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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잡설

글 좀 쉽게 쓰면 안되나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7. 3. 14:15

가장 쉬운 대화법이 극소수만 알아먹을 어휘로 이야기하는 거다. 

진짜 고수는 상대방의 수준에 맞게 자기 어휘나 표현을 조절해. 

그래서 부처나 예수나 무하마드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 가장 큰 이유다. 

제발 마스터배이션은 혼자서 이불 뒤집어쓰고 해라.


- 어느 고장잘나는 모빌슈츠(기령 19년차)의 독백


사실 글쓸 때 가장 어려운 게 상대방에게 맞추는 겁니다.

이를테면 중고기 신라를 이야기할 때

부체제니 성골과 진골의 리니지(게임 말구!)니 이딴 얘기 사람들에게 해봐야

당연히 못알아듣습니다.

아니 중고기가 뭔지부터 설명을 해야겠지요.

나름 이쪽 공부를 한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편합니다.

그냥 '모 선생님 그 설이여~'하면 그걸로 끝입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는 건 사기의 영역이고

나름 어느 정도 준비를 한 사람이 쓰기 가장 편한 글이 전문적인 글입니다.

경우에 따라서 단 한 줄로 압축해도 알아먹을 사람은 알아먹거든요.


독자를 이렇게 만들어도 되는 건 독자가 매우 한정적인 글뿐입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기본 전제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뭔가를 이야기할 때는

가장 밑바닥의 배경부터 설명해야죠.

앞에서 딱 한줄로 끝날 말은 어느새 한 문단이 되어있습니다.

물론 그 상대의 나이나 교육정도에 따라 그 양은 많이 달라집니다.

하여간 뭔가를 아는 사람보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이야기 하는 게 더 어렵습니다.

초1한테 어른들이 넘어가는 이야기로 질문받아 보세요.

아마 한겨울에도 땀이 양자강 물줄기처럼 흐를껄요.

물론 유클리드의 말처럼 공부에는 왕도가 없기 때문에

결국 이해를 하려면 상대방이 공부를 해야합니다.

또 유치원생 상대로 한국사 수업을 할 게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용어는 반드시 나옵니다.

깊은 이야기를 하면서 모두에게 친절한 책은 나올 수 없습니다.


관심 받고프면 딴 거하는게 낫습니다. 아니면 오프라인에서 성과를 쌓던가..


그럼에도 진짜 고수는,

그러니까 조낸 어려워보이는 이야기 마주 지껄이며 유식한 티내는

넷에서의 zot문가 말고요.

정말 그 분야의 진짜 큰 거목들은 어께에 힘주지 않아요.

정말 하찮은 19세 여아가 말도 안되는 질문을 던져도

걍 허허 웃으시며, '아가, 이건 이거구 요건 요거란다'라고 간결하게 설명해주세요.

물론 그 자리에 그 분의 동료라고 할만한 분과 대화를 한다면

꽤나 압축언어 대화같은 게 이루어지지만

그 순간에도 짐순이같은 애들이 끼어들면 금새 어투가 달라집니다.


언젠가, 지금은 돌아가신 대학자분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어요.

짐순이는 부식빠고, 그 분은 평생 삼국사기를 읽으신 분이죠.

그래서 (깡따구 좋게) 마구마구 신나서 이야기하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아가, 네가 뭔말을 하는지 알겠어요. 공부를 해왔으니까.

나도 평생을 공부했으니 뭔 말을 하는지 알아듣겠어.

그런데 생각해보렴. 네 옆에 있는 저 분들은 우리 이야기를 알아듣겠니?

좀 잘났쩌염. 짐순이 삼국사기 공부 좀 했쩌염~

그렇게 히말라야만큼 올라간 어께가 동네 뒷산이 되어버렸지요.

그 짧은 말만큼 아직은 매우 짧은 인생에 도움이 된,

아니 충격적으로 다가온 말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아직도 어린 탓에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지만

글이나 설명은 현재 사람들이 시용하는 언어로 평이하게 하려는 노력은 합니다.

물론 그 제구가 항상 맘대로 안되니 문제지.. .(그게 되면 짐순이도 고수... -_-;;)


물론 이 할배처럼 '베이비짱' 이러지는 않았다능!(출처는 노다메 칸타빌레 애니판)


진짜 고수들은 그 제구가 되더군요.

그냥 실실 웃으며 농담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나중에 뒤져보면 그 한 문장이 책 한 권의 무게.

모르고 들으면 재미난 이야기고, 알고 들으면 학계의 연구 반세기 분량.

(그래서 미야자키 이찌사다의 글을 좋아하는 이윤가봅니다)

공자님도 논어에서 같은 질문인데 제자들마다 대답이 달라요.

처음에는 말이 자주 바뀌는 사람인가봐 했는데

나중에 다시 읽으니 그 다양한 제자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는 맞지 않거든요.

부처님도 설법할 때 아이야 어른이냐, 높으나 낮으냐에 따라 설법의 수준이 달라지죠.

예수님이나 무하마드님도 전문용어 들먹이거나

대체 알아 듣지도 못할 그래프나 들고서 떠들었다면

그렇게 사람의 맘을 울리는 기적은 일으키지 못했을 겁니다.

종교를 믿고 안믿고를 떠나 그 분들이 성인대접을 받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읽는 이를 이렇게 만들 글은 언제나 써볼까나요..


말꼬리 ----------------

1.

뭐 제목을 저렇게 지으면서 많이 찔끔하긴 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게 되면 세계 최연소 고수가 되게요?? 캬캬캬.

2.

지금은 없어진 대우학술총서가 나오던 시절에

어느 선생님께 담당 편지자가 물었답니다.

"쌤요~ 이 책은 몇 명이나 일겠슴니꺼?"

그러자 다섯 명?이라고 대답하셨다는 일화가 있더군요.

물론 이런 글도 쓰여져야 합니다.

적은 이가 읽어도 그 사람들을 위해 혼을 불살라야 하는 것도 학문입니다.

3. 

그림의 출처는 뭐 인터넷입니다(언제 어디서 했는지 데이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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