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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왜 중국인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않을까?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왜 중국인은 차가운 음료를 마시지 않을까?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8. 14. 16:10

09년이었던가요.. 짐순이가 처음으로 듕궉땅을 밟은 것이,

대련(따롄)에 내려 바로 점심을 먹으러 한인 거주지역의 식당에 들어갔습니다.

대충 밥먹고, 주변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서 이것저것을 사는데

(왜냐하면 슬슬 도시를 벗어날 예정이라 뭔가 살 기회가 없겠죠)

좀 먹을만한 과자를 사고

아무래도 여름이니 음료수를 샀습니다.


듕궉 까까는 입맛에 안맞았어요. 뭐, 우리나라 까까도 다 맞지는 않지만..(까탈스런 년!!)


입맛이 많이 달라 결국 모두에게 풀어버린 과자,

스프라이트와 코카콜라, 그리고 물.

코카콜라가 중국에서는 가구가락可口可樂으로 불리는 건 알고 있었어요.

입맛에 맞고 즐거움이 커진다는 그 음료!

그러나 물도 그렇고, 스프라이트도 그렇고, 가구가락은 시원하지 않았어요.

물론 우리나라 상점처럼 냉장고에 들어가 있기는 했습니다만

그 냉장고에 전기는 들어오지 않았어요.

왜 그럴까?

이 동네는 아무리 듕궉에서 500만명 밖에 안사는 소도시(!)긴 해도

뭐 70년대 강원도 산골도 아니거든요.

게다가 동네자체가 쵸큼 부촌.

나중에 다른 동네의 상점을 돌아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외국사람이 많이 찾는 관광지의 상점에서나 찬 음료수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정말 전기값이 없어서 안켠 건 아닙니다.

만약 그 상점이 짠돌이래서 그랬다면

손님들이 안가면 그만입니다.

무슨 커피도 아닌데 차갑거나 따뜻하다고 가격차이가 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이건 문화나 환경의 문제라고 봅니다.

단표누항簞瓢陋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래가 된 건 공자에게 가장 총애를 받던 안연의 일화에서 나오는 거죠.

그냥 생수 마시는 우울한 생활을 하면서도

그 자식 공부 졸라 열심히하지.. 이런 말을 합니다.

처음 읽은 공자의 주석서에 여기에 대한 해석이 붙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듕궉땅은 물이 나쁘기 때문에 끓여마시는 차문화가 발달했기에

맹물을 마시는 건 평균 이하의 삶을 산다는 뜻이다..

이런 걸 보며 우리랑은 다르구나를 느꼈었지요.


그러니까 듕궉에서 파는 콜라가 미지근한 것은

상인들의 문제가 아니라 

따뜻한 음료밖에 마실 수 없었던 역사적 경험이 만들어낸 문화적 산물이 아닐까요?

물론 서구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그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 인구가 억단위를 넘어가는

현대 중국에선 서서히 찬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이 늘어날 겁니다.

다다음해인가 여름에 자금성에 갔더니 얼음물을 팔더군요.

아마 차만 마시는, 맹물을 마시면 배가 아프다는 중국인은 점점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차는 콜라보다 더 중요한 음료로 남아있을 겁니다.


가끔 우리는 이러는데 얘들은 왜이러지?

이런 글을 종종 봅니다.

가금은 학문적 서술에서조차 

여기가 아닌 '거기'만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 봅니다.

꼭 위진남북조의 구품관인법이 어떻고

일본의 봉건제가 유럽 중세의 봉건제와 뭐가 다른가..

그런 것만 역사가 아니죠.

왜 독일은 맥주가 유명하고, 중국은 차의 나라가 되었을까?

그런 것을 생각해보고, 저들의 선택과 결과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연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책상에서'만' 상상하는 사람들보다는요.


가구가락. 미지근한 콜라는 역시 적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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