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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설씨네 아가씨 02 - 그렇다고 내가 군대 갈 수도 없고..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설씨네 아가씨 02 - 그렇다고 내가 군대 갈 수도 없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8. 21. 01:10

원문

眞平王時 其父年老 番當防秋於正谷 女以父衰病 不忍遠別 又恨女身不得代行 徒自愁悶


해석

진평왕 때에 그의 부친은 늙었는데도 정곡에 수자리 차례가 돌아왔다. 그녀는 부친의 몸이 쇠하고 병들어 차마 멀리 보낼 수 없었지만 여자의 몸이기에 대신할 수 없음을 한탄하고 스스로 근심에 빠져 있었다.


아아~ 모자이크가 딥따 크고 아름다워요. ㅎㅇㅎㅇㅎㅇ

요즘 날이 덥다보니 한랭지 모델, 드디어 퍼지기 시작했어요. 지난 주에는 아예 건너 뛸 수 밖에 없었던 게, 너무 더워 책이 안들어오는 걸.(엉엉엉.. 훌쩍) 그리고 또 과도하게 부담을 가지다 보니 또 안나오더군요. 1주일 늦었지만 갑시다. 


분명 설씨네 아가씨를 고르면서 전쟁이야기, 정치 이야기는 좀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이건 멍청한 생각이었죠. 왜냐하면 이 이야기 자체가 전쟁 난리통에 벌어진 이야기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전국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그걸 안하고 넘어갈 수 있을리가.. .(항상 시뻘겋고 뿔달린 거 타고다니고 항상 가면쓰고 다니는 로리가 말합니다. "인정할 수 없군. 내 어림으로 인한 과오란 것을")


오늘 이야기의 핵심어는 방추防秋, 정곡正谷, 여신女身입니다. 이 세단어만 가지고도 중국사와 한국사, 시대를 넘나드는 대하드라마도 나옵니다.(괴벨스도 저세상에서 세 단어로 창조를 하는 인재가 동방에서도 나왔구나..라고 좋아할지도.. -_-;;)


방추라는 말은 역사적 용어이긴 한데, 가을이 지나고 쳐들어오는 북쪽의 기마민족을 방어하는 일을 말하기도 합니다. 또는 그것이 서쪽의 적을 방어하는 일로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이야 북쪽의 기마민족을 막아내는 건 화약병기의 간소화가 일어나기 전엔 거의 국가적 중대사였습니다.(이걸 성공적으로 해낸 왕조들은 하나같이 북방의 이민족 출신의 건국자가 세웠다는 아이러니가.. 북위, 당, 청이 그랬죠. 원은 아예 지들만 빼고 씨를 말려버린 상태였고) 또 이 말이 나오던 시점엔 지금의 티벳이 당의 최우선 적국이기도 했었죠. 그래서 이 말을 가지고 그녀의 아버지가 가야했던 정곡이 서쪽의 백제냐, 북쪽의 고구려를 막는 곳이냐란 의견들이 종종 나온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타임머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 분 잡아와서 남영동에 모셔두고 코로 설렁탕 떠먹여드리며 '어르신, 여기에 아는 거 다 적으세염' 이러면 얼마나 많은 역사적 사실이 밝혀질까염. 그리고 힘들게 댓글 놀이할 필요없이 다 거기로 보내어 기록하라, 사진 찍어오구, 인터뷰 따와라 그러면 넷 세상도 평화로워질텐데..(탕!)


하지만 저 방추라는 것이 관용적으로 쓰인거냐, 정말 무슨 의미를 가졌느냐를 따지기엔 정보가 너무 없기도 하고, 우리는 청나라의 고증학자들도 아니니 대충 수자리 가쩌염~하고 두리뭉실 넘어가도 될 껍니다. 다른 지역 갔을 때, '짐순이는 강원도에서 와쩌염'하면 꼭 어르신들 신나서 이야기하는 강원도 전방생활을 떠올려도 될껍니다. 눼, 강원도쪽으로는 소변도 안보신다면서 짐순이도 잘 모르는 인제, 양구 이야기를 마구하세염.(양구는 두어번 가봤나?)


문제는 그녀의 아버지의 나입니다. 

딸은 마치 담배가게 아가씨를 온 동네 총각들이 넘보듯, 

결혼 적령기가 되어있었습니다. 

지금보다야 결혼 연령이 아무래도 빠른 시대라지만 

딸이 시집갈 나이가 되었는데 이팔청춘일리는 없잖아요. 

아무리 육체노동으로 단련되었다해도 

그때는 지금보다 더 못먹고 의학적 관리도 못받았을테니 노쇠화도 빨리 왔겠죠. 

적어도 그만한 나이까지 군역을 면했을 확률은 

내일 아침에 짐순이가 대영제국의 여왕으로 등극할 확률과 같습니다. 

지금처럼 현역-예비역-민방위 

이런 식으로 군역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던 시대도 아니고,

병역의무는 15세에서 60세까지거든요. 

게다가 진평왕 때면 삼국간 항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시절이니 

군인은 항상 필요로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버킹검, 아니 하나죠. 국가는 이 분을 또 보고 싶어한 겁니다. 


1차 대전 때 미국의 모병포스터..


이 걸 준비하면서 

서영교 선생님의 '설씨녀전 가실 방추의 시공간'("한국고대사탐구" 8, 2011) 

논문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위의 방추를 어떻게 읽을 거냐에 대해서도 좀 공부가 되었고, 

무엇보다 정곡이 어디냐에 대한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이 논문에서는 정곡의 위치를 경남 산청군 산청읍 정곡리로 보고 있습니다. 

이 정곡리는 삼국시대 후반에는 지품천현의 소재지였지요.

(요건 산청군 홈피의 안내) 

여기로 비정한 이유로 

고구려가 수양제와 싸우는 와중에는 신라와 싸움 벌일 여유가 없었고, 

주로 이 시기에는 백제와 옛 가야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다는 것, 

그리고 정곡이란 지명이 매우 오래되었음을 듭니다. 

짐순이는 이런 위치비정엔 특히 약하니 

일단 정곡이란 지명은 여기로 볼 수도 있겠다..라는 선에서 넘어가죠.


마지막으로 여자의 몸이라는 단어, 

그냥 거두 절미하고 이 단어를 쓰는 덕에 괴랄한 검색어가 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소녀와 비닐봉지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성적인 의도로 검색하는 분의 레이더에 걸린 적도 있고 

산상왕 이야기를 할 적에 형수라는 단어가 나오니 

야애니 찾는 분이 여길 들러주기도 하셨죠.(아놔~!) 

또 여성의 몸, 흐흐흐. 이상한 망상을 하다 들어오시는 분들께 말씀 드립니다. 

이 단어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출처는 다음영화..


뮬란이라는 애니를 기억하시나요? 

매번 서양의 동화만 다루던 디즈니에서 

처음으로 동양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도 알려져있죠. 

이 작품의 뿌리는 위진남북조 시절 

파목란이라는 아가씨의 무용담 서사시로 거슬러 올라가지요. 

국가에서 늙고 병든 아버지가 또 보고싶다며 불러대니 

(이놈의 국가는 나이스 미들을 좋아하는 독특한 취향을 가지나 봅니다) 

딸인 목란이 남장을 하고 대신 군역에 종사하고 공을 세우지요.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애니와 달리 

원판에서는 황제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반해서 붙잡으려 하니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저항하다 자결을 합니다. 

설씨네 아가씨가 고민한 것은 바로 그것,

차라리 대신하고 싶다였을 겁니다.

뮬란의 배경이 되는 유목성향이 강한 사회에선

여성이 남성 대신 나서기도 합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사냥에 나서기도 하고

(사실 농경지역보다 더 여유로운 노동은 없는 사횝니다)

어느 정도 여성의 발언권도 존재합니다.

위진남북조의 북조에선 아들 혹은 남편이 병에 드러눕자

엄마, 혹은 아내가 대신 병사들을 이끈 예도 있다 합니다.

최근 역새왜곡의 가장 대표적이었던 천추태후의 모습도

실은 요 성종의 어머니 승천태후 소씨의 복제죠.

(이번엔 기황후도 잔다르크 만들 기세. 이 $^%$%^$&^&^들아!!)

하지만 농경사회에선 이딴 거 없습니다.

그녀에게 갑자기 불어닥친 전쟁의 광풍을 대신 맞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말꼬리 -----------------

1.

지금보다 더 어린 시절에는 타임머신 이야기를 하면서

두 분을 잡아와서 헬기에 태우고 올라가 그 중 하나를 발로 차서 떨어뜨리고는

남은 분께 '자 불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제와 생각해보니 고대인에게 뭔죄가 있다구요.

오토바이를 훔쳐 타는 15세의 밤도 아니고

그 시절의 짐순이는 기렌 자비 못지 않게 흉악한 아해였어요.

예전에는 콜로니도 떨어뜨릴 女ㄴ이 이젠 의자 정도?

짐순이, 참 마이 순해졌네~! -_-;;;

2.

원래 뮬란은 물란으로 불러야 맞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주인공의 이름이 문란(!)하면 곤란하니

한국에서만 뮬란이라고 불렀다는 슬픈 전설이..

3. 

내일은 뮬란 서사시로 뗌질할 수 있겠다. 얏호~!

(얏호는 호리에 유이의 노래라고 토달면 오덕女ㄴ이란 욕을 먹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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