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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적 만행을 긍정하는 것과 치욕을 긍정하는 것의 사이에서..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적 만행을 긍정하는 것과 치욕을 긍정하는 것의 사이에서..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8. 25. 23:11

1.

굳이 좋아하는 작가-가급적 전작을 다 읽는- 를 들자면 

김성한, 복거일(소설가로서)과 김훈을 들 수 있는데

특히 김훈이 언론을 통해 짤막하게 남기는 글에는 명문이 많았다.

그 중에서 백미를 꼽자면 씨네21의 고정칼럼으로 올린 치욕이란 글이 있다.


치욕 - (씨네21, 2002-5-22, 김훈의 유스토피아 디스토피아)


역사적 치욕을 어떻게 끌어안을까에 대해 

이처럼 납득가능한 해답을 찾지 못하였다.

뭐 어려서기도 하겠지만

짐순이가 이 글을 쓰던 시점의 그의 나이가 되어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역사가는 역사책을 읽을 때마다 다가오는 

명쾌하게 정의 내리지 못할 사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를 고민하는 사람이다.

원사료나 달달 외워 그 중 몇 개 짜맞추면 다 역사인줄 아냐. 


치욕을 긍정하기 위하여서는, 교과서에 그 고통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가장 온당한 일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이들이 자라나서 스스로 그 치욕의 역사를 알게 될 때의 혼란과, 제도에 대한 불신과 역사에 대한 환멸이 이 고통스런 논쟁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이미 어른이 되어서 늙어가고 있다. 우리는 사실의 바탕 위에서만 화해하거나 청산할 수 있다. 화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불화와 단죄조차도 사실의 바탕에 입각할 수밖에 없다. 마침내 화해할 수 없는 것들과의 불화는 역사를 도덕적으로 긴장시켜줄 수 있다. 그리고 치욕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사람들에 의하여 불화는 더욱 깊어져가고 있다.

- "치욕" 중에서


그런데 이 글이 나온 게 10년 전인데 뭐 하나 달라진 게 없다.

아니 UMC의 랩 가사처럼 '달라진 건 많은데 나아진 건 없었다'.

아니, 우리의 역사인식은 더 뒤로 물러나버렸다.

왜 그런지, 광화문 근처에서 노닥거릴 때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절대 가고 싶지 않더라.

흔히 걷던 길도 그게 완공되어갈 무렵부터 슬슬 피하게 되더니..


2.

"소모품 취급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욕처리"

위에서 치욕을 눈감지 않고 감싸안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했는데

사실 맨정신에 절대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있기는 하다.

가끔 소설이나 만화를 읽다가도 수용치를 넘어서는 내용이 나오면 앓아 눕는데

(덕분에 영화랑 담을 쌓은 것도 그렇고, 애니 애호가가 된 이유도 그렇고)

위안부 이야기같은 건 정말 맨 정신에 읽는 것이 어렵더라.

그건 분노하지 않거나, 그것은 자발적 상업행위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제대로 접하면 다음 순간 다리난간에 매달릴 것 같아서..

(어린 시절에 학교에서 욕을 한바가지를 먹고 정신을 차려보니 

다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던 유리멘탈이라..)

솔직히 인간으로서 드러난 사실을 아니라고 우기는 신경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또 거기에 맞장구를 외치는 이 땅의 좀벌레들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오선화나 김완섭같은 일부 생계형만 나댔는데

이제는 인터넷에서 너도나도 떠든다.

학자라는 탈을 쓴 자들도 떠든다.

백가쟁명도 정도껏이지.. 

이 정도면 도리어 퇴행이고 스스로 암흑시대를 열어가는 꼴이다.

저런 벌레들을 보자니 독립운동하느라 

이역만리에서 눈감으신 양반들이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

걍 적당히 일본제국 엉덩이나 핧았으면 대대로 떵떵거리며 살텐데

저런 것들이 살아숨쉬어도 무탈한 나라를 되찾으시겠다고

그렇게 고생을 하셨단 말입니까..

이완용과 송병준의 클론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말을 하랴.


저 기사에 나오는 분처럼 뭔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같다는 희망도 엿볼 수 있지만

여기나 저기나 목소리 큰 것은 사람이라 부르기도 힘든 벌레들이더라.


3. 

단도직입적으로 결론을 말하자.


ㄱ. 자위행위/딸딸이/마스터베이션/오나니는 제발 이불 뒤집어쓰고 몰래 하자.

ㄴ. 말로, 손가락으로 하는 공공자위행위는 민폐다.

ㄷ. 당신들이 당신 부모들의 인형이 아니었듯이 조상들도 장난감이 아니다.

ㄹ. 주둥이로만, 암기로만 랭킹 따지면 암기왕이 석학되냐.

ㅁ. 크롬웰이 그랬던가 "신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여기를 떠나시오!"

ㅂ. 김병조가 그랬던가 "지구를 떠나거라"

ㅅ. 고결한 인간으로 존중받고 싶으면 제발 냄새는 풍기지 마라.


말꼬리 -------------------------------

1.

복거일이야 이래저래 욕을 먹고 있지만 소설가로서는 매우 좋아한다.

그의 "파란 달 아래"는 황순원의 '별", 이범선의 "피해자", 하근찬의 "수난이대"

장용학의 "부여에 죽다", 김훈의 "칼의 노래", 김성한의 "이성계"와 함께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본다.

2.

언젠가는 위안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병사나 피해여성이나 모두 

일본의 광신적인 제국주의에 의해 뭉개진 인간군상이란 주제로 승화하길 기대하나

원폭 때문에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상

그런 정신적으로 고결한 서비스는 아깝지 않을까 싶다.

화해에 앞서 사실에 대한 긍정 및 반성이 없는 한 

한쪽의 화해의 손길은 그저 피해자 드립을 거들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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