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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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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의 새로운 도전 - 민음한국사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1. 17. 10:51

그래24님의 도움이 있었습네다..


한국사의 대계를 잡는 책의 역사가 짧지는 않습니다.

해방 이후로만 따져도 여러 권의 한국시대사는 꾸준히 나왔습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전후인 1959년에 미국의 원조를 받아 만든 진단학회 한국사가 있습니다.

(요건 글감 떨어지면 한 번 다뤄볼까 합니다)

그리고 조금 내려와선 1964년,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에서 펴낸

한국문화사대계가 있지요.

물론 이 책은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다룬 기획이지만

역사가 상당히 중요하게 자리매김 하고 있지요.


오히려 자유당 때 책 구하기가 쉬워!!


더 내려오면 80년대에 일조각에서 야심 차게 내놓은

한국사강좌시리즈가 있습니다…만

이건 고대편과 근대편만 출간되었지요.

요즘과 가까운 시대로 다가오면 나오는 것이

한길사에서 펴낸 한국사입니다.

요건 꽤나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양장본과 함께 소프트 커버본으로 보급판을 내놓기도 하고

또 거기에 전권의 내용을 담은 CD-ROM 버전을 내놓기도 하고

책과는 다른 체제를 가진 강의음반도 내놓기도 한,

이를 테면 멀티미디어 시대의 시작을 여는 다양한 기획을 내놓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1990년대의 한길사는

지금 AK가 용자질 하는 것 이상으로 용자출판사였습니다)

사실 이 책들이 그렇게 잘 팔렸는지는 미지수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진단학회 한국사 중고본 구하기가

후대에 나온 책 구하기보다 백만 배는 쉽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가끔 출판인의 마음 속에는

풍차만 보면 달려가고 픈 유전자가 내재 되었나 봅니다.

사실 이런 책을 내지 않는 것이

건강에 더 좋은 것을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여러 사람 글 받는 것부터가 지옥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니까요.

에휴.. .

(물론 지금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두 번에 걸쳐 펴낸 한국사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민음사에서 모처럼 재미난 책이 나왔습니다.

사실 대우학술총서 초기본을 제외하면

한국사, 그 중에서도 고대사를 보겠다는 짐순이에게

민음사는 그야말로 '머나먼 정글'이거든요.

사실 짐순이의 책장을 뒤져봐도 극히 소수의 소설이 아니라면

민음사책은 정말 대우학술총서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 발단은 그래24에서 Master archive의 RX-78편을 목놓아 기다리며

F5키만 눌러대던 짐순이의 시야에

이 책의 발매를 알리는 광고가 떴기 때문이었습니다.

짐순이는 Master archive 신간을 사러 가는 길에

이 책도 같이 손에 넣었습니다.

뭐 암만 책 사달라고 울어도 결국 돈 내고 사게 되더군요. 훌쩍..

요즘 한국사 정리를 다시 하면서

조선시대부터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에

이 책이 나와준 게 고맙더군요.

 

이 책은 꽤 재미난 시도를 합니다.

보통 이런 책이 나오면 선사나 고대부터 냅니다.

설령 필진들이 글을 늦게 내서 시대순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1번은 선사와 고대의 몫입니다.

그러나 이 민음한국사의 1번 어뢰는 조선 건국입니다.

(내 한마디만 하갔어. 조선이 1번 어뢰야)

그리고 2번은 임란 전의 성리학의 전성기인 16세기입니다.

보통은 왕조로 나누거나 그 안의 시대구분을 적용하는데

이 시리즈는 세기를 기준으로 책을 만들어냈습니다.

고대만 제외하면 고려와 조선은 세기가 책의 구분입니다.

이 서기에 의한 편년구분은 우리가 서기로 살지 않았기에

항상 적절히 들어맞을 수 없다고 보는 쪽입니다만

(뭐 짐순이는 장기간 지속되는 국가의 속성 상

왕조별, 왕대별 구분이 최적이라고 봅니다만)

이런 끊어 읽기도 한번은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되기에

이 책의 지향점에 대해서 나름 긍정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물론 이 시도가 과연 적절했느냐는 책의 완간 후에야 드러나겠지요

앞서 말한 최초의 멀티미디어 역사책

(엄밀히 말하자면 원소스 멀티유즈에 가깝습니다)

한길사판 한국사도 내부는 과거의 책과 그닥 다를 바 없이

검은 것은 글자, 하얀 것은 종이에 가까웠습니다만

그래도 이 책은 과거의 한국시대사 책들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나온 시도라는 것이 아쉽지만

검은 편집이든 흰 편집이던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면

뭐, 그도 나쁘지 않은 겁니다.



여기 책 소개에 그래24는 산타할배라능..


 

최근 들어 어떤 드라마 덕분에 조선 초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데

그냥 돈 벌어먹고 살기 위해 급조해낸 책을 읽는 것 보다

이런 책을 읽는 게 어떨까 싶기도 하지요.

물론 한국의 어려운 걸 공부하는 분들일수록

어려운 문장은 지옹그의 다리처럼 장식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시지요.

그래도 최근 들어 어떻게든 눈높이를 맞추어 보려는 시도가

부단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는 각오도 필요하지만(왕도는 없다니까요)

그래도 가장 최근, 한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을 밝혀내었나를 읽는 재미도 쏠쏠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을 만하다고 감히 권하는 바입니다.

 

내용이 얼마나 잘 정제되어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선시대에 대해선 정말 아는 바가 적어 확언할 수는 없지만,

나름 잘 정리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다만 읽다보니 지도 부분에서

전세계 일본과 한국, 단 두 나라에서만 가르치는 몽골의 4한국이 그대로 실려있고

(보통 말하는 오고타이 한국은 정식 국가가 아니라

쿠빌라이 치세 내내 저항했던 오고타이계의 반란세력입니다)

지도상 가상의 섬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춘추전국시대의 제와 진한교체기에 세워진 제를 구분 못하는 점 등

틀린 서술도 있지만 뭐, 그건 옥의 티 정도고..

이런 책이 가야할 길은 궁극적으로 뉴톤하일라이트여야 한다고 보기에

좀 갈 길이 멀어보입니다.

그러나 글자만 빽빽하던 과거의 책보다는 좀 더 나아진 것도 있기에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가는 노력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한

2천권만 팔아도 대박이라는 현실에서

언젠가는 많은 분들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을 만들어내겠지요.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책은 글자가 너무 많습니다) 



서피스로 찍은 책. 이걸 사면 그림과 부록 없이 본문만 있는 미니북도 준다능(초판한정)



잘못된 책을 만들어놓고 도리어 팔을 걷는

쓰레기 같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정말 무슨 돈이 남아도는지 이런 책을 만드는 용자출판사도 있습니다.

(AK나 학산만 용자가 아니라구!!)


말꼬리 --------------------

1. Master archive RX-78은 조만간 옆 집에서 다룰 겁니다.

2. 빨리 불교글부터 내놓아야 하는데 공부할 시간도 여의치 않군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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