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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글이 똥, 또는 독약이 되는 기적.. 본문

GR맞은 짐순姬

글이 똥, 또는 독약이 되는 기적..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5. 2. 01:18

어떤 서류에 대한 연락을 받고 오늘에야 이 글을 읽었다.

글이 돈이 되는 기적.. 링크

전에 쓴 역사학을 직업으로 선택하지 말라는 글도 결국은 이런 얘기였는데

현재의 대한민국은 인문학이나 글쓰기로 먹고 사는 게 무척 힘들다

그나마도 떨어지는 떡고물은 

인문학의 외피를 뒤집어쓴 무언가가 다 싹쓸이 하고 있다.

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이삭을 다 거둬버리면 새들이 먹을 게 없다고..

현재의 글을 쓰는 사람들은 

하늘에서 땅의 낱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걸 보는 새들과 같다.

그러다 배고프면 떨어지며 죽는 거고..

저번에 대학 연작글 쓰며 다시 이런 글 안쓸꺼야 했는데 또 쓰네..


위의 링크를 따라가서 읽는 이야기가 거짓같지 않은가?

설마 그럴리가..

짐순이야 아직 너무 어려 저 정도는 겪지 않았지만

가끔 접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날로 먹는다. 

그 이상의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도 주변에는 그런 날로 먹으려는 인간들만 가득하다.

조금이라도 돈을 주려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고

저 글에 나온 신문사처럼 

'어떻게 도와주는 기분으로 하시면...' 이렇게 말하는 데가 더 많다.

그렇다고 정말 퀄리티는 대충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사사건건 트집을 잡기도 하고 때로는 인간적인 모욕도 가한다.

계약서를 잘 보면 내 책임만 있을 게다.

게다가 분명히 계약은 그 지면에 국한인데

그나마 법적으로 보장된 원 소스 멀티 유즈에 대한 권리도 보장 안해줄거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올 초엔 정말 죽을까도 생각했다.

전철을 기다리며 뛰어들기 직전이었다.

작년에 처음 우황청심환을 먹었고

병원에선 가족 몰래 심장을 안정시키는 약도 추가로 받았다.

잠시 끊었다가 요즘에 다시 먹는다.

잠도 못자고 몸도 말이 아니고 정말 의욕조차 없었다.

한 달에 글이 한 두편 올라오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다.

달라진 건 좀 있는데 나아진 것은 커녕 더 나빠졌고

지금 머리 속에 떠오르는 건 

독일 유보트에 의해 타고 있던 배가 가라앉는데

홀로 살아남은 영국 선원이 복수를 가해 격침시키지만

자기도 그 물결에 휩쓸리는.. 제목이 기억안나는 영화 한 장면,

(엄밀히 말하자면 몰고 있던 배가 같이 가라앉는 와중에 마스트에 눌려 탈출 못함)

지금 그런 상황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차라리 격침이라도 시키면 낫지..

죽어라 일해서 편의점 알바하는게 차라리 100만배 더 나은 상황에 있어도

다 참는 거다, 이게 경험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단 한 줄을 쓰기 위해 몇 만원짜리 책을 사기도 했는데

야야.. 이거 평생 하려면 집 마당에 석유가 나와야 하겠네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나 현실은 누구든 와서 쫓겨날거다. 알몸으로.. ㅆㅂ)

가장 큰 건 사람을 믿기 힘들어졌다는 거다.

이상하게 이 일을 하면서 접하는 사람들마다 뒤통수를 때렸다.

이젠 꿈이 도시를 떠나 한적한 곳에서 밀린 책을 읽고 살아가는 것.

하지만 현실적으로 로또나 국민연금이 아니면 이루기 어려운 꿈이다.


자꾸 박제가인지 이덕무인지 한서와 맹자를 병풍과 이불 삼는다는다거나

몽마르뜨의 가난한 예술가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다시 말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푼돈이나마 받았다니까..

그리고 많은 이들이 못살았기도 하고

또 지금처럼 자본주의가 더더욱 업그레이드 된 광기도 아니었고..

그때는 다같이 분노하기라도 했지

지금은 시체에 달려드는 물고기와 다슬기가 되어 있는데..

하다못해 때려쳐도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지.

차라리 경제가 발전하던 시절에는 뭔가 갈 수 있는 자리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막혔고

자기 자리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잖아.

다들 컨텐츠의 중요성을 떠들기는 하는데

그걸로 돈을 벌테니 소스는 공짜로 달라는 사람들만 넘쳐난다.

경험상으로는 국가에서 표창받아 대문앞에 걸어놓은 놈들이 더하더라.


그게, 아니 이게 현실이다.


매주 두어번은 찾아가는 교보나 영풍에서 사람들은 참 많은데

책을 파는 사람들은 죽는다하니

이게 다들 패션잡지랑 자기계발서만 읽는 것인가

아니면 거기 오는 사람들만 5천만 중 유일한 독서인인가 그런 생각을 종종하는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분명히 문자해독률도 높고, 고등교육 이수자도 많고

다들 살기 팍팍하다지만 그래도 나름 경제적으로는 대국 바로 아랜데

이쯤되면 당장 생산인력은 아닌 잉여분야 종사자도 먹고 살 길이 보여야 하는데

솔직히 하나도 앞이 안보인다.

(당장 해야할 일 제쳐두고 그제 열린 세미나 가는 짐순이도 미친 뇬이지만)

르네상스의 시작은 자본의 돈지랄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배웠는데

여기서는 그게 안보인다.

오히려 자본이 그나마도 없는 곳에 빨대를 꽃는다.

벼룩의 간을 내어 회를 치는 지경.


요즘 정운현 선생님이 서울을 떠나 정착하시는 걸 보고 부러워 했는데

물론 그 분도 글로 먹고 살아야 하는 분이니까

마냥 날로 먹는 자연인의 삶을 누리지는 못하신 거 같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보려고 하시는 게 좋아보이기는 한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라나 모르겠다.

지금도 그나마 사람들이 관심 둘만한 일을 미뤄두고

정말 아무도 받아줄 것 같지 않은 일을 시작했는데

그거 한 줄, 한 단원에 필요하다고 또 책을 사는 걸 보면

한참 전에 누가 말했던 '짐순양은 절박함이 없어'란 말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줄 결론 :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 가만히 누워있는 게 가장 경제적일지도 모른다.


말꼬리 ----------------

6월 말에 다음뷰가 없어진다고합니다.

그걸로 친구를 사귄 것 외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은 군소블로거라

규탄할 마음도 없고 그러려니 합니다.

하다못해 흔한 애드뷰도 안다는 곳이니 좀 초연하달까..

(그래도 다음은 미리 예구는 해주잖아)

안되면 다시 설치형 블로그로 돌아가는 거고..

다음뷰는 커녕 다음보다 네이뇬과 구글의 유입도 많으니...

어쩐지 추천수도 극히 적은데 순위가 올라가더라니...

이런 블로그가 1900위대라니 정말 망하는 것이 맞군요.

(이 글쓰는 현재 공연·문화 17위/전체 1929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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