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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귀산과 추항, 그리고.. 4 - 뒤에 남는 자..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귀산과 추항, 그리고.. 4 - 뒤에 남는 자..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 6. 22:34

아마 다음 주나 다다음 주의 글에서는 이 싸움이 어떤 역사적 의의를 갖는가에 대해 이야기해야할 것 같습니다. 귀산전에서는 그저 귀산과 추항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이 싸움은 삼국시대 후반의 정치사를 이리저리 꼬아버릴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건 그때 얘기~!



원문

百濟敗退於泉山之澤 伏兵以待之 我軍進擊 力困引還 時武殷爲殿 立於軍尾 伏猝出 鉤而下之


해석

백제군이 (싸움에) 져서 천산의 못가로 물러나며 복병을 숨겨서 대기시켰다. 아군이 진격하다가 힘이 다하여 물러나는데 그때 무은은 후위가 되어 군의 뒤에 섰다. 복병이 나타나 갈고리로 떨어뜨렸다. 



모자이크가 없던 지난주는 참 모에하지 않았어요..

약간 미리 역사적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이 싸움에서 최종적으로 백제가 졌습니다. 그야말로 백제군은 전멸을 당했지요. 앞서 554년의 관산성 전투의 대참패에 버금가는 큰 패배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백제의 완패는 결정난 것이 아니었고, 또 반격을 가할 여력은 남아있었던 상태였지요. 백제군은 현재 남원시 일원으로 추정되는 천산성 근처로 퇴각하여 전열을 재정비하려 하는 와중에 신라군의 추격을 차단하고 역공의 기회를 잡기 위해 복병을 숨겨두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보인 백제측 수뇌부의 판단은 시의적절합니다. 져도 완패하지는 않겠다. 아울러 막판 뒤집기도 노려보겠다는 것이지요. 기록은 완패 후의 상황만을 이야기하지만 이 시점의 백제군의 전력은 아무리 보수적으로 봐도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겁니다. 어쩌면 앞서 밀려난 것도 꽤 유연한 후퇴였을 가능성도 있지요.


하여튼 신라군의 입장에서도 끝을 봐야죠. 상대가 HP회복할 시간은 주지 않아야 합니다. Search & Destroy! 말그대로 소탕, 잔존 병력이던, 다시 싸우고자 하던 의지든, 아니면 둘 다든지 찾아서 조져야죠. 그런 면에서 마법소녀들이 변신하는 순간 마다 기다려주는 악당들은 참 져도 할 말 없는 상태입니다.(악당이면 좀 철저해지라구!!) 신라군은 쐐기를 박기 위해 뒤따라 왔지만 기력이 고갈되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과거의 전투는 사람의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약간 탈진직전) 벌어지기도 합니다. 고대로 올라 갈수록 전투는 일종의 의례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의, 아니면 중국 삼국지의 시공에서, 나중에 일본 전국시대의 전장에서 서로가 서로의 관등성명을 대고 한판 붙었던 것은 단순의 전장의 미학이 아닙니다.  


그런데 적의 기세가 떨어지는 순간을 노려서 역공을 가한다는 것은 매우 고급스러운 전술입니다. 병법은 심리학이기도 하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닙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백제가 왜 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기록만 놓고 본다면요. 져도 완전히 박살난 것도 아니고, 유연하게 물로나 재정비할 줄도 알고, 또 기세등등한 적의 뒤통수를 칠 신의 한수도 있었고, 전장의 기세를 읽을 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결과론적으론 졌습니다. 물론 과거의 역사학 시각으로 보자면 신라인들의 불굴의 정신력이나 의지 운운했겠지요.(ㅆㅂ, 티아라냐?!) 종목을 막론하고 국제경기 잘 안보게 된 계기가 자꾸 정신력 운운하는 사람들 때문이었는데, 백제나 우리랑 붙는 상대 나라 선수들은 뇌가 순두부랍디까? 오혜성만 이 악물고 훈련했고, 마동탁은 스테로이드 맞고 야구 했던가요?


다른 종목과 달리 야구는 꽤나 이론적인 종목입니다. 경기의 흐름, 선수의 역량을 이해하게 해주는 각종 수치들로 가득하지요. 그게 학문적 위치로까지 올라간 게 세이버 매트릭스입니다. 그런데도 그것만으로도 경기 자체를, 누가 우승할 것이냐를 다 맞추지는 못합니다. 운동경기던 전쟁이던 논리나 특정 이론으로 단정지으려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그걸 해낸 사람은 없지요. 아무리 들여봐도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지요. 물론 이 아막성 전투의 경우, 고대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입에 달고 살 “자료가 없어!”란 절대병기로 밖에 빠져나갈 도리가 없습니다. 아님 누가 열심히 공부해서 현재 물리학으로는 물가능하다는 과거로의 여행을 성공시키던가.. .


신라군도 무질서한 후퇴는 하지 않습니다. 물러 설 때도 거기에 누가 있느냐가 전군의 붕괴를 막을 수 있지요. 원문에서 殿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는 전쟁에 대한 기록에서는 후군, 후미로 읽힙니다. 하여간 이 자리는 매우 쫄깃쫄깃한 자리입니다. 본대의 안전한 퇴각을 돕기 위해 적을 막아야 하고,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아군의 후퇴는 적의 의기양양으로 이어지는 만큼, 출혈도 심합니다. 이 자리에 선 자가 정줄을 놓게 된다면 그 두려움은 맨 앞에 선 자에게까지 순식간에 퍼집니다. 간도 커야하고, 그만큼 죽지 않을 정도로 역량도 뛰어나야 합니다. 그야말로 9회말 2사, 주자 만루에 마운드에 올라선 구대성처럼 담대하고도 잘던져야 합니다. 그 자리에 귀산의 아버지, 추항에게는 춘부장 어른 무은이 맡습니다. 


"논어" 옹야편에 이런 글이 있지요. “맹지반은 자기 공적을 자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퇴군 때에 맨 꼬리에서 퇴각해 왔는데, 막 성문으로 들어오려 할 때 쯤, 자기 말을 채찍으로 치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일부러 뒤에 쳐진 게 아닌데, 원, 말이 모두지 가줘야지.’” 이게 뒤에 선 자의 모습입니다. 이길 때의 선봉은 칭송받지만, 질 때의 후위는 잘해야 롤랑의 뿔피리지요. 무은은 적의 손에 넘어가게 됩니다. 무은은 어찌되고, 저렇게 굳건하게 버티던 백제군은 어떻게 참패하게 될까요?


말꼬리 -------------

1

갈고리 이야기는 별도로 하나 써보죠.

2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걸스를 시작한만큼 글이 더 안올라올 수도.. 일해라 토가시! 글써라 짐순아!
3
출구는 하나, 그는 가고 나는 남는다..로 제목을 해볼까하다가. 너무 길고, 아마게돈 얘기할 것도 아니라 걍 간결하게 제목을 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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