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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윈도 10에서 기술결정론의 냄새를 맡는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윈도 10에서 기술결정론의 냄새를 맡는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0. 12. 14:35

베타버전으로 치자면 8이 나올 때도 안깔았습니다. 그 땐 짜증이나서였고, 10은 그걸 감당할 제품이 없었습니다. 전세계를 강타중인 경기침체는 지구연방군의 예산에도 영향을 주어, 새로운 시스템을 장만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8은 버티고 버티다 서피스rt부터 시작했지만(사용한지 3일만에 블루스크린 본 건 자랑) 시작메뉴랑 몇 가지 문제를 빼면 참아볼만했습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좀 뒤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왜! 지구 연방은 왜 거지가 되었는가?!



그건 짐순이가 애송이기 때문이지.



뭐, 10년 묵어가는 고물, 그러니까 삼국지 10과 다운로드용으로만 쓰는 노인인데도 윈도 10으로 업글이 가능하다고 하길래 한 번 깔아보긴 했습니다. 8.1도 뻑나서 안깔리는 애가 이건 됩니다. 오호 일단은 점수를 먹고 갑니다. 뻑나도 덜 아플 애로 실험한 건데 이게 되면 딴 애도 된다! 그런데 8과 8.1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가질 시작메뉴부터 기분이 잡치더군요. 살린 것은 맞는데 8에서 했던 과오는 전혀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팍팍 전해지는 시작화면, 8.1이 윈도의 환경설정에서 설정과 제어판으로 이원화된 것을 해결하겠다더만 실제론 더욱 불편하게 만든 것. 가뜩이나 올해 초 윈도 업데이트 충돌로 그럭저럭 잘 돌아가던 w4를 맛가게 했는데(평소에 자동업데이트대신 받는 것부터 선택하기를 씁니다만) 이젠 강제 업데이트. 


<제대로 하려면 캡쳐를 떠야하나 이미 구형 데탑을 7로 되돌린 후라 다시 설치하지 않는 한 화면으로 보여드릴 게 없습니다.. 다시 10 깔기 싫다구!!>


아무리 짐순이가 24시간 컴퓨터를 끼고 살고 맨날 IT저널이나 관련 블로그들을 돌아다녀도 90% 이상의 그저 그런 유저에 불과합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해결방식을 찾아낼 수 있거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도 끄덕거릴 정도로 대단한 유저가 아닙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컴퓨터랑 좀 먼 분들보다 나은 정도입니다. 8부터 10에 이르기까지 모던UI부터 시작메뉴의 소멸과 부활에 이르기까지 일반사용자의 목소리는 결코 들리지 않는 방음실에서 만든 티가 납니다.


모던 UI가 나온 후 갑자기여러 게시판에서 8에 대한 찬양론이 나왔습니다. 꽤나 쓸만하다구요. 시작메뉴가 없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요. 짐순이는 윈도 태블릿이 지금은 사라진 사어死語, 퓨어태블릿(슬레이트를 거쳐 요즘은 뭐라 부르더라..)라 불리던 시절부터 써왔으니 이 ui에 대해 호의적일면 호의적일 수 있는데(xp태블릿에디션부터 써본 나름 짬되는 유접니다. 나이는 어려도) 일반적인 사용자의 입장에서 봐도, 한글 입력작업이나 네이트온 대화도 화면에 디지타이저 펜으로 시간 차 없이 쓸 수 있을 정도인데도 공정 하나 두 개가 더 들어가는 게 불편하더라 이거죠. 아니면 너무 오래전부터 기존 UI에 너무 최적화 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눼, 사실 짐순이가 뉴타입은 아니죠) 그런데 앱을 통한 작업이 기존 방식에비해 더 우월한 것은 아니더라. 이거죠.


물론 안드로이드도 처음 앱 구동은 그닥이었습니다만 이건 그 문제가 아니죠. 문제는 윈도 사용자의 90% 이상은 매우 보수적인 유접니다. XP에서 7로의 전환도 고통을 수반하는 정도의 유저들도 있다고요! 7은 복잡해서 못쓰겠단 말을 들은 게 한 번, 두 번이 아닙니다. 그냥 컴맹도 아닌 사람들인데도요. 


문제는 마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와 IOS의 성공에 흔들려버린 것이죠.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매우 매력적인 결과물입니다. 사실 혹했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것인데 마소의 문제는 타인의 성공에 눈이 먼나머지(물론 점유율과 매출 어쩌구를 보면 이해는 간다만) 자신의 강점, 자신의 고객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죠. 앱생태계요? 아무리 앱스토어, 구글 스토어의 바다가 크고 깊고 넓다한들 .exe로 구동되는 윈도 은하계를 넘겠습니까? 윈도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4~5인치 화면에서 손가락을 굴리며 일을 하겠습니까? 뭐 먼 미래에는 시계만한 컴퓨터가 지금 워크스테이션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의 역사를 봐도 당연히 내릴 수 있는 결론이죠.


그런데 그 언제 올 지 모를 가능성만으로 현재의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합니까? 기술 결정론자들 말대로 다 되었으면 우린 이미 라인하르트와 양 웬리가 이젤론 회랑에서 싸우는 것을 직관하고 있겠지요.(아님 아스테이트 성계에서 전사했거나) 윈도 8에서의 실수는 그야말로 긱들만 생각하고 만든 게 티가 났지요. 그래서 비스타만도 못한 흥행성과를 낳았고 하마트면 윈미의 흑역사를 다시 써내릴 뻔 했죠. 문제는 8.1이었고, 10이었습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윈8이 살 기회는 XP의 기술지원이 종료되던 시점에 시작메뉴 하나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랬으면 미치게 밀고 싶은 모던UI는 실패했다고 자인하는 꼴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프로그램 하나 깔아 시작메뉴와 모던ui를 같이 쓰는 입장에선 매우 만족스러운데요.

 

지딴엔 똑똑하다고 내놓은 게 8.1을 버리고 10에 올인하는 겁니다. 그래서 10이 나온다고 할 적엔 약간 기대를 했었지요. 그런데 나온 게 저겁니다. 아무리 윈8이 맘에 안든다한들 윈미 정도는 아닙니다. 초창기 비스타보단 그래도 사용자 친화적이고요.(저사양 컴에서도 돌아가는 것, 프로그램 구동시 덜 까탈스럽다는 점에서)


아무리 컴맹이라고 해서 적응을 아주 못할 것 아닙니다. 위에 언급한 분 중에서 한 분은 윈 8.1이 깔린 노트북을 사서 쓰시다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선 나중에 '짐순양, 이거 윈 10이지?'라고 하셨어요.(아아~~, 미안해여. 이거슨 디스에염) 그래서 시작메뉴 깔아드릴까여 했더니 걍 쓰겠다고 하십니다. 적어도 이 나라의 전산환경은 윈도를 안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니까요. 하다못해 크롬이나 파폭 안되는 곳도 많은데 리눅스나 맥OS가 잘 될 리가.. 


여기까지는 그동안 여기나 다른 분들 댓글에서 늘 징징거리던 겁니다. 전혀 새로운 것이 없는 그 야그가 그 야그. 그냥 짐순이 징징거림으로 불려도 할 말이 없습니다.(사실이거덩!)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시실 기술의 역사에서 일반 대중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초신기술이고 나발이고 사장되었습니다. 물론 '대중은 돼지다!'란 파시스트스런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지요. 지금 짐순이가 쓰는 자판은 쿼티자판입니다. 타자기 기술이 형편 없던 시절에 너무 빠른 타자를 기계가 못따라가서 일부러 늦추게 만든 것이죠. 자판 제작기술이 매우 발달하고, 이젠 컴퓨터가 된 시대에도 쿼티는 여전히 주력이고 그걸 극복하고자 만든 드보락 자판은 설 자리가 없죠. 뭐 그게 우리나라에서도 3벌식 자판에도 재연되었습니다.


어쨋거나 기술자가 어떻게 내놓던, 반대할 수도, 찬성할 수도 있었습니다. 위 자판을 비롯한 여러 기술의 존폐를 선택한 결정이 항상 합리적인 건 아니었지만요. 그러나 이젠 기술을 가진 사람들의 힘이 매우 커졌습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삽질은 내가 해서 퍼넣을테니 너는 입만 열고 있어..라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대중은 종종 매우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만 그 만큼 좋은 선택을 했기에 인류의 역사가 그럭저럭 굴러온 것이지요. 자동차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만 남은 지금보다 개나소나 창고에서 뚝딱뚝딱 만드는 시대의 것이 더 다채로웠죠.


그런데 마소가, 애플이, 구글이, 아니 거대 기업이 강제하는 기술의 시대는 정말 그들이 떠드는 대로 인간친화적일까요? 지금은 업데이트에 대한 불만, 내가 오늘 아침까지 잘 쓰던 앱이 먹통이 된다던가. 클라우드에 넣어둔 자료들이 날아가는 정도의 사건들만 일어나지만요. 그렇다고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사람들이 박수치며 넋놓아 외치는 혁신은 실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더 쉽고, 국물도 안남기고 다 빨아먹겠다는 경영학의 혁신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많은 부분이 그렇게 되었구요. 반만년 찬란한 우리역사나 인문학을 입에 달고다니는 사람들만큼이나 혁신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 이윱니다.


말꼬리 ---------------

1

이리 떠들어도 서피스 북 발매 소식에 미노프스키 열핵반응로가 설렌 건 비밀.


내청코 2기 2화.. 이 아끼고 아껴둔 걸 여기에 쓰다니...


2

정작 욕을 해도 스티블 발머찡을 보고 ㅎㅇㅎㅇ 거린 건 안자랑


치노가 이 글에 대해 한마디 합니다. 주문토끼 2기 방영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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