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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잠삼의 시를 읽다가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잠삼의 시를 읽다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5. 12. 31. 23:01

玉關寄長安李主簿 옥문관에서 장안의 이주부에게

- 잠삼岑參


東去長安萬里餘 동으로 장안과의 거리는 만 리가 넘는데

故人那惜一行書 친구는 어찌하여 편지 한 장 보내기를 아끼는가

玉關西望腸堪斷 옥문관에서 서쪽을 보면 창자가 끊어질 듯한데

况復明朝是歲除 더구나 내일은 섣달 그믐날이다


자리에 눕기 전에 볼 책 없나 책장을 두리번 거리다가 문득 잠삼의 시를 모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삼은 당 현종시기에  지금의 감숙성과 그 너머 중앙아시아에서 구르고 구른 문인입니다. 최전선 군대에도 문관은 필요하기에 고선지나 그의 휘하에 있던 봉상청의 막료로 오랜 기간 전선에서 생활을 합니다. 당시 당나라에서도 최전선이었던 곳에 남양(삼국지로 치면 완 근처지요)이 본관이고 태어나긴 호북성인 문관에겐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그래선가 그의 시에는 어찌보면 애닳고, 또 달리보면 징징거리는 시가 많습니다. 장안으로 돌아가는 사람을 전송하자니 눈물이 옷을 적신다..면서요. 더 끌린 시가 있었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이라 이 시를 골랐습니다. 뭐, 기약없긴 하지만 잠삼의 이야기는 언젠가는 할 것이니까요. 당나라의 대외관계나 고선지를 비롯한 고구려 유민들의 행로 등등 할 게 많아요.(안해서 그렇지)


원래 역사에 관심 갖던 시대엔 춘추전국시대가 끌렸고, 한동안은 위진남북조에 미쳐있었다가 이제 관심이 시스템으로 고정되니 당나라가 재미있더군요. 거기에도 춘추전국이나 위진남북조 만큼 격동은 없지만 그래도 구조에 눌려버린 인간의 목소리는 있더랍니다. 짐순이가 역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관심은 그 목소리입니다. 그 목소리에 끌려 역사책을 잡았고, 신분이니, 전쟁이니, 정치제도에 전념한다해도 그 속마음은 여전히 꿈이 날아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 있을 겁니다.


며칠 전에 올린 글에서 단기적으로는 비관, 장기적으로는 낙관..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장기라는 것은 한 두 세대의 생존기간이나 1~2백년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좀 짜게 잡아도 500년, 천년이 될 것이고, 정말 길게 잡으면 문명의 시작으로 1만년입니다. 두보의 시에서 두번째 정도로 좋아하는 시가 석호의 관리인데.. 안사의 난의 와중에 가족이 무너지고 사회가 붕괴하는 와중에 들려오는 인간사의 비명을 시인이 잡아냅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 노래에 그쳐버렸지요. 황제니 왕이니 하는 것들은 그 후로도 그런 짓을 하면서 전혀 아파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최소한 몸에 불을 지르며 저항하면 사람들이 들어줄 정도는 되었지요. 아주 가끔 끌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만큼 냄비에 개구리 몰아놓고 삶는 방법은 더욱 교묘해졌지만 최소한 개구리가 울고 있다는 것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죠. 어쩌면 그것은 지난 수백년간에 인간이 거둔 최고의 성과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글쟁이가 굶어죽으면 다음 죽음만은 막자는 구호뿐인 선언이라도 나오고 때론 정말 그것을 막기도 합니다.(실제로 몇몇 창작자의 죽음 이후 실효성 있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죠..) 어쩌면 그것이 하나의 균형추가 되고, 챗바퀴에서 탈출키는 힘이 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인간사회의 자폭만은 막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정말 과학자 안된 게 인류사회에 천만다행.


말꼬리 ---------------------

1.

이제 자러 갑니다.

2.

시는 "잠삼시건"(주기평 편역, 지식을만드는지식, 2011)에서 읽고, 해석은 "당시정해"(임창순, 소나무, 1999)의 것을 올려봅니다.

3. 

다음 주부터 많이 보게될 것입니다. 이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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