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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시대와 분야, 지역을 막론하고 역사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시대와 분야, 지역을 막론하고 역사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1. 6. 19:59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은 없습니다. 쥐뿔도 모르는 '19세 청순가련병약미소녀'(간만에 풀 네임!!)에게 그걸 물어볼 정도로 한가한 사람은 없어요. 다만 스스로가 한가한 짐순이는 생각하고 또 생각할 따름이죠.


어학실력? 일본사는 일본어, 중국사는 중국어가 필요하겠고 서양사라면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는 필수일 겁니다. 좀만 위로 올라가면 거기에 라틴어가 추가될 것이고, 하필 맘에 둔 게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사라면 어학공부로 세월이 가는 경험을 느낄 수 있겠지요.(문명 게임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가는 방법이!!) 하다못해 한국사를 공부하려고 해도 한자는 기본소양이긴 합니다. 언어가 기본이 되는 역사학의 속성 상 문자에 대한 이해는 필수입니다. 그러나 언어가 역사 공부의 전체는 아닙니다. 역사 공부를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또는 진득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가라는 조건이 필요하겠지요. 책을 파고 드는 일이 많은 일이니 당연히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야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어떤 이들은 이제 인터넷에 정보가 다 있는데 뭘 보고 그러나 하는 이가 있지만 나무위키나 네이버나 디시에 있는 자료가 전부일리는 없고, 공부를 한다면 그 정보가 똥인지 된장인지 가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안되면 그냥 검색으로 연명하는 Z.O.T문가에 불과하지요. 하지만 책도 수단일 뿐 목적은 될 수 없습니다.


해방 이후 무수한 선생님들이 입문을 희망하는 제자들에게 했던 대사, "자네 집은 먹고 살만한가?" 이것도 중요합니다. 소매자락이 넓어야 춤을 춰도 뽀대가 납니다. 힘들데 일하는 농민들의 소매는 좁지요.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되는 이의 옷자락은 넓기에 같은 춤을 춰도 폼이 다릅니다. 돈 없으면 논어를 병풍삼고 한서를 이불 삼아 살기(반대던가요?)..는 커녕 쌀도 없는데 책이 남아있을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돈이 많으면 역사공부를 하기 충분한 여유를 줄 수 있어도 돈 많은 게 역사적 지혜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선 이건희, 정몽구 이런 분이 역사학자일리가요.


역사를 좋아하느냐? 이게 조건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싫어하는 걸 인생을 걸어가며 할 만큼의 반대급부를 제공할 수 없어요. 강백호에게 권유하는 채소연도 아니고 말이죠.


그렇다면 뭘까요? 뭐가 가장 필요할까요? 앞서 들었던 것들은 가지고 있으면, 더 많이 갖출 수록 좋은 것들입니다. 그런데 일본애니 10년을 보고도 일본어가 안되는데다, 차라리 빔샤벨 휘두르며 자쿠들을 베는 게 더 낫다는 산만의 극치가, 책살 돈은 개뿔.. 이러는 짐순이도 역사 공부라는 것을 합니다. 


짐순이 생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상/상/력이라 봅니다. 10~20년 이내 현대사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역사공부를 하는 사람'은(짐순이는 역사가가 아니니까요. 키랏~!) 자신의 경험으로 공부하지 못합니다. 듣고 읽은 것들로만 그 역사를 재구성해야 합니다. 조선시대조차도 아녀자들의 복식은 10년 이내로 유행이 변하였고, 제도나 상식도 끊임 없이 바뀌어 갑니다. 언제나 그대로인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항구한 존재로 태양을 꼽지만, 그 태양조차도 사실 올해의 태양과 작년의 태양은 다릅니다.(크기나 활동량 등에서요) 50년 전에 도시는 자유연애를 할 수 있었지만 강원도 산골에서는 신랑 얼굴을 첫날 밤에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국가, 같은 시대라도 지역마다 다를 수 있지요. 


간혹, 자신이 본 교과서(적 서적)나 자기 선생님의 말씀이나 자기가 여태까지 읽은 것 이외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역사 공부하는 사람들도 봤습니다. 앞서 말한 상상력을 가지지도 않고 가지려고 하지도 않는 사람들입니다. 짐순이가 말하는 상상력은 바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물론 자료가 많으면 그래도 생각할 여지가 있지요. 고대사보다는 근현대사가 좀 더 나을 겁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 필요한 것은 그 시대, 사건, 인물을 생각하는 상상력입니다. 그냥 외운 것만 나불대면 그 사람 말을 들을 이유가 있을까요? 그냥 잘 나온 책을 보면 되지. 뭐든 누가 이렇게 말했다는 말만 하는 사람만 보면 화가 나서 "야, 이 개객기야. 그 얘기 들을 꺼면 그냥 원전 보고말지 너랑 왜 대화를 하는데!"라는 말이 목까지 올라옵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면.. 솔직히 말하죠. 쓰/레/기로 보입니다. 아무리 좋은 어학능력, 아무리 좋은 학위를 가져도 말이죠. 물론 역사가로서 말입니다.


평가는 현 시대의 가치에 맞게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E.H. 칼슘할배가 말한 것처럼 역사가는 시대의 자식들이거든요. 종종 불을 뿜기도 했지만 김부식의 경우 고려 후기에 디스하는 거나 조선 전기에 디스하는 거나 후기, 일제시대, 현재 딧하는 게 각각 다릅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정말 역사가는 자신의 시대의 눈에서 벗어나는 게 어렵습니다. 그러나 평가는 평가지만 사실 자체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 시대 입장에서 봐야 합니다. 한글이 없었는데 한자로 삼국사기 썼다고 욕할까요? 전왕조사로 삼국사기를 쓴 건데 단군이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나왔으니 불완전 역사서라 깔까요? 감히 신분제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깔까요? 임금에게 충성하라? 이런 왕당파色姬를 봤나라고 욕할까요? 아니 워드프로세서 안쓰고 활판 인쇄를 했다고 욕안하니 다행인가?


1차대전 슐리펜계획이 일그러진 것에 대해 소 몰트케를 까는 이는 많지만, 그 당시의 자동차 기술, 도로사정, 전혀 통일되지 않은 규격들(심지어는 프랑스, 독일 모두 자국 안에서도!!)을 생각하는 이는 드뭅니다. 21세기의 사정만을 머리 속에 담고 보면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전략 변경이죠.(물론 그게 100% 면피감은 아니지만)


도구는 어찌어찌 보완 수단은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학자처럼 접근하고 상상하는 능력은 보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짐순이는 대신할 수 없는 그 능력이 가장 필수적인 조건이라 생각합니다.


말꼬리 ------------

1. 

얼마전 돌아가신 에드워드 핼릿 카 선생을 자꾸 캴숨할배라고 부르면 고인드립이지 싶지만 나름 애정표현이라 빔샤벨 꼬나들고 우겨봅니다.(하지만 상대가 지옹그나 빅잠이면 어떨까?)

2. 

생각해보니 이게 필요, 충분조건으로 정리될 수 있긴 하겠군요.

3.

사실 화가 좀 나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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