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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대학원행성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잘못된 안내서..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대학원행성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잘못된 안내서..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7. 1. 9. 22:38

오전 중에 방명록의 글을 읽고 비몽사몽중(눼, 연방의 MS는 시동을 걸면 한참 후에야 정상가동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전투로 인해 손상이 많이 가서요)에 글을 적다보니 적절하지 않은 건성건성한 글로 예의에 어긋난 것 같아 밤이 되어서야 이렇게 적어봅니다. 원래는 방명록의 글을 옮기려 하였으니 비밀글이라 그 대답만 좀 더 풀어서 적어볼까 합니다.(눼, 스텔스 모드로 하신 건 매우 잘한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어디나 지온군의 정찰기들이 득실득실하니까요)

질문을 해주신 분은 아주 간략한 정보만을 주셨으므로 19살 어린 나이로는 명쾌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지 의문입니다만 그래도 어르신(?)의 고민에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대학원에 가려고 하는데 고민 중이라 하셨습니다. 일단은 앞으로 먹고사는 문제겠지요. 또 내가 저 소굴에 들어가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을 겁니다. 만약 이 두가지 고민이라면 고민도 적절한 걸 고르셨습니다. 

일단 먹고사는 문제는 뭐 해방정국에 여러 대학이 세워지고 거기에 사학과가 생겨났을 때부터 준비된 질문이 있습니다. "자네 집은 먹고 살만한가?" 그 질문을 처음 하신 분도 고인된 지 오래고, 그 말을 들은 이들도 살아계신분이 거의 없습니다. 만약 내가 사회에 나갈 자신이 없다면 오지 마세요. 더 잘 벌 수 있는 길을 버렸거나 아예 적응을 못하는 괴물들이 사는 곳입니다. 오래오래 공부를 하는 사람일 수록 도피자를 위한 소도는 제공하지 않을 정도는 사악합니다. 원래 공부를 오래한 사람 치고 악독하지 않은 이는 없다는 지론이었지만 그래도 만나보면 좀 착한 면을 많이 가졌습니다만 자비심 넘치진 않아요.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이미 그 바닥에 들어간 어른들 중 고상한 척 안하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분께 상담해보세요.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 해줄껍니다. 학교마다 다르고, 분야가 다르고, 거기 선생님들마다 성향이 다르니 이건 일반화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그 지옥에 빨려들어간 사람들을 "살려는 주는지" 물어보세요. 연구과제가 많으면(인구밀도가 방글라데시 수준이 되면 그것도 분배절차가 복잡합니다) 책 사고 밥 사먹을 돈은 되겠지만 거기 선생님이 수도사 성향인 경우 돈은 스스로 벌어야 합니다.

가끔 "우아하고 고귀하고 지성적"임을 과시하는 어른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을 보면 대학원이란 세계가 마치 오! 나의 여신님에 나오는 여신들의 홍차 파티처럼 고상하다 착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가끔 보이지요) 선생님들도 지옥에 들어온 "사도"들과 지옥 밖의 어린 양들을 대하는 게 다를 수도 있습니다. 대학원을 무슨 아테네 학당처럼 착각하고 여기가 내 천국이겠거니 하면 그 문은 지옥의 문이 될껍니다. 그리고 또 그걸 보고 도망가도 될 낙원인줄 착각하는 바보가 늘어납니다.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정말 농구가 하고 싶어 안선생 앞에서 울고 있는 정대만처럼 공부하고 싶어 미치는 건가, 아니면 그쪽에 적성이 맞는 건가. 둘 중 하나면 해봐도 됩니다. 학부 시절 공부 좀 한다는 소릴 들어도 되고, 막판에 재미를 느껴 흥분되는 단계여도 좋습니다. 여기서 궁금한 건 책만 보는 앞으로의 일상이 맞느냐는 겁니다. 좀 심하면 책상에 30~40시간 정도는 앉아서 화장실과 밥먹는 시간(그것도 빵으로 순식간에 해치우며)만 빼고 뭔가 할 수 있다면 매우 좋습니다.(물론 병원방문할 일이 수십년 당겨지겠지요)

그런데 냉정하게 돌아봐서 자신이 교과서 이상, 선생님이 말하는 거 이상 넘어가지 못할 것 같으면 포기하세요. 가끔 교과서(같은 책)에 없으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마치 꿩이나 타조가 위험에 닥치면 머리를 박듯) 선생님 하는 말만 하겠다면 그냥 역사 애호가로 남아주세요. 스스로도 힘들지만 몸담을 세계 자체가 오염됩니다. 가끔 그런 사람들 보면 그러면 그 책을 보던가 당신 선생 얘길 듣지 뭐하러 당신 얘기를 시간 버려가며 듣고 있냐는 생각이 듭니다.(참 어린 게 싸가지 없네)

이래저래 생각해봐도 이길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면 "환영합니다". 고대사를 염두에 두신다면 "이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할 겁니다. 헌책방의 구석에서 혹은 퇴임하는 선생님이 가져가라는 책 무더기 중에 자신의 연구 주제에서 매우 중요한 책을 발견하고 야동(짐순이의 경우 동인지입니다)을 볼 때보다 더 흥분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이미 당신은 대학원행성에 서식중인 훌륭한 변태이자 지옥의 사도, 또는 정신 나간 수도사의 무리의 일원이 된 것입니다.

말꼬리 ---------------

혹여라도 학술행사장에서 19미터짜리 민트와 빨간색의 모빌슈츠를 찾진 마세요. 보통은 광학미채를 두르고 담벼락/지붕에 달라붙어 있거나, 정 가기 힘들면 페어리 공군의 특수전기를 상공에 띄우고 도청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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