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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고대의 전쟁이 항상 왕권 강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사건과 진실

고대의 전쟁이 항상 왕권 강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8. 2. 22. 23:28

한국고대사에서 고구려, 백제, 신라와 같은 고대국가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 항상 크고 작은 제지정치체가 왕실의 품으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전쟁을 꼽습니다.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던 정치체들이(그걸 소국이라 부르던, 부라고 부르던 상관 없습니다) 전쟁을 통해 중앙집권화의 길을 걷는다고 보는 것이지요.


아차산 출토 마름쇠. 전쟁하면 항상 떠오르는 게 마름쇱니다. 이거 뭔 성애야..;;


이 설명은 많은 부분에서 타당한 관점입니다. 왕실이 절대적 지위를 차지하던, 각 청치체의 회의에서 의장 역할을 수행하던 왕실이 속한 정치체가 자기들 보다 약간이나마 우위에 있다는 것만은 인정한 상태에서 전쟁과 걑은 국가대사의 경우 왕실이 주도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빠리를 중심으로 한 일 드 프랑스Île-de-France의 영주가 왕이 되어 봉건국가인 프랑스를 대표하는 것처럼 말이죠. 메로빙거부터 부르봉에 이르기까지 왕실과 각 지방의 역학관계는 달라도 왕실의 우위만은 인정되는 것이죠.


전쟁을 하게 되면 왕실 뿐만 아니라 각 정치체도 참여를 합니다. 작전의 수립에서부터 각 부대간의 조율, 전장에서의 지휘 등 여러 부분에서 왕실의 입김이 강해집니다. 아니 강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어차피 그것도 안될 약체라면 진즉에 사라졌을테니까요. 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전리품의 배분도 왕실의 주도가 됩니다. 진짜 왕권이 강하다면 왕이 철저하게 주도를 할 것이고, 설령 좀 약하더라도 그 권위만은 인정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여타 정치체보다는 유리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 과정을 통해 왕실은 더욱 발언권이 강해지고 지역 정치체는 약화된다고 설명합니다. 명쾌합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한 것일까? 보통 주도권을 가지고 지분을 많이 가지려면 그만큼 투자도 가장 많이 해야하는 것입니다. 전쟁에서 이기면 그만큼 배당액의 비중이 압도적이 됩니다.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명분상의 우위라도 많이 가져가겠지만 실질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직 왕의 권한이 절대적이지 않은만큼 어느 정도는 계약이라는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까요.(이 점이 조선시대사하는 분들은 이해못할 부분입니다. 선조가 이순신을 몰아가듯 고대국가에서 그랬다면 가만히 목을 빼고 베어주십사 했을까요?)


그러나 전쟁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 경우 지역정치체도 손실을 보겠지만 가장 큰 손실은 왕실이 집니다. 가장 정예일 것이고 가장 수가 많으며, 가장 많은 전선을 담당하기 때문에 손실의 폭도 그만큼 큽니다. 그때도 왕실은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안악 3호분 행렬도. 언젠가는 이 그림만가지고 좀 띠꺼운 얘기를 할 날이 오겠지요. 방패 좀 만들어놓은 후에요.


사실 전쟁을 통해 성장한다는 기본적인 전제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도식적으로 본다면 고대국가에 요구되는 성장의 시간은 그야말로 급속이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론 수백년이 걸렸습니다. 투 스텝 포워드, 원 스텝 백Two steps forward, one step backward..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지나친 도식화일지 모르겠으나 7세기 국제전 수준이 아닌 이상 고대국가의 성장기의 전쟁은 고만고만한 것들과의 싸움입니다. 축구처럼 약팀이 강팀에게 절대적으로 멱살잡히는 것이 아니라 야구처럼 5할 평균싸움인 것이랄까요. 고구려와 백제, 신라는 적어도 6할 싸움을 한 것이고, 역사에 기록되지도 못하거나 이름만 남은 경쟁자들은 4할 싸움을 한 것이겠지요.


2천년전으로부터 수백년간 벌어진 싸움의 실제는 전쟁을 통해 고대국가가 성장하는 이론이 아니라 전쟁에서 살아남는데 성공한 게 고구려, 백제, 신라였다는 것일 겁니다. 이길 때 바짝 벌고, 질 때는 손실을 최소화하며 재빨리 수복한 놈만이 살아남은 것입니다. 그야말로 강한 자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겁니다.


그동안의 연구는 어느 정도 이론이 현실을 주도하는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지난해, 올해 많은 사람들이 보았던 영화 1987의 세계의 주된 흐름이기도 했습니다. 사회분해로 인한 공동체의 분화라던가(이대로 하자면 한국사 속의 사회조직은 늘 분화만 했습니다) 이제는 이론적인 면이 너/무 중시된(이렇게 이론 편향을 까는 짐순이두 이론을 중시합니다만) 접근의 설명은 지향해야할 때가 온 것 아닌가 싶습니다. 87년체제의 개편을 도모하는 시대에 우리도 그래야할 때가 온 것이지요.


말꼬리 ---------------------

1.

어젠가도 말했지만 조선시대의 충과 고대의 충은 기본 전제부터 틀리다는 것을 그쪽분과 대화하면서 알았습니다. 원시유교쪽에 가까운 짐순이는 세 번 말해 안들어쳐먹으면 사표써야지라고 생각하는 반면, 그쪽분들은 머리를 돌난간에 박아 피범벅을 만들어서도 저지해야한다는 생각이랄까. 이순신의 예를 드는 것을 보고, 아아 둘 다 다른 생각이구나. 틀린 게 아니란 것을 실감했습니다.(사실 며칠 잠을 못잔 상태에서 흥분해 노트북을 던지려다 이거 비싼 건데 하고 참은 기억이...)

2.

누워서 책읽다가 이거 쓴다고 일어나는 미친 짓을.. 원래 써야하는 원고가 있는데 어디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어 여기에 주절주절거려봅니다.

3.

점점 부체제설과는 멀어지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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