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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역사 공부는 이것저것 가림이 없어야 한다..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 공부는 이것저것 가림이 없어야 한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5. 24. 23:14

일부 선생님들은 한국고대사 연구가 정체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하십니다.

그러나 매년 나오는 연구성과는 날로 풍성해지고

또 연구자의 수도 다른 분야에 비해 그리 적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뭐랄까

연구 주제는 다양한데 보는 입장이 너무 단선적이랄까

한가지 방향에 편중되었달까

저금 다르게 보는 입장, 다른 연구 방법론이 나오면 꺼려하는 듯한 면은 있습니다.

원래 학문은 좀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 싶을 정도로 파고드는 면이 있어야 하기에

그저 그런 거 아니냐란 반응이 나오기 쉬운데

제 생각은 삼국사기만 보고, 우리 학파 논문만 보고, 고대사만 봐서 그렇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기술사를 한다면서 기술 자체에 관심이 없고,

대외관계사를 한다면서 관련국가의 흐름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것을 접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좁혀 공부를 합니다.


대학원에서도 대개의 경우 한국고대사를 전공하겠다고 정하면

기간 내내 고대사 수업만 듣다 옵니다.

아무레도 자기 전공수업만으로 학점을 채울 수 없기에

다른 학교에 가서 그 전공을 듣다 오는 겁니다.

물론 질릴 때까지 집중해서 듣는 경우라 자기 전공의 이해도는 높습니다만

역사의 흐름 자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곁가지들은 놓칠 우려가 높습니다.


석사, 박사기간 내내 제일 많이 들은 수업은 고려사였습니다.

역대 한국사과정생 중 서양사 수업을 들은 유일한 인물입니다.

(물론 서양사 자체를 좋아하게 된 건 먼 훗날의 일이고 이때는 모두 괴로웠습니다. 

선생님이나, 저나, 같이 듣는 서양사선배나)

학교가 변방에 있고, 또 이것 저것 다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과정이 짜여져 있고,

인근 학교랑 교과연계 따윈 생각도 안하던 시절이라 다른 학교서 듣는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었죠.

처음에는 그게 너무 싫었고, 유일하게 다른 곳에서도 수업을 듣는 고고학 전공을 부러워 하긴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것 저것 듣는 게 오히려 제 전공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고대사든 이빨 와장창 빠져있는 모양이란 게 공통된 모습이긴 한데

그 이빨 빠진 것만 쳐다봐선 원상태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감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곳에 가서 빠져있는 것을 발견하곤 이렇게 생긴거다

이빨이 하나는 박힌 걸 보고 어떻게 박혀있구나...에 대해 감을 잡고

그래야 온전한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현재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보고 아, 이런 움직임이 있구나를 떠올려야죠.

역사가는 인류학자의 눈도 가져야 하는데

그런 면이 모자라다 보면 공허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됩니다.


나당전쟁을 이야기 하며 당나라가 왜 쳐들어오고

675년 이후 전쟁이 왜 멈추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게 그리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전에는 그저 '당나라는 욕심쟁이, 우리 화랑용사 정신력 욜라 세다' 이게 전부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고려시대 전기의 중앙정치 제도로 2성 6부제를 이야기하는데

왜 중국의 3성 6부제가 아니고 2성 6부라는 변칙적인 제도인가 궁금해 했는데

요즘들어 율령제 공부를 한다고 중국도 공부하다보니

'개설서'에 당 후기에 이미 이러저러한 이유로 2성 6부로 간다고 하더군요.(눼, 개설서에 나와요)


내일쯤 다룰까 하는 이야기가 외계충격설인데

이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환경사책을 뒤져보고(그나마 번역도 몇 권 없습니다),

천문 우주책을 뒤져보니까 이것을 그렇게 무시할만한 이야기는 아니더군요.

80년대에 일본학자들이 백두산 분화가 발해 멸망의 원인이라는 설을 내놓았을 때

국내 학계에선 '소라 아오이, 한 편도 안찍었다는 소릴 하고 있네'하듯 반응했는데

물론 화산만 가지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그들은 화산과 살고 있고 청동기시대 이래 기상 데이터를 갖고 있었지만

우리는 화산 연구자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거든요.

(아마 다다음 이야기는 백두산이지 싶습니다. 아~ 친절한 예고시스템)


자꾸 지평선을 넓히기 위해 고개를 돌리고 여기저기 허우적 대야지

가만 앉아서 읽던 책만 읽으면 된다는 생각을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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