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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9 18:38
책에 대해 평가를 내릴 때 짐순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저자를 때려주고 싶다"입니다. 진짜 만나면 팬다는 뜻은 아닙니다. 무해한 짐순이가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평가를 주었던 어느 책의 저자 한 명을 만나선 이딴 나쁜 저자따윈 수정해버리겠어!..라고 외치기는 커녕 오히려 혼났지요.(짐순양,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거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질투임과 동업자 정신을 싸그리 무시하고 자기 혼자 좋은 책을 쓰냐란 분노를 담은 최고의 찬사가 되겠지요.(뭐, 미노프스키 입자 약사발을 들이킨 이후 짐순이 대갈통이 멀쩡하진 않죠)


오늘 발견한 책도 그런 찬사를 줄 만합니다.



이 블로그를 오래 보신 분들이라면(물론 극히 소수란 거 다 암) 짐순이가 그동안 동아시아사 교과서를 무척 칭찬했음을 아실껍니다. 물론 동아시아사 교과서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역사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시험해보는 성격이 강합니다. 어느 부분이나 안그렇냐겠지만 세분화에 일관한 역사교육은 거시적 시각을 갖추는데는 매우 해로운 상황이었습니다. 


가끔 강조를 해온거지만 한국고대사 한다고 한국고대사만 보면 곤란합니다. 이웃나라 이야기도 봐야하고 한국사의 다른 시대도 봐야합니다. 역사만? 걍 인류학 번역서만 보고 인접학문을 마스터? 인류학의 사회구성만 보지 말고 정치나, 경제, 군사학도 알아야 하고. 자연과학도 알아야해요.(그 중요성에 대한 글은 전에 하나 팠죠 → 여기


하지만 동아시아사 교과서를 보자마자 든 생각은, 이거 선택할 학생이 적겠다. 그리고 이걸 소화할 선생님도 많지 않다였습니다. 당장만 놓고 본다면 마이너스인데 현재 과학처럼 사회나 역사도 통합교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문제는 세부파트만 본 사람들에게 전체적인 시각을 요구하는 건 어렵습니다. 아마 석박사쯤 되면 그게 될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사학과 대학원생이 될 수도 없는 일입니다.(물론 백수원생이 된다해도 저게 되느냐는 또..) 


수요가 제한적인 동아시아라 하더라도 이것을 소화하게 하려고 노력한 책은 종종 나왔습니다. 이제는 3종이지만 처음 2종일 때 그 중 하나의 필진들이 쓴 해설서도 있고, 교사교육을 염두에 둔 모재단의 책도 나왔습니다. 미완이긴 하지만 개인이 쓰고 있는 동아시아사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에 나온 책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는 대개의 대중서적의 문제이기도 한데, 대중과의 눈높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대중서를 쓰는 분들이 사명감에만 넘쳐 자기의 연구결과, 또는 알고 있는 것을 "풀어쓰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합니다. (그리 안이하니 역사대중서가 안팔리는거다!!)


언젠가 어느 분께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자네가 썼으니 본인은 이해하겠지.(쌤, 설마여) 나도 평생 그거만 봤으니 뭔 말 하려는 지 알겠네. (주위를 가리키며)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네 말 이해할 것 같나?" 그 말이 변변찮게나마 평생 지켜야 할 계율처럼 박혔습니다. 


눈높이를 등한히 하는 글은 자기 자랑에 불과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자위행위예요. 역사책 만 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다릅니다. 전문가들이라면 이심전심, 기본 개념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모두가 그걸 아는 게 아닙니다. 그냥 이야기를 쉽게 풀어쓰면 되는 게 아닙니다. 100년 전만해도 생각이 전혀달랐는데 그 사람들이 왜 그런가를 그냥 풀어쓰면 된다굽쇼? 아니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도 애비자식의 생각이 이해되지 못하는데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설명 없이 적기만 하면 안다구요?


이 책의 자세한 내용은 언제나 그렇듯 적지 않습니다. 물론 미묘하게 틀린 것도 있습니다.(그게 없는 책은 존재할 수 없어여. 지구를 사랑하는 지온군 찾기가 쉽지) 그러나 이 책이 "저자를 패고 싶다"라는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바로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전문가의 언어가 아니라 처음 읽으며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가 궁금증을 가지는 사람들의 눈높이로 썼다는 겁니다.


처음 동아시아사 교과서가 나왔을 때, 매우 쉽게 설명할 책을 써보겠다는 욕심을 안가진 건 아닙니다. 다른 일들로 머리가 찬 지금도 구상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책을 손에 들면서 그 미련을 깔끔하게 날려버릴 수 있었습니다. 짐순이는 이렇게 못써요. 그래서 질투에 불타서 ㅎㅇㅎㅇ대는 중이랍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책은 언제나 한발짝 앞서나갔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그닥인 책도 있었습니다. 모든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분들의 활동은 좋은 영향을 준 것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이 양반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작업의욕을 꺾을 지 기대가 됩니다.(아아.. 선생님들이 상도덕이 없어요! 교육부에 신고해야하나뇨? 아님 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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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04 22:18

이@일이가 이제는 국어학계까지 디스를 하고 있고(ㅆㅂ, 식민국어학이래.. 이렇게 모에한 ㅆㅂ色姬는 정말 첨이다!!) 도가놈이 장관이 되었거나 또 다른 ㄱ모 장관이 사실 그쪽 계열이라던가 하는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우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있다.


많은 양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그렇게 좋은 상황 아니다.. .


요즘에야 안하지만 종종 한국학계는 대중과의 소통을 거부했다는 비판을 했었다. 이미 돌아가신 할배들이 그딴 거 할 시간에 논문을! 이랬던 게 컸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그 분들 중 한 분이 학예회라고 했던 소장파 학회도 이제 중견이 되었다.(그 말하신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참석한 역사학대회에 나타나 그 학회지 한묶음 사간 건 나름 변화) 사실 그 아랫 세대들은 대중활동하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리고 미진하다면 미진할(논문을 풀어쓰면 된다는 걸로 착각하는 분들도 계시다만..그래도 또 그나마도 어디냐싶기도), 그럼에도 중요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한국역사는 수준낮아 못보겠다는 자칭 지성인들(요즘은 아닥중)을 위해 다른 역사책도 이 환경에도 꾸역꾸역 나오고 있고.. . 2차 상고사논쟁이 붙던 80년대보다는 훨씬 낫다. 다만 언론쪽으로는 후퇴지만..(그때는 신문과 방송으로 저쪽에 치우치지 않은 활동이 많았다) 


역사의 대중화가 뭔지도 감못잡던 시절에 비하면 매우 좋은 거다. 아주 대중친화적이 되려면 두어고개는 더 넘어야겠지만.. . 좀 심하게 까자면 이웃나라에서 건담"역사" 연구서보다 독자를 설득하지 못하는 책도 많다. 그래도 논문 풀어쓰던 시대보단 100만배 나아진 건 사실이다.(또 디스같지만 발전단계란 입장에서 보자면 그 작업이 있었으니 요즘 성과물이 나올 발판이 있는거다)


문제는 그 책들이, 그들의 글이 소비되고 있느냐다. 미안하지만 고시공부한다고 펴든 그 참고서가 역사공부의 8할이 넘는 사람들이 나무위키/네이뇬만 뒤적이며 게시판에 전문가인척 글을 올리는 형국이다. 암만 떠들어도 원래 우리편이었던 사람들만 보니 전파가 안되는 거다. 이를테면 우리편만 듣는 우리편 팟캐스트같은 것. 아무리 임나일본부가 없었다고 일본에서 학위논문으로 맞서싸운 사람이라더라도 저쪽에서 '저놈 일본편 드는 개객임'하면 졸지에 영혼을 판 매국노가 된다. 아무리 내 평생의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강변해도 읽어주지 않는다. 


과거 환빼액들도 공부안하기는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적의 분석이란 건 조금이나마 했는데 이젠 그것도 안하는 데도 더 강력하다. 이건 학문이 아니라 종교(라쓰고 맹신이라 읽음)의 경계로 들어든 것이고, 사실 그 움직임의 한가운데는 전혀 믿지 않는 헤게모니 장악이란 것만 생각하는 블랙홀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열정적인 수도사와 신도들이 있다해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교황청인간들이 신을 믿었겠는가(그랬으면 그 추악한 꼴 없었지) 그냥 말단의 광신자들만 시야에 넣으니 현상이 잘 파악되지 않는거다. 정말 환국의 위대한 역사엔 관심없는 핵심, 자기 전문분야에서 거세당한 늙다리들이 명망파는 중간계, 그리고 대다수의 쓰고 버려져도 무방한 소총병들이 차지한 구도부터 이해해야 그 다음 뭘 할건가, 어떻게 전선을 유지할 수 있는가가 보이지. 


이 아저씨는 짐순이를 무척 오해하고 있으무니다..


아직은 소총병이 될 여지는 많으나 거기까지 끌려가지 않은 사람들을 끌어와 인적자원(레르겐 : 그렇지 네년은 사람도 자원으로 보는 년이지!!) 유입부터 막아야 하는 것부터 고민해야 한다. 서서히 증가세를 막는 것부터. 이제 이야기를 풀어쓰는 것 이상의 것을 내놓아야할 필요가 있다. 더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 근본적으로 그게 왜 그런가를 설명할 수 있는 것. 개인적으로는 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랑 각켄의 "일년전쟁전사", 일본의 과학잡지 "뉴턴" 사이에 길이 있다고 본다만.


꼭 피를 흘려야만 전쟁은 아니라능. 아니 싸움이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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