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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고고학 개설서를 바꿀만한 발굴, 고성 문암리 선사농경유적 본문

한국고대사이야기/사건과 진실

고고학 개설서를 바꿀만한 발굴, 고성 문암리 선사농경유적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27. 14:02

출처는 문화재청 홈페이지 보도자료


어제(26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에서 중요한 현장설명회가 있었습니다.

(현장설명회는 발굴조사 후 학계 관련자와 언론에 발굴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중요한 행사입니다)

사적 제426호 고성 문암리 유적에서 발굴조사 중에 신석기 시대의 밭 유적이 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어제 방송, 오늘자 일간신문에 상세히 보도되었으므로 

자/세/한/설/명/은/생/략/합니다.

첨부화일로 문화재청 보도자료를 올리니 이걸로 읽으시길 바랍니다.

0626 강원 고성 문암리유적에서 신석기시대 .pdf

물론 현장에서 기자들이 조사원의 설명을 듣겠지만

어제 오늘, 언론기사의 기본은 이것입니다.

오늘자 중앙일보 기사도 링크 겁니다.

http://article.joinsmsn.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8582149&cloc=joongang|article|related_news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신석기 시대 농경유적이 발견되었다는 겁니다.

고든 차일드가 신석기 혁명을 이야기 했지만

점차 선사시대 농경에 대한 자료가 쌓이면서 초기의 농경은 씨를 뿌리고나서

그 사이 수렵이나 채집을 하러 이동하였다가 수확기가 되면 돌아온다는 생각이 주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방치플레이 농법이라고 명명합니다만 호응이 없습니다. -_-;;;;)

인구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점차 정착을 시도하는 것이지요.

터키의 차탈훠윅과 같은 유적이 초기 농경과 정착의 단계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한반도에서 평양의 남경유적이나 부산 동삼동 등에서 탄화된 곡식이 출토되었지만

이것이 자연상태의 곡류를 채집한 것인지 확실하진 않았습니다.

농경지가 발견되는 청동기, 초기철기, 삼국시대와 달리

신석기 농경의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한반도의 농경에 대한 이해는 더 진전될 수 없었습니다.


한국고고학회,『한국고고학강의』개정신판, 사회평론, 2010, 66쪽.


위의 글은 현재 고고학계의 기본 교재인 한국고고학강의 개정신판(사회평론)의 해당 부분 서술입니다.

어쩌면 당시의 농경은 화전농업이 아닐까란 가정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화전하면 심산유곡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지만

1960년대에 와서야 정부 시책에 의해 끝난 꽤나 유구한 역사를 가진 농법이기도 하고

인간에 의해 개활지가 늘어난 요즘과 달리 수천년 전의 한반도는 오로지 원시림뿐이었습니다.

평야도 거의 숲이었을테니 자료가 없던 지금까지 이런 가정을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 

나름 합리적인 생각이었습니다.

위의 책, 100쪽. 밀양 금천리(위), 논산 마전리(아래) 청동기시대 논유적


그러나 이 문암리 유적에 의해 개설서의 서술이 싹 바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것도 신석기 시대에 고랑과 이랑이 구분된 농경유적입니다.

맨 위의 사진을 본 순간 뒤통수를 맞은 기분입니다.

그것도 후기도 아닌 신석기 중기, 

또 아침에 전화해본 전공자 말에 의하면 전기와도 겹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개설서에 한줄이야 뭐 대수냐고 하실지 모릅니다만

연구자들에게 자기의 논문으로 개설서의 단 한줄 바뀌는 것은 크나큰 영광입니다.

할아버지뻘 선생님들에게 개설서에 각주로 인용되는 논문 쓰는 것은 대단한 것이라 배워왔습니다.

비록 농경이, 아니 고고학 전공자가 아니지만 중요한 학설이 바뀌는 순간을 목격하는 것만큼

감격스러운 것은 없습니다.


또 위의 책, 101쪽. 진주 대평 옥방 3지구 유적(청동기시대)


예전에도 이런 발굴을 눈 앞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만져보며 실측한 적도 있었지만

그때보다 멀리서 지켜보는 오늘이 더 가슴뜁니다.

원래 강원도 선사시대에 대한 글 하나 쓸까 하던 차에 이게 튀어나오는군요. 하하..


※ 맨 위 사진 밭으로 표시되는 사진 위쪽은 주거지 유구인데 그 아래 둥근 구덩이 하나가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장공(요즘으로 치면 창고, 김치냉장고??)이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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