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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에 대한 인문학도의 생각..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에 대한 인문학도의 생각..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9. 15. 22:30

서울 시청에서 공개용 문서포맷을 PDF로 정한 기사가 나오면서부터 

아래아 한글 이야기가 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는 역사블로그지 IT블로그가 아닙니다만 그래도 저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한 번 남겨봅니다.


한글을 비판하는 작금의 논리는 좀 문제더군요.

한글이 그나마 팔린 건 8.15때부텁니다.

그 앞 버전인 한글 97오피스나 이후에 나온 것들도 그만큼은 안팔렸습니다.

한컴 1차로 무너지기 전엔 97오피스 5만원도 안되는 돈에 팔았지만 다 다운받아 썼습니다.

아무도 안사줘놓고 이래저래 욕만 했습니다.

월드컵 때 이번에 올립픽에서 축구 이겼다고 1만원에 오피스를 뿌리더군요,

난 정가 다주고 사는뎁. 그것도 업그레이드 버전말고 처음 설치용으로.. 아놔..

그런데도 얼마나 팔렸는지 한컴은 아직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냥 하는 작업들 오피스 워드로 된다는 분이 많고, 제가 다니는 회사도 아예 파포로 문서 만듭니다.

워드가 나쁘다고 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저도 상식인 코스프레는 할 줄 압니다)

영어를 많이 쓰는 쪽에서야 당연히 좋지만 한글문자 사용이 많은 쪽에선 워드 잘 못씁니다.

저야 극단적으로 자판을 고어자판 지정해서 쓰는지라 더 문제죠.

물론 이런 사용자야 극소수니까 사업적으로야 의미 없어 보이겠지만 

본질적으로 문자 자체의 한글 사용 자체는 제약 받습니다.

게다가 퍽이나 돈주고 사는 놈 적은 나라를 위해 유니코드 할애해가며 누가 만들어주나요??

이 나라가 IT에서 지랄맞은 짓을 많이했지만 무리해가며 
유니코드에서 많은 지분을 획득한 건 잘한 겁니다.(이건 현장부의 업적은 아닙니다)
한 때 아래아 한글이 어느 워드프로그램보다 한자 글자수가 젤 많았죠.
가끔 논어나 맹자같은 사서류 원문으로 칠 때가 있었는데 거의 다 쳤죠.
오히려 쩔쩔맨건 삼국시대 금석문이나 고려 묘지명이었습니다.

한글 문자야 완전히 과학적 문자라지만 컴퓨터가 서구언어로 만든 이상
이 세상에서는 그닥 효율적인 문자가 아닙니다.
초성중성종성에 고어로 가면 더 복잡한 체계가 되기 때문에 영어보단 손이 많이 갑니다.
애초 태생부터 알파벳 기반이니 우리가 영어 국어화하는 게 더 빠릅니다.
그래서 90년대에 한글 완성형이나 조합형이냐로 이래저래 말이 많았고
한컴은 숖도 못치는 워드라고 했었고 마소는 조합형을 수용하며 대응을 했지요.
한때 일본마저 토종 워드프로세서가 나가 떨어지면서 
독자적 프로그램이 살아남은 나라는 대한민국뿐이었습니다.
(요즘 중국이 뭘 쓰는지 모르지만 거기도 독자 노선 가겠죠???)
한글이 워드보다 프로그램 분량이 큰데 이것도 26자로 다 해결하는 영어가 아니라
자모수만 24개지 실제 조합문자는 4만 7천개가 넘는다는 한글문자 체계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한컴을 무작정 실드 쳐줄 생각은 없지만 이런 과정 생략하고 욕하진 말자는 겁니다.

유일하게 외운 고전대목. 이유야 물론 흠흠흠... 삼국사기 모자이크 해놓고 ㅎㅇ거리는 인간인데요 뭘..


그냥 읽으실 분들이야 그게 뭔데 하겠지만 고어 지원 안되면 

많은 분들이 내일부터 당장 원고지에 글 쓰고 그거 스캔떠서 글 써야 합니다.

전통문화연구에 끼칠 영향은 생각하기도 싫고요.

(뭐 마소워드도 다 도니다는 말을 하고픈 분들도 있겠지만

그걸로 밥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가능하냐가 아니라 잘되느냐입니다)


우리가 한글을 기계어같은 축약언어를 사용하게 될 거 아니라면(혹은 귀여니어로의 진화???)
워드만이 살아남는 세상은 한국문화의 재앙입니다.
아래아 한글도 살아야 하고 워드도 같이 한국어를 잘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사실 별별 오류로 사용 6개월만에 노트북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저한테는 
한글이 의외로 에러가 적더군요.
그동안 없었다는 건 아닙니다. 윈 2000에서도 블루스크린 수시로 만드는데 그보다는 적었어요.
2.1부터 몇 개빼곤(2.5랑 2003, 2005) 정품다 있으니 써왔으니 한두번 쓰고 지낀다는 태클은 사양합니다.
2010에서 겹낫표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한 에러도 업데이트로 보완되었고
어제 같은 기종으로 파포로 문서 만드는데(요 아랫글에 보이는 겁니다)
그게 더 사람 돌게 만들더군요.

물론 한컴 오피스(로터스랑 제휴한 97말고요 요즘 나오는 것들)에서
한쇼량 한셀만은 좋은 얘길 못하겠네요.
제작자들에게 실례지만 제겐 이스트소프트의 알쇼 다음가는 최악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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