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번외 - 잉여생산물과 왕의 탄생 본문

역사이야기/세계사 뒷담화

번외 - 잉여생산물과 왕의 탄생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0. 10. 14:04

잉여라는 단어는 넷 상에서 어떤 특정한 부류만을 가리킬 때 쓰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연방의 폭죽이 연방군의 잉여전력이 아닌 것만은 확실. 퍽!)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량 이상의 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특히 사회경제사와 같은 분야에서는 잉여생산력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요.


제래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인류 각 집단의 발전 방향이 어떻게 차이를 보였는가를 설명합니다.

유럽이 파푸아 뉴기니의 원주민을 지배했다면

그것은 그들이 열등한 종자여서가 아니라 가용할 수 있었던 자원에 한계가 있었고

그 누적의 결과가 지배와 피지배로 나타났다는 것이지요.

(한번 읽어보실만한 책입니다. 두께에 지레 겁먹으면 님만 손해)

대륙에서는 왕이나 황제가 지배하는 국가가 나타났는데

왜 이 섬들의 세계는 왕을 낳지 못하고 그보다 낮은 단계에 머물러 있다가 지배를 받았을까요?

적어도 왕이 등장하는 국가는 하와이와 통가 정도였습니다.

이 지역 자체의 문화수준이라던가 하는 게 아예 저급하다는 건 아닙니다.

사실 구석기 수준의 원시 촌락부터 대양항해가 가능한 배를 만들 줄 아는 집단까지

매우 다양한 집단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그렇다면 이 지역의 사람들 자체의 문제는 아니고 환경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환경에 따라 사람의 질이 결정된다는 조악한 환경결정론이 아니라

가용자원의 한계가 이들의 발전에 제한을 가했다고 볼 수 있냐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죠.

마침 인류학자들이 그들의 식생활을 분석해보니

타로토란이나 참마같은 것들이 식량으로 쓰인다고 하더군요.

타로토란의 사전적 정의는 http://wikipedia.qwika.com/en2ko/Taro

타로토란에 대한 글 http://blog.daum.net/greenhub/6042564

워낙 많은 섬과 같은 섬에서도 고도차에 따라 각기 다른 농업과 식생활을 하다보니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장기보관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리 잉여생산물이 생겨도 장기보관하여 자기의 부로 삼거나 비상시에 권위를 세울 수가 없습니다.

내년 봄에 창고문을 열면 다 썩어버릴 테니까요.

구대륙에서 볼 수 있는 탄수화물 위주의 곡물은 존재하지 않았고(이건 장기보관이 가능합니다)

생산성도 그보다는 떨어지는 게 녹말 위주의 이지역 농작물입니다.


그걸 축적하여 식량무기로 삼는다거나 다른 행위를 할 수 있는 자금원으로 사용할 수 없으니

경제력으로 우위를 가진 자가 있더라도 그 잉여물을 

그해 안에 인근에 호혜적으로 베푸는 것 이상을 해낼 수가 없습니다.

그런 한계덕분에 이 곳에서 생산력을 가진 자도 빅맨,

그러니까 마을에서 제일 큰 형님이랄까요.. 그런 수준 이상은 올라가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런 구조니만큼 다음 해에 조금만 삐끗해도 다른 이가 대체하니

권위를 장기지속으로 유지할 수가 없겠지요.


왕과같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를 정당화할 수 있는 종교적 수식장치뿐만 아니라

(그러니까 나는 하늘에서 내려왔느니라~~식의 신화?)

잉여생산물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뒷받침도 필요한 것입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