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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008. 좋소,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알려드리리다.. 본문

역사이야기/세계사 뒷담화

008. 좋소,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 알려드리리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2. 18. 16:13

세계 최초의 전쟁기록을 들자면 람세스 2세의 언저리 시절에

중동지역으로 파병나갔다가 돌아온 한 이집트 병사의 회고담이다.

당연히 그는 글씨를 쓰지 못했으므로 서기의 앞에서 이야기를 푸는데

그 첫 대목이 바로 저 제목의 문장이다.

그는 얇은 옷과 빈약한 무기와 방어구만을 지니고 사막을 건넜다.

말은 안해도 그때도 귀신 중사(아마 이게 행보관의 일본 버전)는 있어서

어서 빨리, 뒤쳐지면 죽는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한참을 걸어가서 당도한 땅에서 

그는 상상을 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적과 마주해야했으니 그게 바로 전차다.

(chariot! streetca, tank가 아냣!!)

당시로서는 천지를 울릴만한 굉음을 내며(당시에는 이 정도면 70톤 중전차였다)

돌진해서 재빠르게 화살을 날려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아군 병사들을 쓰러뜨리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간다.

지금처럼 초속으로 속도를 따지고 학교에서는 광속도 배우니

요즘 사람에게야 굼벵이가 오가는 속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 시절에는 정말 우주선이 아니라 워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시리아의 티거, T-34! 루움전역에서의 Zaku II type-s와 같다!!! 3배나 빨라서 뒷부분이..


매우 엉성하게 설계된 두 바퀴와 광주리보다 좀 더 큰 승차구간,

그것을 끄는 말과 둘 이상의 승무원이 이루어진 팀의 공격이 전차다.

한 사람은 조종수고 한 사람은 전차장 겸 포수,

중국에서는 여기에 창을 사용하는 사람을 하나 더 붙인 조합을 만들었다.

당시의 오로지 도보로만 이동하던 시대에

이 전차는 더 빠른 이동과 전장에서의 기동성,

그리고 적이 범접하기 전에 공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병기는 당연히 높은 사람들이 사용하니 방어구는 더욱 견고하고

또 빠르면 적의 공격으로부터 이탈하거나 회피할 확률이 높고

설령 명중해도 많은 경우 경미하게 타격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전차가 넓은 평원에서 회전을 벌일 때 

상대적으로 무장이 빈약한 보병들을 공격한다면

대열 유지는 커녕 병력 유지도 감당하기 힘들다.

아마 그중의 반은 맹렬한 속도로 굉음을 내며 다가오는 먼지바람 앞에

당당히 맞설 용기란 것은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쉽게 말해 만나기 전에 그 출현만으로도
애국의 강철대오는 적군의 호구, 순두부가 되는 것이다.


아주 초기 수메르의 전차. 귀여운 외모와 달리 이 시대 막장 전쟁의 주역!


언젠가 사람이 말이나 소와같은 동물을 단순히 식량이 아닌 

다른 것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의 살림살이도 발전했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포와 죽음을, 

그리고 가족을 잃은 슬픔을 동시에 선사하기도 했다.

소는 쟁기를 끌고 농경지를 경작하지만 또 전쟁용 수레로도 사용되었으며

말도 이동수단으로서만이 아니라 가장 무시무시한 병기로도 전환이 가능해졌다.

특히나 성격이 온순치 않은 말이란 동물 위에 직접 기승하는 것은 어려워

그 대안을 찾은 것이 전차의 존재다.

적어도 안장이 발명되기 전에는 인간의 체중을 말이 감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적어도 말에 대해 매우 익숙했던 초기의 유목민들은

말의 엉덩이 부분에 올라타는 것으로 허리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해였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자기 신체 일부처럼 만들지 못하는

대다수 사회의 생활습관은 그게 어려웠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승차가 가능한 전차가 나오는 것이다.


이건 아시리아의 4인용 전차. 이른바 FAZZ? 풀아머 간다무? 아니면 덴드로비움??


이런 전차에 대한 거의 모든 기록은 영광, 영광, 오로지 영광굴비로소이다.

왕의 용맹함이나 위대함, 전투에서 이긴 장군의 업적만을 이야기한다.

현재 남아잇는 전차의 흔적은 

높으신 분들의 무덤에 딸린 부속으로나마 남은 것이며

또는 그들의 이야기는 길이길이 기억되리라는 루돌프 사슴코같은

벽화나 부조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저 이집트 병사의 회고록만이 남았다.

너무나도 무서웠단다.

생각해보니 그 앞에 서있었다면 나도 무서웠겠다 싶다.


너도 무섭냐? 나도 무섭구나..


말꼬리 ----------------------------------

1

위 사진들의 출처는 

Simon Anglim, Phyllis G. Jestice, Rob S.Rice, Scott M.Rusch, John Serrati 등이 저술한

Fighting Techniques of the Ancient World 3000 BC ~ AD 500(ST.Martin's Press, 2002)의

80, 91, 92쪽의 그림이다..

다른 시리즈는 번역도 잘 되더만 이 부분이 안나와주셔서 읽지도 못하는 책 방치중.


2.

8회로 예정된 공자 얘기는 후일을 기약하고 이걸로 넘어갑니다.

기존 만공에 연재되던 글이 아닌 첫 글이고

연재되던 블로그 와이드의 연재는 사정상 중단하고 여기에 다시 이어갑니다.


3.

오늘은 삼국사기 읽는 날인데 공부하기 증말 귀찮다는 매우 아름다운 이유로 

내일이나 모레 올라갈 예정.(원래 이런 가시나였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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