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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온조왕 13년 - 고대인은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백제이야기

온조왕 13년 - 고대인은 눈앞에 벌어진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5. 29. 14:11

원문

十三年 春二月 王都老嫗化爲男 五虎入城 王母薨 年六十一歲 


해석

13년 봄 2월 왕도의 노파가 남자로 변하였고, 호랑이 다섯 마리가 성안에 들어왔다. 왕모께서 돌아가시니 향년 61세였다.


모자이크다! 간만에 대박 큰 모자이크라구~ 구헤헤헤~~

<잠시 쉬어가는 주입니다. 동천왕 후반부 준비가 빡빡하군요. -_-;;>


고대사회의 인간이나 현대의 인간이나 달라진 건 그다지 없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라면 사용하는 도구의 차이랄까요? 그외에도 몸담고 있는 정체政體라던가 경제제도 같은 것을 들수 있겠지만 적어도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것적으로 보자면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해야죠. 그때나 지금이나 인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에서 든 사회구조나 과학기술의 문제보다는 차라리 과다한 기계의존으로 뇌의 용적량이 줄었다던가 근력이나 신체 능력이 떨어진 게 더 큰 차이가 될 겁니다. 물론 대다수의 인문학자들이라면 나의 발견, 자아의 형성을 들 겁니다.


그런 거시적인 면을 제외하고도 다른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어떠한 사물, 상황을 이해하는 관점은 많이 다릅니다. 청동기시대의 복잡한 문양을 가진 청동거울이라던가 중국 한대의 괴기한 모양의 조각을 보자면 보이는 것, 또 그것을 이해하는 관점이 좀 달랐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뭐라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고요? 눼, 지금 인간 본연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중입니다. 그냥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이 사료를 읽을 때(어설픈 초짜들, 또는 인터넷상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입니다) 그 결과물은 재앙이 되지요.


노파가 남자로 변합니다. 호랑이 다섯 마리가 수도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왕의 어머니인 소서노가 죽습니다. 우선 첫번째, 노파가 남자로 변했다.. 지금처럼 무슨 의학적 시술을 통해 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도 아니고, 그 노파가 마법소녀일리는 없습니다.(물론 '사모님은 마법소녀'라는 꽤나 심란한 애니가 예전에 있었지요) 요즘 사람이라면 10000명이면 그중 9999명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할 겁니다. 호랑이가 사람들의 거주지역으로 들어왔다는 것 역시 보기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통 호랑이는 사람이 먼저 자기의 주거 영역이라던가 새끼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여간해서는' 건드리지 않죠. 왜냐하면 사람 자체로는 간식 정도에 불과할 것이나 문제는 이 간식드이 꽤나 강력한 도구를 사용하고, 잘못 건드리면 떼로 덤빈다는 거죠. 그래서 보통 사람을 공격해서 배를 채우는 건 무언가 사냥능력이 급격히 떨어진 개체들이 상대적으로 약한 노인, 갓난아기, 어린 여성들을 공격합니다.(가장 강력한 포식자라는 범고래도 사람은 잘 안건드립니다. 상어는 사람과 물고기를 구별 못하니까 공격하지만) 이런 일은 흔치 않지만 요즘의 멧돼지처럼 식량부족으로 악에 받혀 사람들의 마을로 내려올 수는 있습니다. 뭐 삼국시대 후반, 아니 통일신라시대의 김현감호 이야기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서울에 호랑이가 나타났으니 그다지 신기한 일은 아니죠.


호랑이가 사람의 마을을 어떻게 공격하는지를 보려면 칭송받는자 2화가 딱이죠.


그런데 여기에 갑자기 뒤에 따라붙는 왕의 모후의 사망입니다. 

주몽신화에서 아예 졸본의 여인 소서노랑 결혼해서 

비류와 주몽을 낳았다고 하니까. 

여기서 말하는 모후는 소서노겠지요. 

참으로 모호함이 많은 초기기록치고는 생몰연대도 분명합니다. 

기원전 67년에 태어나 기원전 6년에 사망했습니다. 

보호받고 관리받는 상류층이라해도 60세라면 

꽤 잘 살아간 것이지요. 

거기다가 두 나라를 세우는 것에 관여하였으니 나름 풍운아라면 풍운아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리수오빠라고 부르라고. 하지만 짐순이는 언니라고 부릅니다. 암튼 여자자나욧!


그런데 왜 이 이야기들은 하나로 묶여있을까요? 

일단은 우연히 겹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현대인이라면 이들의 연결고리가 분명하지 않음을 

억지로 연결하려 들지는 않습니다. 

현대의 인간이라면 흔히 가지는 인식구조겠지요. 

그런데 고대의 사람들은 어땠을까요? 

보통은 이것을 연결해서 생각했을 것입니다. 

현대인의 초단위로 셈해지는 시간인식선상에서는 

이 3가지 사건이 거의 동시에 한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한 

쳐다쳗보지도 않을 겁니다. 

그러나 과거인들에게는 그렇게 정말한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고, 

또 시간의 인과관계도 꽤나 폭이 넓습니다. 

오얏나무 알서 갓을 고쳐쓰지 말 것이며 

참외밭에서 신을 고쳐신지 말라는 말이 왜 나올 것이며,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생각은 왜 했을까요?


노파의 변신을 TS라고 망상하며 망상하는 한 부녀자.. 짐순이는 썩었어. 하지만 쿈코는 모에하지.. -_-;;


그리고 신화라는 것도 당시의 사람들의 인시수준, 지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하지 못할 일이 벌어졌을 때 

그것을 합리적으로 이해시킬(남이 아니라 우선은 본인부터!!) 도구로 시작되었지요. 

왜 해가 뜨고 지며 일식과 월식이 왜 일어나는가는 

갈릴레이와 캐플러의 시대 이후엔 설명이 쉬웠겠지만 

그 이전 사람들은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태양신의 9명의 아들(알고보니 발이 3개인 돌연변이 까마귀)이 

교대로 돌아다닌다거나 

태양신 헬리오스가 마차를 타고 출근했다 퇴근하는 거라고 

태양의 움직임을 설명하고, 

일식과 월식은 개가 해, 달을 물었다가 

하나는 뜨겁고, 다른 하나는 너무 차가워 

물었다 뱉어내는 과정이라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죠.


삼국사기, 

특히 백제본기에는 왕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이 숨어 있습니다. 

왕의 비정상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용의 존재가 대표적이죠. 

용이 나타났다 몇 달 후에 느닷없이 왕이 죽습니다. 

살해당한 것을 감춘 것일 수도 있고, 또는 돌연사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감추고 싶거나 도저히 이해못할 사건이 벌어질 때, 

상상의 현상을 핑계 삼기도 하고, 

무언가 특이한 일이 일어나면 그것을 특정 사건의 전조라고 믿기도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단 말이야~'가 아니라

사건이 일어나면 한참 전에 벌어졌던 특이한 일이 그 사건의 전조라고

소급 적용된다는 거죠)

그 시간의 폭이나 장소의 불일치, 

또는 과연 그것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은 통하지 않아요.


그들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는 것.

그게 그 사실의 실존여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 문제에 더 많은 신경을 쏟는 건 역사학자의 종특입니다.


단 한가지 확실한 건 소서노가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


말꼬리 -----------

1

동천왕이야기의 준비과정이 너무 길어 이번주는 하루 넘겨 땜질로 담넘어 갑니다.

주로 백제는 땜빵선발이로군요.

항의가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을듯 하네욤. -_-;;;;;;;;;;;;;;

2

그런데 땜빵도 이닝이터로구나.. 막 8회까지 던지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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