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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설씨녀 06 - 그들의 사랑의 안식은 오지 않으리..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설씨녀 06 - 그들의 사랑의 안식은 오지 않으리..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3. 11. 6. 14:14

원문
旣定日引其人 薛氏固拒 密圖遁去而未果 至廐見嘉實所留馬 大息流淚 於是嘉實代來 形骸枯槁 衣裳藍縷 室人不知 謂爲別人 嘉實直前 以破鏡投之 薛氏得之呼泣 父及室人失喜 遂約異日相會 與之偕老

 

해석
그 정한 날에 그 사람을 불러들이니 설씨녀는 굳게 저항하여 몰라 도망가려 하였으나 성공치 못하고 마굿간에서 가실이 남기고 간 말을 보며 크게 탄식하며 울 뿐이었다. 이때 가실이 교대하고 돌아왔다. 몰골이 몹시 야위었고 옷은 낡고 헤져 집안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였다. 가실이 앞으로 나와 깨진 거울을 던지니 설씨녀는 그것을 줍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부친과 집안 사람들이 크게 기뻐하였다. 다른 날 서로 모이기를 약속하고 더불어 해로하였다.

  

빈칸에라도 모자이크가 없으면 허전하다!

어떻게 첫 문장을 시작할까요? 왜 이 글은 늦어지고 있는가? 짐순이는 어쩐 일로 땜빵글만 쓰는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다시 듣게 된 린다 론스테트Linda Ronstadt와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이 부른 Somewhere Out There? 아니면 그 노래가 사용된 극장판 애니매이션 어메리칸 테일American Tail? 그러나 짐순이는 150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인 마르텡 게르의 재판 사건으로부터 시작하려 합니다.

 

1548년, 마르탱 게르라는 사내는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그로부터 8년 후 자신이 마르탱 게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돌아왔지요. 생긴 것도 닮았고, 인적사항에 대한 진술도 정확했습니다. 아내 베르트랑드도, 가족도 의심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부재시 일어난 유산상속 문제로 재판을 하다, 그의 진위 문제가 다시 문제가 되었고, 1560년 법정에 진짜 마르탱 게르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마르탱 게르라고 불린 사내, 본명은 아르도 뒤 틸이라는 가짜는 교수형을 당합니다. 진짜 마르탱 게르는 스페인으로 건너가 군에 입대하고 플랑드르(지금의 네덜란드)에 파견되어 전투중 부상을 당해 치료 받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리갈 하이 1기 마지막회 예고편에 이런 말이 나왔던가요. 진실은 코미다! 그러나 진실은 소설 이상으로 괴상망측한 일들로 가득 차있기도 합니다. 자, 이제 오늘의 이야기를 해보지요.

 

네, 해피엔딩입니다. 결국 결혼해야할 그 날, 딱 그 순간에 그 남자는 돌아왔습니다. 얼마나 고생을 한 건지 사람들도 못알아보는 그 남자를 밝혀준 건 떠나기 전 증표로 삼은 거울 뿐이었지요. 우리의 설씨네 아가씨는 그 날 눈물을 두 번 흘렸습니다. 한 번은 슬퍼서, 한번은 기쁘고도 서러워서.. 이야기는 그렇게 행복한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아! 아무도 주모하지 않는, 졸지에 청첩장 날리고 붕 떠버린 또 하나의 사내가 있군요.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또 장보고 이야기 때도 이야기했었지만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동화가 아닙니다. 과연 그들이 문자 그대로 백년해로 할 수 있었을까요? 
 


당시 신라 사람들은 전쟁의 세월 한 가운데 서있었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551~4년 이후 적이 되었습니다.

특히 관산성에서 원정군의 대다수를 잃고, 4명의 좌평들 뿐만 아니라

성왕도 잃은 백제의 원한은 에베레스트산 만큼이나 솟아있었고 마리아나 해구 만큼이나 깊었지요.

짐순이는 농담삼아 그 당시 백제의 국가정책을

"첫째, 신라를 떼찌떼찌한다. 둘째, 신라를 떼찌떼찌한다. 셋째, 신라를 죽을 때까지 떼찌떼찌한다. 넷째, 신라를 죽어서도 떼찌떼찌한다."

고 표현합니다.

특히나 고구려가 북제와 돌궐의 위협으로 부터 한숨 돌리고,

수의 본격적 침략이 시작되기 전까지

신라는 양국의 압박을 모두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란-이라크 전쟁 때 이란의 국립묘지가 그랬던 것처럼

신라에도 현충원같은 것이 있었다면

입구에 붉은 빛의 물이 나오는 이른바 피의 분수를 놓았겠다 싶어요.

진평왕대의 인물들이 실린 열전을 보면 이런 피범벅이 된 상황이 읽혀집니다.

신라의 경우 국가형성이 완료된 후,

특이하게 왕이 전장에 나서는 경우가 극히 드문데

딱 두 명의 왕 중 한 명이 진평왕입니다.

(다른 한명은 무열왕인데, 그는 그나마 전방 사령부에서 지휘했지요)

그리고 치열한 방어전은 선덕왕대까지 이어집니다.

 

그게 끝나나 싶더니 이제는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전쟁,

그리고 당과 싸워야 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왜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되시나요?

가실은 또 끌려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무왕과 의자왕의 신라 공격은 극렬했고,

신라는 숨이 막히기 직전까지 갔습니다.

그나마 고구려가 수당과 싸우느라 그나마 덜 나선거지요.

오죽하면 김유신은 귀환하자마자 다시 뛰쳐나가고,

다시 돌아오면 또 가야하는 와중에 고작 자기 집 우물물 한 바가지 마셨을까요.

이미 군역을 마친 노인네도 부르는데 갓 다녀온 예비역을 그냥 냅둘리가요.

피임도 안하는 시절이니 애만 남기고

가실은 어디선가에서 원혼이 되었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요.

그리고 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있었다면,

그 아이도 석문이나 매소성, 또는 금마저에서 목숨을 버렸을 가능성도 크죠.

현대에는 인구당 일정비율의 소모를 피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종종 과거의 전쟁에 대해 그런 수치들을 언급하시는 분들을 이따금 봅니다.

그런데요, 그거 그 땐 신경도 안쓰던 시절이거든요?

 

그렇다면 설씨네 아가씨의 말년은 어땠을까요?

그나마 서라벌에 있으니 죽을 걱정 없고, 전장에 안나가니 다행이었다고 할까요?

그렇다면 한 번 묻죠? 소는 누가 키웁니까? (키움증권이?? 퍽!)

변강쇠가의 사설을 읽으니 이런 대목이 있더군요.

옹녀가 하도 정기를 빨아대어 평안도와 황해도의 사내들이 죽어나가,

원로들이 모여 회의를 하던 중에 이런 말을 합니다.

'사내들이 없으니 아녀자와 애들이 밭을 갈고 늙은이들이 소를 몬다'

(이 부분은 정확치 않군요. 대략 이런 말이었습니다)

전쟁은 사람들의 목숨으로만 수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입고 착용하는 군복과 방어구, 계속 소모해야하는 무기류

(무협물이나 만화에서는 칼 한자루로 잘도 버티지만,

일본도를 기준으로 하면 매우 고가품이 아니면 서너명 죽이면 버려야 한다네요),

그리고 식량, 타고 싸울 말과 짐을 옮겨야 하는 동물들, 그리고 그 먹이..

손자병법 초반부에 이런 말이 나오죠.

10만대군 하루 굴리는데 천금이 든다고요.

춘추전국시대의 천금은 그야말로 대부자들이 평생 모은 재산입니다.

노나라의 자공과 월나라의 범려가 이 천금을 여러 번 모았다고 하죠.

사내가 전장에 나가 싸우면 그것을 뒷받침 해야할 책임은 남은 자에게 주어지죠.

게다가 660년 이후 당군의 의식주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고,

신라의 전시경제는 나당전쟁이 끝나고도

몇 해 지난 680년대에야 평시체제로 전환됩니다.

예전에 독소전의 한가운데서 살아야 했던 한 여인의 회고담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아직 전쟁이 나기 전 흑해연안에서

밤에 비밀경찰이 이웃을 쓸어가는 거 빼곤 문제 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었죠.

어린 그녀는 어느 점쟁이 노파의 읊조림을 듣습니다.

눈물의 시대가 오고 있어..라고요.

어쩌면 이 결혼식 날의 웃음이야말로

한 러시아 아가씨의 전쟁 직전 약간의 안식으로 가득한 나날이었을런지도 모릅니다.

 

이 시리즈를 나오게 한 어메리칸 테일 중에 나오는 노래,

린다 론스테트Linda Ronstadt와 제임스 잉그램James Ingram이 부른

Somewhere Out There의 영상을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칩니다.

앞의 것은 애니판, 뒤의 것은 노래 뮤빕니다.

 

 

 

말꼬리 ----------------
마르탱 게르의 귀환은 책으로도 나왔고,(짐순이가 길게 설명 안하면 나중에 뭐다?)

또 프랑스에서 세금내기 싫다고 러시아 간 아자씨 주연의 영화가 나왔지요.

나중에는 미국에서 리차드 기어가 주연한 서머스비라는 리메이크작도 나옵니다. 

짐순이는 왜 서머스비만 봤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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