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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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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소녀의 금서목록

춘추전국이야기 7권이 나왔습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8. 25. 22:05

언젠가 짐순이는 연작으로 나오던 책의 디자인이 바뀐 것에 분노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보자면 나중에 나온 디자인이 더 나아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원가 가지고 있던 연작의 정체성이랄까

그것이 오히려 사라진 디자인 개변에 화를 냈었지요.

그럼에도 짐순이는 꾸준히 그 개뭣같은 디자인의 책을 안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 포장이야 어찌되던 그 속 내용은 버릴 수가 없었거든요.

바로 공원국 선생의 춘추전국이야기입니다.



짐순이의 금서목록에 새 글이 올라오지 않았던 이유는

작년 여름부터 찾아온 (개인적) 경제위기로 모라토리엄 선언까지 갔기 때문입니다.

정말 빵 사먹을 돈도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짐순이는 성능개량을 못해 폭죽이 되었던가!!!!!!!!!!!)

아주 간만에 돈을 이리 굴리고 굴려 이 책을 장만했습니다.

정말 동전 한 닢 실사판 찍을 뻔했네.. 쩝.


하여간 공원국 선생의 이 연작은 재미난 점이 있습니다.

짝수권도 나쁘지는 않는데 책의 내용은 홀수권이 파격적이고

내용도 더 재미가 납니다.

1권의 관중은 알아도 이야기 책을 벗어나면 

논어에 실린 공자의 애증 정도가 전부일 정도의 인지도입니다.

그런 그가 연작의 첫 권에 나왔습니다.

이종범이나 이종욱이 1회 1번으로 나와 홈런 때리는 걸 보는 기분이랄까.

2권의 진문공은 나름 진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해주었지만

관중만큼 재미는 없었습니다.

3권의 초장왕, 초 역시 지금에 와서도 그리 인지도가 떨어집니다.

중국사학계 쪽에서는 진작에 초를 비롯한 남방문화, 

또는 장강문화권에 대해 매우 깊은 관심을 보이지만 

아직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까지 알려진 주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초 장왕의 인간적 매력을 엿볼 수 있었다는데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4권은 시리즈 첫 대면부터 ㅎㅇㅎㅇ거리며 기다린 정자산,

관중만큼이나 재미있게 다룰 수 있었는데 약간 흔들린 제구같은 느낌.

(그래도 정 자산에 대한 책이 나온 것만으로도 눈물이 흐릅니다)

5권은 그 놈의 오월쟁패,

윗 글에도 썼으니 뭐 더 할 말이 있겠습니까.

오월쟁패의 결말에서는 정말 전율했네요.

6권은.. 강신주 선생의 나오지 않는 책 만큼이나 기대했는데

유일하게 끝까지 읽지 않은 책입니다.

그냥 이 책 하던대로 역사적 맥락에서 이들을 다뤄도 될텐데

거대담론에 작가가 밀렸달까..

(애니로 치면 보기 드물게 샤프트가 원작을 초월하지 않고

원작에 밀려난 사례인 네기마!?를 들 수 있습니다..)


돈도 없어 서점 가기도 두려웠는데(용산 전자상가와 함께 피하고 있습죠)

우연히 신간 나오게 된 걸 보고 바로 사지 못한 걸 땅을 치다가

결국 지르고야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7권은 여러가지로 놀랄 노자가 책에 가득합니다.

일단 과거의 디자인이 되돌아 왔습니다.



왼쪽이 지난번에 욕을 먹은 5권이고 오른쪽이 원래대로 돌아온 7권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5권과 6권의 디자인이 더 세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작 시리즈의 일관성,

이 책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보고 얼른 집어들게할 정체성은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가뜩이나 없는 독서인 중에서도 더 소수민족인

도서수집광들에게는 한 질로 꽃았을 때의 그 짜증나던 것이 약간은 줄 겁니다.

(아닌가 중간에만 검으니 마치 이빨 썩은 것처럼 더 기분 나쁠까?)


두번째로 이 책을 주목해야 할 것은 7권부터 전국시대로 들어서는 바,

그 첫 포문을 여는 이가 누구냐가 궁금했는데

(6권을 보지 않았으므로 알 턱이 없었음)

바로 오기가 주인공이로군요.

그저 병법에 밝고, 상당히 비정한 사람, 

비참하지만 죽어서도 원수와 동귀어진을 할 수 있었던 사람으로만 알려진

오기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살펴본다는 것.

1권의 관중처럼 파격적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잘못 알려진 인물의 재조명이라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마치 관중 편을 다시 읽는 느낌이었달까요?
사마천이, 엄밀히 말하자면 그의 아버지 사마담이 

제자백가를 엄밀히 구분한 이래, 

지나치게 도식적으로 제자백가를 구분해왔습니다.

그러나 실제 역사적 현상은 그러하지 않았거든요.

유가는 묵가와 법가에 영향을 주었고

도가와 법가는 유가에 몰래 자기 유전자를 심어놓았습니다.

(일례로 서구 학자 크릴은 논어 전체 중 10편은 순정품, 다음 5편은 약간 오염,

다음 5편은 뻐꾸기 알로 구분하기도 하지요)

법가, 혹은 병가로 알려진 이 책의 주인공,

오기도 원래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제자였습니다.

(사실 수학 중 부모의 상을 가지 않아서 불효라고 욕을 먹지만 

공자시대에 효도는 오로지 입신양명이었습니다)

법가에서도 이사와 한비자는 순자의 제자였습니다.

장자 이래의 도가 역시 유가의 안티테제를 자임했고요.

묵가 역시 유가에 대한 디스를 가하며 다른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학자들은 카테고리를 만들어 분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이 도그마로 자리할 경우 현실이 오히려 이론에 의해 가위질당하지요.

그런데 다행히 이 책의 관점은 완전히 갈라선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도전과 대응을 모색하던

당시의 사상계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뭐, 최근 동양사학계의 시각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유가로서의 오기, 군사지도자로서의 오기,

그리고 정치가로서의 오기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짐순이를 행복하게 합니다.


바쿠만 18권에서.. 외치는 사람은 가장 맘에 들었던 히라마루씨..


오기가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었느냐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도 나름 일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증자가 오기를 깐 건 절반 정도만 맞다고 보기에 말이죠.

그리고 상앙과의 비교는 새삼 통쾌하기까지 했습니다.

상앙과는 다르다! 상앙과는!!

저자의 외침이 남미 쟈브로 공창에까지 들려왔달까,

(아니 루나2에서도 들렸다면 어떨까? 루! 나! 2!)

그런데 9~10권 쯤에는 상앙도 나올텐데 그땐 우짤라구!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묘미는 전국시대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입니다.

솔직히 서문이 너무 좋은 책은 서문에서 

너무 뽕간 나머지 다음을 읽기 힘든데

(아! 짐순이는 에로한 나쁜 아이구나.. ㅊㅆㅊㅆ!! 후후후~)

이 책도 서문만 읽어도 책 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입니다.

왜 전국초반에 강대한 진이 무너졌으며,

그 중에서도 강대한 국가가 될 수 있었던 위는 왜 무너졌는가..

그 부분에서도 전율했지요.

책에서도 언급한 한, 위, 조의 기회주의,

그리고 위로서는 앞에선 오기, 뒤에선 상앙을 잃은 댓가이기도 하지요.

그냥 짐순이처럼 책상에서 책만 읽고 쓰는 글과

직접 그 역사의 무대를 발로 뛰어다니며 쓴 글은 위력이 다릅니다.


이래저래 치고, 또 치이는 일이 많아서 기운이 나질 않았는데

그래도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공부가 무의미하고 지겹다고 느껴질 때,

이런 책을 만나면 다시 힘이 납니다.


소녀의 감동이 전해지는 그림이 없어서 대신 이걸루..



말꼬리 -----------------------------------------------------

1.


덩달아 마스터 아카이브 Z건담편도 샀음.

이 책안에 전사前史로써 RX-178 막둘이도 나오나 했더니.. 쩝.

3권이 짐순이편인데 이건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야그가 들림.

훌쩍..

여러분이 많이 사주셔야 짐순이 책두 나와염.(광고아님)

2.

짐순이 책이 어떻게 생겼냐는 옆집에..

일어판으로 내 책 보는 거 참 씨껍하당..

3. 

글고 보니 짐순이는 이소연씨 이전에 

우주여행(이라 쓰고 전투라고 읽음)을 했군요!

4.

존 키건의 책 한 권이 재판 나오는데 분명히 짐순이 노력도 들어갔겠지만

(그 출판사도 모르는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이 책의 디자인이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 꼭 짐순이 탓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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