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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귀산과 추항, 그리고.. 2 - 이게 진짜 청춘에게 할 말이다..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귀산과 추항, 그리고.. 2 - 이게 진짜 청춘에게 할 말이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12. 10. 21:00

드뎌 다음 주로 안넘기고 이어서 씁니다!!!(뭐, 별걸 다 자축하고 그래? -_-;;) 


원문

法師曰 佛戒有菩薩戒 其别有十 若等爲人臣子 恐不能堪 今有世俗五戒 一曰事君以忠 二曰事親以孝 三曰交友以信 四曰臨戰無退 五曰殺生有擇 若等行之無忽 貴山等曰 他則旣受命矣 所謂殺生有擇 獨未曉也 師曰 六齋日春夏月 不殺 是擇時也 不殺使畜 謂馬牛雞犬 不殺細物 謂肉不足一臠 是擇物也 如此唯其所用 不求多殺 此可謂丗俗之善戒也 貴山等曰 自今已後 奉以周旋 不敢失墜


해석

법사가 말하기를 ‘불계에는 보살계가 10종류가 있지만 너희들은 다른 이의 신하된 자로 (그 계율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세속에서 지킬 수 있는 다섯 가지 계율을 내리니 첫째가 군주를 섬김에 충성을 다하라(사군이충), 둘째로 부모를 모심에 있어 효를 다하라(사친이효), 셋째로 친구를 사귐에 있어 믿음을 다하라(교유이신), 넷째로 전장에 임해서는 물러서지 말 것이며(임전무퇴), 다섯째로 살아있는 것을 죽일 때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살생유택)이다. 너희들은 이를 행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귀산 등이 말하기를 ‘다른 것은 이미 받들고 있습니다만 소위 살아있는 것을 죽일 때는 가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이것만 모르겠습니다’라 하였다. 법사가 답하기를 ‘육제일과 봄과 여름에는 죽이지 않는다. 이는 때를 가린다는 말이다. 가축은 죽이지 말라. 이것은 말과 소, 닭과 개를 말한다. 작은 것을 죽이지 말라. 고기가 한 점도 되지 못하는 것을 말하니 이는 종류를 가리는 것이다. 이와같이 하되 오로지 필요로 하는 것을 많이 죽여 구하지 마라. 이것은 가히 세속에서도 지킬만한 좋은 계율이라 할 것이다’라 하였다. 귀산 등이 말하기를 ‘지금 이후로 받들어 지켜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라 하였다.


오늘은 모자이크가 빵빵하니 안먹어도 배가 부르는구나!!

이것이 바로 학교에서 배우는 신라 화랑들의 규칙인 세속오계에 대한 내용입니다. 앞글에서 말한 것처럼 귀산과 추항은 자기들이 정진함에 있어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원광을 찾았고, 원광은 속세 사람들이 불가의 계율을 그대로 지키기에는 어려우니 적절히 손을 댄 다섯 가지 계율을 내려줍니다. This is hwarang’s rule!(아! 그래도 맨날 ㅂㄱㅂㄱ만 했다고 주장하는 이상한 책과 달리 화랑들이 옷을 안입고 베를루스코니 놀이를 한 건 아니라능. 스파르타도 그건 안했다!! 화랑이나 스파르탄들이나 조낸 훈련 받고 전쟁을 한 거지)


여기서 우선 이야기 할 것은 먼저 석가모니가 생존하던 시기부터 불교 교단이 속세와 불교 교단의 구분을 하고 있던 것입니다. 처음 교단이 만들어질 때, 직접 수행을 통해 빨리 해탈의 경지에 도달할 남녀 승려층을 구성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비구와 비구니지요. 물론 수행에 들어서는 게 이른바 속성 코스지만, 어차피 기나긴 윤회를 상정하는 만큼, 직접적인 수행을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좀 더 천천히 정진하는 일반 세속 신자들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설정합니다. 거기도 남녀 이름이 각각 정해졌는데 뭐였더라.. 웅.. 하여간 다른 종교가 신자들을 보는 관점과는 사뭇 다른 이야깁니다. 이른바 급행열차와 완행열차, 속도는 다르지만 철도 공사의 입장에서는 둘 다 손님인 거지요. 원광이 세속에선 지키지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근자감 넘치는 개드립이 아니라 실제 불교계에서 수도자와 일반승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까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이죠.


또 하나 원광이 따로 계율을 내려준 것은 불교 승려의 입장에서도 속세의 사정을 융통성 있게 받아들인다는 것이죠. 일찍이 원광은 우리를 괴롭히는 고구려를 떼찌떼찌해주세요라고 수나라에 병사를 청하는 외교문서를 씁니다. 승려니까 살생과는 담을 쌓아야 하지만, 나도 임금님 밥 먹고 살고, 보호받는 입장이니까 외면할 수 없다는 식으로 요청을 수락합니다. 세계 종교가 된 종교들이 융성기에는 이런 융통성을 보이며 많은 신자들을 모을 수 있었지요. 더욱이 불교는 초창기부터 정복전쟁을 옹호한 전력이 있습니다.(눼, 석가모니는 자신의 나라가 멸망하고 일족들이 몰살당하는 것을 직접 보게 되지요.. 요건 성낙주의 소설 차크라바르틴을 강추!)


그래서 귀산과 추항에게 주어진 계율이 오늘 우리가 말하는 세속오계입니다.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고, 부모를 효로 모시고, 내 동료에게 언제나 한결같은 믿음을 가져라. 이는 꼭 불교가 아니라도 어느 사회에서나 요구하던 것들입니다. 중국적 관념의 효와 충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내 공동체와 그 리더에 대한 복종이 요구되고 부모에 대한 공경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이 일하고 전장에서 같이 어께를 맞대고 집단과 가족을 지키는 동료는 충과 효 이상으로 오래된 인류 집단에서 소중히 여기던 가치입니다. 


그리고 전장에 나서면 물러서지 마라. 고대의 전사는 동과 서, 남과 북, 어디서든 후퇴란 없다라는 명제를 목숨과 같이 지켰지요. 고대의 전사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것은 등 뒤에 상처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전쟁의 양상이 복잡다기하고 규모도 커지면서 전략적 후퇴니 권토중래니 하는 말이 생겼지. 좀 더 원초적인 세계에서는 차라리 죽었으면 죽는 거지 비겁자라는 말은 들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이는 나 하나의 개인적인 수치가 아니라 우리 집안, 또는 우리 공동체의 명예가 걸린 일입니다. 만약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그 사람이 죽고난 수백년 후에도 그들의 집안, 또는 작은 공동체는 멸시를 받을 것이니까요. 


야, 저 놈의 할애비는 큰 산에서 혼자 목숨아 나 살려라 도망갔다더라. 그래 저 놈 할애비의 발은 천둥보다도 빨랐다더라. 저 집안은, 저 마을 사람들은 모두 겁쟁이 피가 흐르고 있지.. 등등. 아마 젊은 전사들이 모여서 하는 말이니만큼 음담패설까지 섞인, 좀 더 과격한 성적 모욕까지 들어야 했을 것입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에 의해 8만의 병력인가가 싸그리 쓸려버린 그 칸나에 전투(BCE.216)에서 그나마 로마인들이 가질 수 있었던 유일한 위안이 등 뒤에 상처가 나 있는 로마인은 없었다더라 였다고 하지요. 구대륙과는 다른 전쟁관을 가진 신대륙의 사회에서, 부모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전쟁에서 사로잡혀 적에게 희생양으로 바쳐질 때 의연하게 죽을 수 있도록 교육했다지요. 앞으로도, 또 이 글의 마지막까지 이어질 내용의 핵심은 바로 임전무퇴가 될 것입니다.


고대, 원시시대로 올라갈수록 공동체의 중요한 원리는 공동체의 윤리입니다. 집단에 대한 결속감/충성심, 내 부모, 내 가족에 대한 헌신, 내 평생 동료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그리고 이 세 가지가 결합되어 빛을 발하는 것이 전장에서의 용기. 원광이 세속오계를 내놓았을 때 두 사람이 네 가지는 이미 지키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때까지도 신라 사회의 깊은 심층에는 여전히 원초적인 질서가 뿌리 깊게 박혀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신라의 중고기는 단순히 정복을 열심히 한 시대에 머물지 않습니다. 고구려나 백제보다도 더 단단한 원초적 질서에 새로운 사유와 아이디어들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던 시대였습니다. 외국에 가서 새로운 사상을 배워온 당시 최고의 석학이 고작 산골마을 애들도 다 아는 것을 던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물으러 간 귀산과 추항은 그냥 응가를 밟은 얼굴로 시간낭비했다는 짜증을 섞어 ‘아, 눼~에~’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세속오계는 정말 원초적인 질서를 새로운 이념과 잘 버무려 내놓은, 그리고 두 명의 젊은이, 앞으로 그러한 길을 걷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앞세대의 선물이었습니다. 젊으니까 아픈 게 당연하다, 천 번은 아파야 한다는 개 뭣같은 자기계발서같은 역겨운 꼰대질과는 질이 다른 것입니다. 


앞서 네 개의 계율에는 원초적 질서에, 당시 신라에 스며들고 있던 중국의 유교관념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궁금해 한 마지막 살생유택은 승려 원광이 시대와 세상에 대해서 결코 타협할 수 없었던 부분이겠지요. 불자로서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고 하고 싶었겠지만 시대는 그것을 허락하지 않겠지요. 그렇다면 (적대적인 생명을) 죽여야 하는 시대와 살아있는 모든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은 어디서 손을 잡아야할까요? 그 어려운 고민의 결과가 살생유택이라는 규칙이 되었고, 두 사람에게 말하는 원광의 답변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살아있는 것을 가급적이면 해치지 말자. 단, 내가 살아야 하고, 내 공동체를 지켜야하는 분명한 이유가 서있다면 불가피하다. 가축도 우리에게 유용한 것이니 칼을 휘두르지 말고(요건 마빈 해리스의 식인과 제왕을 읽어보세요!), 고기가 한 점도 안나오는 것은 정말 재미밖에 남는 게 없다.

 

자기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꼰대질하기는 참으로 쉽습니다. 그건 근처 초등학교만 가도 쉽게 볼 수 있어요. 하다못해 초3 애들도 그런 말은 할 줄 압니다. 그런데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쉽게 따를 수 있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주며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런데 규칙은 먼저 세운 놈이 지켜야 남도 따라갑니다. 전국시대 진秦의 상승세를 연 상앙의 법가정치도 처음 법을 반포한 날, 믿음을 주었기에 사람들이 믿을 수 있었습니다. 귀산과 추항이란 청춘들은 어떤 태도로 이 선물에 응답했을까요? 그건 다음 주에.. .(정말? 얘가 이게 가능할까요?)


말꼬리 ------------------------------

1. 

어디서 찾아보니 불가의 열 가지 규율은 다음과 같다네요.

모든 생명을 살려주라.

부지런히 힘쓰라.

바르고 맑은 행동을 하라

바른 말을 하라.

참다운 말을 하라.

사랑스런 말을 하라.

실다운 말을 하라.

모두에게 골고루 베풀어라

모두를 자비심으로 대하라.

슬기롭게 생각하라.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세속오계만큼이나 이해하기 쉽습니다...만 어쩌면 원광법사의 속내는 규칙은 명확하애 하고, 조항수가 적은 게 낫다는 데 있겠지요. 네, 간결함은 아름답죠.(니 글은 아름답지 않구나.. 엉엉엉)

2.

그렇게 아프면 청춘이고 나발이고 죽어요. 이 ㅆㅂ, 정말 안아파보니 그런 주디를 놀려대는 거지. 19년 전 먹은 분유 분말이 위 속에서 물구나무를 서네.. 아놔 ㅆ! 안해본 게 없다던 전과 14범이나 이거나.. . 웩!

3.

원드라이브에 글은 올려놓고(한글에서 쓰다가 여기로 옮겨 올립니다) 정작 그림 화일은 바탕화면에.. 역시 짐순이는 뇌가 청순해요.


뭘해도 짐순이가 귀여우면 그만이지.. 흠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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