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도시와 국가의 경계.. 본문
문명의 개념, 도시와 국가의 관계
영어권에서 문명(civilziation)은 도시에 대응되는 개념이다. 도시는 대내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종교, 군사 등의 여러 측면에서 중심지 기능을 하며, 내부적 공간에 각각과 관련된 시설과 인구를 갖춘 공간을 일컫는다.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권력자가 거주하거나 권력기구가 구비된 궁정건축물, 경제적 측면에서는 근린 주변지역이나 원거리에서 유입된 물자가 저장되고, 유통되는 시장기반 그리고 종교적 측면에서는 도시 자체는 물론 주변의 인구집단이 모여 종교적인 제의를 수행하는 시설 등이 갖추어져야 한다. 군사적으로 내부의 질서나 통제를 담당하고 대외적인 방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방어시설과 전사집단체제가 갖추어져야 한다. 또한 식량생산 이외에 수공업 제품이 생산되는 공장시설이 갖추어지고, 식량비생산집단이 거주하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종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구가 집중되어 있으므로, 그들의 일상생활과 전업활동을 지원할 도로체계나 기타기반 시설도 구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도시적 체제의 상당 부분은 국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권력과 지위, 그리고 경제적 재부가 공유되거나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는 사회로서, 계층화 현상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이러한 초기단계의 도시와 국가에 대한 증거는 문자기록으로는 충분하게 확인되지 않으므로, 고고학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 그 고고학적 증거는 고도의 정교한 공예품, 수공업 공방시설, 신전과 궁정 등의 공공건물과 기념건축물 등이 있다. 초기국가 단계와 그 직전의 사회적 계층화 현상은 거주공간의 규모나 시설을 통해서 접근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덤의 구조와 부장유물을 통해서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 이청규, 「동아시아에서의 문명의 기원과 국가의 형성」, "동아시아의 역사"Ⅰ, 동북아역사재단, 2011, 130~131쪽.
도시와 국가의 탄생 부분에 대해 개념정리를 하던 중에 발견한 겁니다. 동아시아의 역사 책을 보면서도 율령제와 불교 부분을 보다보니 앞 부분은 잘 안봤는데, 딱 필요한 개념정리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고대국가가 어떤 모델을 가지고 성장하였는가에 대해서 흔히들, 신진화론이 청동기, 초기철기 시대, 철기시대를 설명한다고 보고, 삼국이 성장하는 과정에 대해선 성읍국가-연맹왕국론, 부체제론으로 크게 갈리죠. 지난세기 후반에 한국고대사 연구가 막 뿌리를 내린 단계에서 신진화론을 들여온 건 이론적 토대에 입각한 학문을 만드는데 큰 공을 세웠습니다. 어찌되었거나 학문은 결국 현상을 논리구조를 축적하여 설명하고 이론으로 정리하는 것이거든요. 그게 맞느냐 틀리느냐 논쟁도 벌어졌지만 그게 결국은 학문을 살찌우는데 기여했지요. 그러나 메소포타미아와 마야나 잉카 같은 중남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탓에 환경적 요인이 많이 다른 동아시아에는 약간 무작정 적용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특히 중남미는 동아시아와 매우 다른 여건이라 특수성이 보편성을 교란하는 결과를 내놓지요.
중국이나 일본, 한반도의 역사가들도 나름의 이론들을 구성합니다. 일찌감치 학문의 이설이 사라진 부카니스탄을 제외하더라도요. 특히 한국에서는 원사료에 기초한 도시와 국가의 성장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단점은 위에 든 저런 보편적인 기준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겁니다. 고고학적으로도 규명이 만만치 않죠. 물론 지난세기 후반까지 고총고분에서 금관찾기 하던 수준을 벗어나 문화적 특징과 집단과 집단과의 교류같은 문제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많이 좋아졌지만 소국단계의 정치체를 소국이라 부르던, 부라 부르던, 성읍국가라 부르던 그 정치체의 실물적인 증거로 확실하게 이거다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그나마 삼국시대 이른 시기는 풍납토성 같은 거대 성곽, 후기는 각 지역의 군소 세력가의 분묘와 왕경의 도시유적의 연결고리 등 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초창기 계급이 나뉘어지고 조직이 복잡함을 가지게 될 즈음의 고고학적 증거로 이론을 뒷받침하기엔 많이 모자랍니다.
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타임머신 타고 과거로 가서 인류학자처럼 조사를 하는 건데 태양계도 고정된 지점에 묶여있는 게 아니라 2억년을 단위로 은하계 중심을 돌고 있으니(또 우리 은하계가 국무 은하군에서 어떤 움지임을 갖는지 모르므로) 과거의 시공간적 좌표를 찍기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그거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기 전엔 규명은 어려운 거 아니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한줄 쓰는데 하루, 아니 일주일이 걸리는 요즘 가끔 막 싸지르는 인간들 보면 때론 부럽기도 합니다.
꽤나 그럴싸한 태양계의 은하계 공전모습. 그런데 저길 가봤어야 알지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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