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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이런저런 세파 이야기..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이런저런 세파 이야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6. 11. 5. 00:21
※ 표면적으로는 애니얘기지만 또 그것만은 아니라 여기에 적게 됨을 미리 밝힌다.


이번 분기 신작들도 나쁘지 않다. 다만 보는 편수가 대폭 줄었다. 의욕과 시간이 없음에 따라 어중간한 작품은 통과! 또 유달리 취향을 거스르는 놈도 많고, 이런저런 기준이 좀 더 빡빡해진 거지만.. . 대유년은 아니어도 유년(풍년)은 되는 지라 최고의 작품을 고르라면 좀 애매한데 며칠 전까지는 "작열의 탁구소녀"였다가 지금은 "배를 엮다"로 넘어간 상태다.

꽤나 지루한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 그보다 더 지독한 사전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교토대에서 옹정제의 문서를 수십년간 역주하는 와중에 누가 그랬던가 문서는 너무 많고 진도도 안나가 지루하다고. 그때 또 다른 누군가 "이것이 학문이다"라고 했다한다. 정말 수십년에 걸쳐 그걸 완주한 것은 물론이고.

점점 한 개인의 평생작업, 일군의 집단이 끝까지 완주하기엔 어려운 시절이 되어간다. 유혹도 많지만 세상은 그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골방에 파묻혀 평생을 허비하는 일은 사회경제적으로 죄악이 되는 것이다. 학문도 그래프로 계량화되는 시기에 어디서나 종사자의 질이 떨어졌단 말이 들려온다. 처음에 고고학 쪽에서 유물을 실측할 사람이 없다더만 금새 트레이싱하던 사람도 사라졌다.(또 다른 이유들과 융합으로 이젠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이 대신한다만 그쪽도 또 문제는 있더라) 이젠 문헌사에서 그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고.. .

언젠가 북한의 학문 기반이 붕괴했음을 한탄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젠 우리도 그 길을 밟아간다. 여긴 그나마 돈문제라고 한숨만 쉬었는데 이제보니 북쪽의 신정국가나 여기나 물질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사람의 설 곳을 없애버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뭔가 평생을 건 사람들의 생태계가 무너져 간다.

그런 한가할 수 없는 시대에 한가하게 평생을 바쳐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노라니 정말 2차원의 세계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다.(정확히는 스케치북과 카페알파에 이어 3번째, 아! 아이돌마스터도 넣어야 하나..)

윤봉길이 국내에서 농부들을 상대로 야학을 할 적에 지었다는 "농민 독본"이란 책에 이런 대목이 있다. 10여년 전엔 서대문 농협중앙회 건물 1층 로비에 새겨져있던 글귀인데 아직 있을란지는 모르겠다.

농민은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나라로 변하여
하루 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고쳐써본 문장을 사골우리듯 끄집어내본다.

인문학도는 인류의 생명진리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돌연히 무지와 오만의 바람이 불어
하루 아침에 인문학이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못할 생명진리의 열쇠는
지구상 어느 나라의 인문학도가 잡고있을 것입니다.

처음 이걸 썼을 때보다 사태는 더 악화되었다. 이젠 재판정에서도 학자의 말은 이해되지 못한 채 누군가(아 그 개色姬)를 위한 조문으로 계량된다. 전기웅 선생의 박사논문이 처음 출판되던 시기에 그 시대의 문인들이 거칠어진 파도 앞에서 어떤 길을 걸었는가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다. 이제야 그들의 서로 엇갈렸던 항로가 슬프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니 너무 늦었는가.

애니판 키 비주얼 같다만.. 덧붙여 성우들도 죄다 역전의 용사들로만 캐스팅. 그나마 히카사 요코가 막내.




"배를 엮다"는 전통(?)의 노이타미나 레이블을 달고 나왔다. 원작 소설은 아직 정발.. 아니 예전에 정발 되었다. 영화로는 "행복한 사전"이란 이름으로 수년 전에 개봉했다. 영화도 보았고, 애니도 보고 있으니 이젠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 서점에 가면 사봐야 겠네. 간만에 소설이다.


어째 요즘은 책을 오프에서 사면서 그림만 그래24 신세를 지는 것 같다.(언젠 안그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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