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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화천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본문

역사이야기/학계&전시소식

화천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22. 3. 29. 23:26

이 박물관이 개장한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그곳을 갈 수단이 마땅치 않았고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 오늘에야 다녀왔습니다. 삭주에서 4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그리 가볍게 갈 곳은 아닙니다. 광활하게 펼쳐진 6~8차선 고속도로가 있는 곳도 아니고 구불구불한 산길에 반절은 왕복 2차선을 달려야 했으니까요.

화천박물관의 전경을 찍지는 못했습니다. 앞에서는 주차장을 찾아야 했고, 나오며 찍자고 마음 먹었지만 또 나오느라 한참 지나니 아차 싶더군요. 제법 큰 3층 건물의 공간인데 코로나 덕분인지 다른 관람객도 없었군요. 심지어는 직원들도 못본듯.

1층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조선시대 양반들의 방을 복원한 것이 반깁니다. 이런 걸 어디서 봤더라? 왕경의 종로에 이런 전시공간이 있지요. 유리바닥 아래 실제 유적(그러니까 과거인들은 우리보단 좀 더 낮은 곳에서 산 겁니다. 흙은 계속 쌓이니까요)이 있는데, 나름 여기서 보니 신선했습니다. 1층은 이것과 기증유물을 전시하는 작은 공간. 본방은 2층에서 펼쳐집니다.

삭주에서 화천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거례리, 그리고 위라리, 용원리 등에서 선사시대 유적이 나옵니다. 그것에서 나온 유물들을 보여주는데, 신기한 것은 벽에 붙은 진열장은 출토 위치가 없고, 따로 독립된 전시장만 출토지 표시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벽에 진열된 것이 뭔지는 문외한은 알 수 없습니다. 뭐, 발굴보고서를 가져와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게 어디서 나온 건지 확인할 수도 없고(보고서는 도판/면이 들어가기에 무거운 종이를 씁니다) 이건 불편했네요.

원천리에서 나온 토기
위라리에서 출토된 토기

사실 주 방문 목적은 한국전 부분에 있었습니다. 언젠가 여기 처음 패널을 만들 때 원고를 쓴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떻게 나왔는지 확인하지 못했었거든요. 6사단이 사창리에서 탈탈 털려 장도영이 유엔군 총사령관에게 한소리 듣는 지경까지 갔다가 절치부심해서 파로호에서 설욕했다고 드라마를 적어 보냈더니 시안만드는 디자이너가 사창리 부분만 넣어 올려서 높으신 으른들이 분개했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뭐, 그 부분만 봤다면 빡쳤을 것은 동감합니다. 문제는 짐순이의 목가죽이 잠시 얇아졌었다는 거지) 그런데 그 직후 어떻게 나왔는지를 확인하지 못하여, 또 다시 바뀐 것인지 처음에 아주 대폭 건조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실한 건 원고의 결과는 확인할 수 없었다 정도? 그런데 원고를 쓰며 전체적인 디자인도 잡아주었는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니, 이게 다시 만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많지도 않은 유물이지만 그래도 맘에 들었던 부분은 남북이 서로를 향해 날린 뻐꾸기 아니 삐라였습니다. 화천의 현대사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유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건물은 큽니다. 최근 삭주의 도청소재지 이전 문제로 말이 나오는데, 어떤 이들은 많지도 않은 유물 전시공간이 왜이리 큰거냐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대선 기간에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싸운 것처럼(사실 그게 뭔지 몰라서 광주에 설마 대형 마트가 없겠냐고 알아들었습니다. 변방민이 그렇지) 지방의 사회, 문화분야의 인프라는 왕경을 비롯한 소경들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합니다. 1층의 단촐한 전시공간도 관리인원 공간과 함께, 교육공간으로도 활용해야 했고, 3층도 교육공간입니다. 그러니까 화천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행사를 할만한 공간으로도 활용해야한다는 것이겠지요. 왕경이었다면 불필요한 낭비 맞습니다만 세상에 대처만 잇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을 꼽자면 어차피 중/근세 부분은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현대도 삐라와 패널 몇개로 하기 보다는 아예 현대에 비중을 둔 자료수집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어디 체육사를 쓰면서 발견한 건데, 과거 역사를 규명하기엔 조금 부족한 양이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발견해 보존해야할 자료들이 많거든요. 지금도 어디 해묵은 종이상자에 묻혀있다가 이사를 간다던가 돌아가시면 그냥 짐을 덜기 위해 태워지거나 폐지로 버려지는 것이 많을 겁니다. 

경험상, 그런 자료라면 그래도 한 층을 채울 정도는 될 것 같은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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