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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오늘은 기쁘게도 오래전에 나왔음에도 절판되지 않은 책이 주인공입니다.일본승려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는한중일 교류사 연구에 잇어서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힙니다.838년부터 847년까지의 긴 여정에서 보고들은 이야기는공식적인 역사서에 남지 않은 뒷이야기들이 살아있지요.한국에서는 그가 당을 다녀올 때 활동하던 장보고에 대한 기록이 있어서이 책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마침 두 권의 번역서도 나왔지요..(이 시대 전공자이신 김문경 선생의 번역서는 지금 구하기 힘들껍니다..아아 이거 사뒀어야 했는데 T_T)그렇지만 어느 고전이든 나름의 진입장벽이란 것이 있어이 책의 길고도 어려운 내용을 소화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그렇다고 머리에 총이라도 겨누고 닥치고 읽으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1990년에 죽은 서구권..
2010년에 오사카성 앞에서 발길을 돌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 유적인 난파궁을 보기 위해 발길을 돌렸을 때길에서 마주친 극우시위대입니다.워낙 멈춰있는 것, 고정된 것만 찍고 다니느라움직이는 것을 잘 찍지 못해서 이 사진 하나만 건졌습니다.저들의 구호를 찍은 것이 없다는 게 쵸큼 아쉬운 거군요. 불량한 조선인을 몰아내자.일본말을 모르는 짐순이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자주 간 건 아니지만 극우시위를 마주친 건 이거, 딱 한 번 뿐이었지요.뭐 더듬더듬 지도 펴놓고 물어보면 우리말로 대답해주거나아예 잡아끌고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사람이 많았지만요.그래선지 저 시위를 보면서도 신기한 걸 봤네..하는 느낌? 어제 오늘 들려오는 뉴스를 보니 생각나는 게 이 때의 시위였습니다.요 며칠 통일신라와 일본간의 외..
80년대까지만해도 한일관계사를 바라보는 중심 시각은선진적인 한반도의 고대국가가 후진 일본에 문화를 전달해주었다는 겁니다.아니 일본이 우리보다 몇 수 아래에 있었던 상태라는 게 더 정확하겠군요.뭐, 재야사학에 이르러서는 아예 우리가 그들을 지배했다는,적어도 매우 강한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봅니다.그냥 왕인과 같은 이의 활약이 있었다고 보는 온건한 주장부터아예 식민지를 두고 지배했다는 (북한학자 김석형의) 극단론까지다양한 시각이 횡행했던 시댑니다. 또, 일본은 오래전부터 한반도로부터의 영향력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습니다.적어도 일본인의 국가의식이 성장하는 메이지시대 이후지배의 상태에 놓인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우위에 있었다는 사실은지배의 정당성을 역사에서도 찾으려는 것과 충동했었으니까요.역사적으로 한반도에서 ..
원문威德王 諱昌 聖王之元子也 聖王在位三十二年薨 繼位 해석위덕왕의 휘는 창이고 성왕의 원자다. 성왕이 재위 32년만에 돌아가시자 뒤를 이었다. 위덕왕은 그렇게 잘 알려진 왕은 아닙니다.(뭐 생각해보세요. 자료 찾아보는 걸 그토록 귀찮아하는 짐순이가 메이저한 왕을 다룰리가요. -_-;;) 그의 아버지는 백제를 부흥시켰던 성왕입니다. 한국의 기록에서는 고작 그 정도로 다뤄집니다. 바다를 건너가도 그렇게 많이 알려진 것은 아니죠. 고대한일관계사를 아신다면 쇼토쿠 태자의 초상을 그렸다는 아좌태자를 아실 겁니다. 그는 위덕왕의 아들입니다. 그에 대한 기록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 뭔가 할 이야기거리가 그리 없어 보이지만 일본서기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신라가 한강유역을 점령하자 보복전을 준비..
주말과 연휴가 겹치다 보니 뚜렷하게 한 일이 없습니다.다만 여지 없이 19세 병약여아를 괴롭히던 명절증후군은 무릎으로 전이..(계단 내려가는 게 가장 어려워요!) 내일 일본으로 출발하긴 하는데 이리저리 치이다 보면 뭐 한 줄 남길 여유가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춘천에서 버스로 부산으로 이동, 부산에서 배를 타고 밤새 현해탄을 건너니만큼스맛폰이라도 굴리지 않는 마당에 접속이 과연 쉬울까 싶군요.(뭐 고속도로에서 와이브로가 터진다고 하는데 중앙고속도로가 해당되는지는 확인 안해봐서;;) 이번에도 목표는 여행 다녀오면 여행기는 완결을 하자지만그간 이 블로그를 연 이래 중국, 일본, 다시 중국, 일본, 그리고 경주 두 번을 내리 써봤지만이번에도 여지 없지 싶습니다.고대 그리스 속담에 (이고 있는) 하늘이 바뀐다고 ..
오늘 서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그동안 1시간이라도 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그렇게 오긴 했습니다.(지금 현재 종로는 비가 그쳤군요)온도도 내려갔으니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데 한랭지사양 양산형 폭죽에겐이 날씨도 습도가 높아 지옥이긴 매한가집니다.더 괴로운 건 다들 살만하다고 하니 홀로 겪는 지옥이죠.오늘 오전의 이 날씨를 오사카나 나라, 교토에선 10월 말에 맛볼 수 있습니다.제작년 일본 여행에서 그걸 뼈저리게 절감했는데오늘 소개할 도쇼다이지 가던 날과 오늘의 날씨가 비슷했습니다. 원래 퇴근할 때도 그렇지만 여행할 때도 루트가 계속 바뀝니다. 기분에 따라, 그날 몸 상태나 거리의 인구밀도에 따라.. 그저 장애물을 만나면 방향을 트는 물이라고나 할까.이 날도 오전에 평성경 유적을 돌도 점심 때 ..
2012년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의지'라면개인적으로는 '폐강'이라는 단어이지 싶습니다. 지난주 처음 들어간 모여대 평생교육원 수업이 폐강되었습니다.물론 혼자 하는 건 아니고 3명이 갈라서 하는 수업이라 큰 타격은 아닙니다만연초에 모 대학교 수업 하나 엎어지고(그건 자업자득)회사에서 들어가는 여성인력개발센터 수업 두 개가 엎어지고(요건 회사 전략 문제라)좀 타격이 컸던 게 회사 내에서 하던 강사수업이 재미없다는 의견으로 중도하차한 거..원래 폐강되면 좋아합니다.. 앞으로 편해진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부담도 적고..처음 날라간 수업도 남들은 아깝다고 하는데연초 상황을 생각하면 그 수업을 했으면 17층 사무실에서 뛰어내렸거나쓰러져 병풍 뒤에서 향내 맡았겠지요. 그래서 뒤에서 살짝 좋아하기만 했습니다...
위의 목판은 가가군(이시카와현 가호쿠군 스바타쵸)에서 관할 마을에 내려보낸 명령서입니다.현재 이시카와현은 옛 가가국과 노토국이 합쳐졌는데(레이디 가가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이 목판은 가가국지역에서 발견된 겁니다. 율령제하면 잘짜여진 국가의 통치체제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중앙정치제도라던가 지방행정구역, 군사제도와 같은 행정기구만을 떠올리기 쉽죠.그러나 실상은 황제의 지배를 백성 하나하나 빠짐없이 전달하는 것입니다.관리들만 잔뜩 모아둔다 한들 그것만으로야 비누하렘에 불과하지요.(이조판서, 등짝을 보여주시오. 즈~은하, 승은~이 망극하여이다~~~~.. -_-;;;) 통일신라를 다루는 수업을 할 때마다지금의 북한을 생각하라고 합니다.5호담당제니, 거주와 이동의 제한, 직업이나 생산, 생활전반에 대한 국..
1980년대였나 일본의 학자들이 백두산의 분화가 발해멸망의 배경이라는 설을 발표했습니다.그에 대해 우리 학계에서는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그 당시의 과학상식으로야 황당무개한 이야기로 들렸을 것입니다.그 이후로도 발해의 멸망원인으로 거란의 대두와 위협,그리고 발해 내부의 정치적 내분을 드는 것이 학계의 정설입니다.이 글을 쓰는 저도 국가 멸망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내부 분열이라고 보는 편입니다.실제로도 내부가 안정적인데 순수한 외부 충격으로 쇠망하는 국가의 예는 없습니다.압도적인 서양 무기에 굴복한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정치체로 반론할 수 있겠지만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내정 문제가 얽혀있습니다.하다못해 피사로의 2백명에게 8만 석기시대 병사가 패한 잉카제국도내분상태에 처해있었고, 많은 이들이 피..
"자료가 없다" 한국고대사만 그런 소릴 하는 게 아니다.어느 나라던 고대사 전공자는 저 말을 달고 산다.문자 자료가 넘치는 중국과 로마도, 약간 적당히 있는 우리도,문자가 없이 극소수의 고고자료에 의지해야하는 어떤 나라도고대사 전공자에게 자료가 부족하단 말은 만국 공통어다.아마, 역사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의 모든 언어로저 문구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오죽하면 고대사 전공자는 굉장한 천재거나 바보임에 틀임 없다는 말이 있으랴.(아마 범인은 중세 이후 전공자일 것이다. 위 말도 만국 공통어다) 석사논문을 쓰고나니 구비문학을 전공하는 다른과 선배가'거짓부렁은 내전공인줄 알았더니 니가 진짜 거짓부렁하는구나'란 말을 했다.이건 국문학도들이 고대사전공자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의 찬사라고 생각한다.하긴 맞는 ..
경주를 그렇게 좋아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은 고구려 후기 수도였던 평양성이었고 그게 불가능해서 대신 부여에 애정을 쏟았고 반면에 경주는 그냥 가는 곳.. 이런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서안을 가게 되고 나라를 방문하게 되면서 경주에도 관심이 생겼달까요. (요즘, 선배는 통일신라로 전향해 광명찾으라고 하고, 후배는 전공바꾸셨어요라고 묻습니다) 작년에 총알부족도 있어서 나라에서 열리는 정창원전을 가지 못한 아쉬움과 개인적인 일이 겹쳐 경주를 찾게 되었습니다. 마치 떠나는 날의 감상같은 서문은 집어치우고 다시 포석정으로 돌아갑니다. 포석정은 그저 경애왕이 나라의 위기에도 정줄놓고 술쳐먹으러 가서 놀다가 나라를 말아먹고 자신도 죽은 역사의 무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그게..
쇼토쿠태자(574~622)가 세운 시텐노지(사천왕사四天王寺)는 일본 고대사의 중요한 무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587년 일본에서 불교의 도입을 둘러싸고 모노노베씨와 소가씨가 싸울 적에 불교도입을 주장한 소가씨의 편에선 태자가 사천왕에게 기원을 한 후 창건하였다고 합니다. (언젠가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요) 소가 우마코가 세운 아스카데라(비조사飛鳥寺)와 함께 일본 최초의 사원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사천왕사에선 쇼토쿠 태자를 자랑스럽게 내세우지요. 잠시 쇼토쿠태자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요메이천황(용명)의 아들로 우마야도라고도 불렸습니다. 고모인 스이코천황(추고)이 즉위하자 당대의 실력자 소가 우마코와 연합하여 섭정으로 활동합니다. 603년의 12관계 도입, 604년의 헌법 17개조를 반포했고..
10월 23일로부터 26일까지, 올해도 어김없이 정창원전이 나라박물관에서 열려 거길 다녀왔습니다. 작년엔 셋이 갔지만 올해는 혼자서, 그래서 더 좌충우돌하고 헤메고 다녔지만 재미는 있었네요. 슬슬 그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첫날과 마지막날은 오사카에서 보냈지만 가운데 이틀은 나라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니 고대사와 관련 없는 사진들이 초장부터 나와도 걍 넘어가는 겁니다. ------------------------ 23일 오후 2시 비행기라 간사이공항에 도착한 것은 4시, 수속밟고 공항에서 오사카로 떠나는 난카이선 급행열차를 타고나니 벌써 저녁이 시작됩니다. 작년에는 공항이나 전철 안에서 사진이라도 찍었는데 혼자려니 쑥스럽고 얼른 숙소라 가려 해서 사진기를 꺼낼 여유는 없었습니다. 비행기 도착 때까지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