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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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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잡설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하자..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19. 09:49

고전 농담중에 아들이 밥을 먹다 남기니 그것을 보던 아빠가 '내가 네 나이때는 쌀이 없어서..'라고 했더니

'밥이 없으면 빵사먹던가 피자를 시켜먹지'라고 대답하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이 농담의 세계라면 그냥 웃고 넘어갈 이야기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석하는 데 이런 얘기나 나오면 이것은 한여름의 괴담이 된다.

나이 먹을만큼 먹고,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 이러면 답이 없다.


역사적 맥락을 잘 읽어야 한다는 말은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깊게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신라는 고구려나 백제보다 발전이 매우 늦었다.

그나마 따라잡기 시작한 진흥왕대에도 그 문화적, 기술적 토대가 충분치 않아

가장 중요한 사찰인 황룡사를 짓는데 초기 기술은 고구려의 영향아래 있었다.

그리고 경주의 랜드마크가 된 9층탑도 아시다시피 백제장인 아비지의 지도하에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황남대총같은 데서 보이는 황금 장신구야 아름다웠지만(요건 낙랑을 탈출한 사람들의 기술)

사회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았던 것만은 확실하다.

금석문만 놓고봐도 신라의 금석문은 문장이나 서체, 조각기술에 있어서 많이 떨어진다.

통일 이후가 되어야 정말 찬란한 수준으로 발돋음한 것이다.

그렇다면 신라사람들은 머리가 나빴던 것일까? 지진아라도 되었단 말인가?


지도를 유심히 본다면 경상도 일원을 감싸는 산맥이 보일 것이다.

바로 소백산맥이다.

소백산맥에는 교통로가 그렇게 많지 않다.

(사냥꾼이나 동네사람들이 지날 길이야 많았겠지만 고속도로나 국도급의 교통로가 적단 말이다)

생각나는 것만 북쪽으로 가는 죽령, 조령, 계립령, 서쪽으로 가는 고개 하나(기억이 안난다;;;)
훨씬 남쪽의 진주쯤가야 지나는데 문제가 없다.

바다로야 통할 수 있지만 남해안의 복잡한 물길과 조악한 항해기술을 생각해보면

갈 수야 있겠지만 왜 꼭 그래야 하느냐란 채산성 논란에 부딛칠 것이다.

육로도 그 산맥들이 알프스나 히말라야는 아니지만 꽤나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조선시대 경상도 호적 분석을 해도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질 않는다고 한다.(다시 또!!! 이런 셈이다)

그래서 신라인의 기술접근도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을 생각치 않고 신라인이 늦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바닥에서 그런 말을 하는 연구자는 없다.

그러나 현재의 일을 이야기하는 데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다. 

특히 IT글의 댓글보면

그냥 저집 애는 잘하는데 우리 애는 왜 이럴까란 말을 서슴없이 한다.

차라리 동급생이면 그럴 수도 있는데 이건 중3하고 초6을 비교한다던가

생후 13개월과 18개월의 아기를 비교하고는 할 말 했다고 으쓱거린다.


우리나라는 60년 전에 뭘 했던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올림픽이 열렸다면 메달권, 적어도 6위까진 준다는 상장받을 수준이었을 것이다.

이번달 뉴톤지의 인구특집을 보다보니 세계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이 가장 낮은 나라가 부룬디 192달러라는데,

일본이 4만 3천, 우리가 2만 천. 당시의 우리는 부룬디에 가까운 나라다.

그렇게 IT 관련글에서 다들 비교하는 미국이나 일본은 어땠을까?

미국은 수소폭탄도 만들고, 컴퓨터의 초기형태도 만들고 있었고

제트기나 항공모함은 물론 우주선을 만드는 준비단계에 들어있었다.

한국전쟁 아니었으면 이만큼 안컸다는 일본?
물론 전쟁으로 쑥대밭이 되어있었지만 1920년대 열강의 말석에라도 들었던 나라다.

1930년대 중폭격기도 만들고 꽤나 잘빠진 전투기도 생산했다.

(밀빠들이야 비웃는 제품이지만 그걸 만들 능력이라도 되던 게 몇 나라라고 생각하나)

정규항모에 가장 큰 함선도 건조하고 일부 과학분야에선 꽤나 성과를 내는 정도였다.

한국전쟁은 그런 힘을 가진 놈에게 회생의 기회를 준거지 그냥 부자나라 만든 게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월남전때 선진국 못된 우리는 저급한 국가인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과학기술성장이 너무 가팔라서 이상한거지

이 두나라는 한참이나 앞서있던 나라다.

그걸 이만큼 따라잡은 것이 대단한거지 이정도밖에 안되는냐고 타박할 문제는 아닌 것이다.

컴퓨터도 그렇다.

초딩 언저리부터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한 세대를 꼽자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일 것이다. 

30대 중반 이상은 대학 이후에 만진 이들이 많다.

컴퓨터에 대해 익숙한 세대가 그만큼 젊다는 것인데

반면 미국은 그랬던 세대가 이미 은퇴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여력뿐만 아니라 기술적, 문화적으로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하늘과 땅차이라는 걸 말한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빅데이터의 깊이랄까.

더 분발해라, 이건 단점이다를 넘어, 걔들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냐고 묻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나불나불대는 거에 불과하다.

키보드 앞에서 뭔들 못하나.


앞서 전쟁무기 나와선데 일본과 독일을 압도한 진짜 미국의 힘이 뭐라고 생각하시나.

돈? 공업력? 글쎄 독일과 일본이 미국보다 가난했던 건 사실이었고, 생산력도 월등한 건 맞는데

그 두 나라가 그렇다고 아주 허접은 아니었고..

가장 중요한 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개나소나 차를 몰고,

비행기 면허 소지자가 수만명이었다는 것.

하다못해 사소한 트러블을 운전/조종자의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거

기술에 대한 빅데이터의 축적은 그 당시 어느 나라도 따라잡지 못한 강점이었다.


역사적 맥락이라는 단어를 썼지만 아주 어려운 건 아니다.

잘놋을 한 아이에게 무작정 매를 드는 게 아니라 왜 그랬니라며 물어보는 과정과 같다.

그냥 이미 지나간 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툭 던지기는 쉽다.

때론 허세도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깊이 없는 허세는 공허할 뿐이다.


위의 논조가 대한민국 건국사 만세, 이승만 만만세를 외치는 모집단과 같다고 오해하진 마시기 바란다.

그리고 삼성까는 놈 다 죽어로 오독하지 마라

실생활에서 삼성물건 거의 안쓰고 이씨대통령들에게 이 벅벅 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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