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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김부식 동생, 김부철의 현실적인 대외인식 본문

삼국사기학 개론

김부식 동생, 김부철의 현실적인 대외인식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2. 13:52

금 나라 임금 아골타가 아기(阿只) 등 5명을 시켜 글을 부쳐 보냈는데 "형인 대여진 금국 황제는 아우 고려 국왕에게 글을 보낸다. 우리 조고(조상) 때부터 한쪽 지방에 끼어 있으면서, 거란을 대국이라 하고, 고려를 부모의 나라라 하여, 조심스럽게 섬겨 왔는데 거란이 무도하게 우리 강토를 짓밟고, 우리 백성을 노예로 삼으며, 여러 번 명분 없는 군사를 출동하기 때문에 우리가 부득이 항거하였다. 하늘의 도움을 받아 거란을 섬멸하게 되었으니 왕은 우리에게 화친을 허락하고 형제의 의를 맺어 대대로 무궁히 좋은 사이가 되어 주기를 바라면서 좋은 말 한 필을 보낸다."고 써 있었다. 글이 도착하니 대신들이 화친하는 것을 극력 반대하였는데, 어사중승 김부철(金富轍)이 상소하기를, “금 나라 사람들이 대요를 격파하고 새로 사신을 우리에게 보내어 형제의 나라가 되어 대대로 화친하기를 청하였는데, 우리나라 조정에서는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한 나라가 흉노에게, 당 나라가 돌궐에게, 혹은 신(臣)이라 칭하고, 혹은 공주를 시집보내어 화친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였으며, 지금 송 나라도 거란과 서로 백숙(伯叔)ㆍ형제간이 되어 대대로 화친하고 있습니다. 천자의 지존으로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는 처지임에도 먼 오랑캐 나라에게 굽혀서 섬기니, 이것이 이른바 성인이 권도로써 도를 이루고 국가를 보전하는 양책인 것입니다. 옛날 성종조에서 국경 지대 일을 처리하는 데에 실수하여 요 나라의 침입을 재촉하였던 사실은 참으로 거울삼아 경계할 만한 일입니다. 신은 거룩한 조정에서 장구한 계획과 원대한 대책으로 국가를 보전할 것을 생각하여 후회가 없도록 하길 바랍니다." 하였다. 재신과 추신들이 보두 비웃고 배척하여 드디어 회보하지 않았다.


고려사절요 제8권  예종 문효대왕 2(睿宗文孝大王二)

정유 12년(1117), 송 정화 7년ㆍ요 천경 7년ㆍ금 천보(天輔) 원년


김부식이 사대주의자라는 욕을 먹는 이유 중 하나가 금과의 외교노선이었는데요.

이자겸과 김부식이 유일하게 의견을 같이한 것이지요.

뭐, 이자겸이야 자기 권력이 중요했고

김부식이나 저 이야기에 나오는 동생 김부철은 좀 더 현실적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자겸도 좀 현실적이긴 합니다. 다만 권력 지분이 더 큰거지)

언젠가 그들의 대외관 얘기를 할 때 자세히 다루지요.

물론 이들의 생각을 애민 어쩌구하면 똥먹는데 밥얘기하는 겁니다.


사실 여진 등장 이후 고려는 정말 살기 싫을 만큼 최악의 대외환경에 놓이는데

그야말로 거란가니 여진, 숨돌리니 몽골(악!), 

나중엔 솔로몬이여 내가 돌아왔다고 홍건적과 왜구가 날뜁니다. 

막판엔 명이.. 아놔.

대외적환경에 있어선 최악의 환경입니다. 476년 유지한 것도 기적이다 싶죠.

그 때마다 고려가 보인 외교는 매우 유연하게 잘 대처합니다.

특히 거란과 여진 교체기엔 송이 고려의 조언 무시하고 여진에게 몰빵했다가

나라가 반토막이 나지요.


도중에 묘청같은 돌연변이가 나오긴 하지만

적어도 조선 후기 같은 어이상실한 외교는 없습니다.

우리가 절대 갑이 아니라면 선택권이 별로 없습니다.

그야말로 칼 날을 잡는 놈이 갑놀이 못하죠.

뭐,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도 멋지지만

살기 위해선 주위 상황도 잘봐야 합니다.

당하고 싸운 신라는 멋지고 부마국이 된 고려는 찌질하고.. 이게 아닙니다.

말로야 뭔 말을 못해요. 다들 술자리선 영웅이지만 치과가면 다르잖아요.

인생은 실전인 걸요. 실전!

한 놈이 저런 소릴할 때 죽는 건 백성들입니다.

조괄이 뻥카치고 장평에서 죽는 건 49만 조나라 남자들이었지요.

(뭐 조괄이야 외교는 아니지만 지휘자 1명의 과오가 저렇단 말입니다)


물론 고려도 욱하는 성격은 있는데 하여튼 결론은 기민하게 냅니다.

김부철이 저 말하니 이뭐병, 여병추..라는 반응이 나오고 저 순간은 무시하지만

결국 금과 잘 지내며 전쟁만은 피합니다.

고려의 귀족지배층들은

어차피 사치하고 세금과다하게 걷었지만 저 외교만으로도 저 당시엔 선행을 쌓은거지요.


근대 국민국가 성립 이후 자주와 독립의 개념이 너무 이념적이지 않는가 좀 우려스럽습니다.

중국과 같은 블랙홀 옆에서 최소 2천년을 버틴 생명력인데

앞으로도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조지 프리드먼이 넥스트 디케이드 한국어판 서문에서

우리에게도 마키아벨리적인 대통령이 필요하단 말을 했는데

마키아벨리라면 권모술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만 떠올리는 현재로선 암울합니다.

그러고도 또 환향녀에게 화냥년이라며 돌던지는 짓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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