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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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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학계&전시소식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29. 12:46

아주 오래전에 국문학을 부전공으로 한 적이 있습니다.

아예 졸업후 2년을 더 다니며 학위를 따는 복수전공제도 하려고 했는데

(요즘처럼 4년 안에 두개를 따는 게 아니라 6년을 다녀야 했죠)

그래도 솔잎을 먹겠다고 바로 역사 몰빵을 하긴 했는데

이때 주로 들은 게 고전문학과 구비문학이었습니다.


가장 재미있었던 게 국문과의 구비문학조사에 따라간 것이었는데

정선의 산골에서 눈보라에 헤메며 다닌 게 아직도 기억납니다.

하루는 경로당에 갔는데 보통 이럴 때는 술을 대접하며 슬슬 졸라댑니다.

녹취를 하는 조가 있고 술상무 노릇을 하며 어르신들의 가락을 뽑아내는 조가 따로 있는데

이 날은 그 어르신들이 알아서 방출하시니 '유치원에 간 사나이'처럼 버거울 정도였죠.

그러다 상여소리도 하나 뽑아 달라고 하니

마당에 나가서 해야한다고 해서 거시서 부르시는데

좀전까지 애기들 같던 분들이 갑자기 엄숙해지시더니

정말 소눈망을에 눈물 고이듯 글썽글썽하시는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나중에 상여소리 녹취분을 풀어쓰는 일을 맡았는데

그 노래만 들으면 온 몸의 힘이 쭉 빠졌지만(오죽하면 정력 감퇴제라고 불렀을까요)

그 날 이후로 정선의 상여소리는 각별한 것이 되었습니다.



http://www.urisori.co.kr


라디오를 열심히 들으신 분들이라면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란 이름은 익숙하실 겁니다.

현재도 마봉춘 라디오에서 방송이 끝나고 다른 방송으로 넘어갈 때쯤 틀어주는 

민요코너입니다.

이게 다른 국악프로처럼 한시간짜리, 잘 안듣는 시간에 편성했으면 그냥 묻혔을 겁니다만

아주 짧게 잘라서 많이 듣는 시간에 내보낸 것은 기가 막힌 선택이었습니다.

위의 홈페이지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에서 소개된 수많은 민요들 중 대표작만 골라 소개한 곳입니다.

민요듣기 항목을 통해 각 지역별 민요를 들을 수도 있고,

노동이나 의례, 유흥이나 신세한탄 등 장르에 따라 골라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한참 전에는 wma화일로 다운받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들을 수만 있습니다.

(강원도 민요는 다운 받아놨지만 최상일 피디님이 이런 면에 까다롭다고 들어서

혼자만 듣는 중입니다)


강원도의 민요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바로 들을 수 있게 링크를 걸어봅니다.

정말 상여집가서 녹음한 정선상여소리는 이 홈피에서 지원 안해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시디를 빌려 음원을 만들어 듣지요.


http://www.urisori.co.kr:8080/dokuwiki-home/doku.php?id=cd1213

- 양양 시집살이 노래


http://www.urisori.co.kr:8080/dokuwiki-home/doku.php?id=cd0804

- 철원 상여소리


http://www.urisori.co.kr:8080/dokuwiki-home/doku.php?id=cd0616

- 고성 어랑타령


한때 유행한 소모는 소리요?

그딴 거 이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쨉도 안됩니다.

특히나 양양 시집살이 노래를 부르신 할머니 같으면

'아놔, 이 할마씨, 소싯적에 여럿 녹이셨겠네'란 말이 나올 정도로 목소리가 色하십니다.

(정말 타임머신 타고 가서 처녀적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로요)


여기서는 생략된 철원 상여소리 가사를 풀버전으로 올려봅니다.

알송에 이 노래 가사가 실려있다는 게 놀랍지만 아쉽게도 잘려있더군요.

(지금 확인해보니 원본은 5분이 넘는데 이 홈피에선 이제 3분으로 잘랐군요)


철원 상여소리


허허 허호 오호넘차 허호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어제오늘 성튼 몸이 우는소리가 웬 말인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초록겉은 우리 인생 아차하는 이 순간에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이 세상을 하직허고 북망산이 웬말인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가구 가도 한이 읎는 한적 없는 그 길일세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옛노인의 말 들으니 장생불사는1) 없답디다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초록겉은 우리 인생 장생불사를 어찌허리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이 세상에 오실 적에 빈손 들구서 오셔서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알뜰살뜰 모은 재물 먹구가나 쓰구가나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담배 주려 모은 재물 어디다가 버리구 가나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이왕지사 가는 길에 선심이나 허구 갈까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배 고픈 사람 밥을 주어 아사구제나2) 허구 가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옷 읎는 사람 옷을 주어 구란공덕3) 허구 가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목 마른 사람 물을 주어 금수공덕4) 허구 가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깊은 물에 다리를 놓아 월천공덕5) 허구 가지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높은 산에 법당 지어 염불공덕 허구 가세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인제 가시면 원제 오시나 오시는 날이나 알려주오

   어허 허호 오호넘차 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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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長生不死.  

2)餓死救濟. 굶어서 죽을 것을 구제해 줌.  

3)救難功德. 어려움을 구해 준 공덕. 

4)給水功德. 목마른 이 에게 물을 준 공덕.  

5)越川功德. 깊은 물을 건너 준 공덕.


점심밥 먹으며 듣는 상여소리도 참 새롭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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