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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전을 보고 왔습니다.. 본문

역사이야기/학계&전시소식

터키문명전 ; 이스탄불의 황제들전을 보고 왔습니다..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5. 9. 17:49


람세스가 지가 이겼다고 뻥쳤지만 이 점토판으로 뽀록낫죠. -_-;;; 여기에 실린 사진의 출처는 홈페이지, 저작권은 국박과 터키의 소장처에 있습니다.



1. 오늘 가서 봤다

오늘 오전 중에 회사 강사들 답사가 있어 덩달아 다녀왔습니다.

다들 직접 강의를 하셔야 하는지라

기존에 정시에 시작하는 안내강의와는 별도로 도슨트 강의를 받는데

이게 회사 강사들 교육인데 일반관람객분들께서 정시안내인줄 아시

모여드시는 바람에 좀 북적댔습니다.

그렇다고 우리 전용강의니 가세요..라고 할 수는 없지요.

어차피 돈내고 오는 거 혼자 올 껄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요즘 박물관 무섭다.

요 몇 년 사이 국립박물관들이 미쳤습니다.

요즘말로 항상 약빠는 것 같습니다.


왕년의 박물관은 그저 보물전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관람객의 이해, 동선 따윈 개나 줘..가 아니라

당시의 문화적 수준이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의 박물관 전시는 박물관 학예사의 눈이 아니라

관람객의 시선을 더 신경쓰기 시작합니다.

전시주제도 수장고의 아무거나 꺼내와 특별전시라고 하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하고 무엇을 보여줘야 할 지를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솔직히 좀 무서울 정도입니다)

좀 오래된 고고학 전공자들이야 이 변화에 시쿤둥하겠지만

세상 모두가 '이중구연구순각목점토대토기' 이런 말을 이해하는 건 아닙니다.

드디어 박물관이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하나를 고민하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3. 박물관 도록이 달라졌어요!

요 몇 년 사이 국립박물관들이 미쳤습니다.(2)

요즘말로 항상 약빠는 것 같습니다.(2)


도록도 사진 크게 박고 이름 적고, 가로세로너비 3사이즈 표기하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은 출판편집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줍니다.

전시를 보고 나와 도록들이나 살까하고 이것저것 들춰보는데

경주박물관에서 했던 사천왕사전 도록을 보고 기겁하는 줄 알았습니다.

20년전부터 이거 찍어주는 출판사가 어디어디 뻔했는데 이건 안그라픽스가 만들었더군요.(헉!)

게다가 해외전시의 경우 저작권문제도 있는데 요즘 도록 가격도 적절합니다.

10년 전에 했던 낙랑전 도록이 초판 4만원이었는데 재판 때는 7만원을 부르더만요.

적어도 황남대총전 전시부터 도록은 정말 3권 사야할 정도로  일취월장하였습니다.

소장용, 감상용, 포교용.


4. 해외유물을 볼 수 있기까지

해외 유물전시의 경우 절차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우선 기관과 기관 사이에 협정도 내놓아야 합니다.

우리가 터키 유물로 하고 싶다면 우리도 그만큼 빌려주는 게 이 바닥 매넙니다만

그동안 우리는 아무리 사정사정을 해도 좋은 소릴 못들은 국가에 속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소위 말하는 '국격'이 높아진 것인지

그쪽의 약간 까다로운 조건 잘 들어주는 대신(우리 유물전시는 이렇게 해달라.. 등등)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아이스크림 가게 가서 고르듯 할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물론 그쪽을 너무 황당하게 할 요구는 안하죠)


예전에 모 프로젝트 때 약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한 거지만

일본은 까탈스럽기로 소문났는데(우리나라 공무원은 맹물이라면 거긴 T.O.P입니다)

지난번 일본불교미술 전시회 가보고 기겁을 했습니다.

정말 잘도 긁어 왔구나...

뭐, 그 일을 하는 분들 이야기 들어보면 노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작년에 울산에 시립박물관이 세워졌는데 거기 단독으로 대영박물관 전시가 열리더군요.


5. 터키전에 대한 이야기

터키전과는 약간 먼 이야기가 길었습니다.

이 전시 얘기로 갑니다.

터키에 대해 우리가 아는 정보는 극히 제한적입니다.

역대 해외유물 전시 중에서 기념품판매점에 널린 책이 가장 적었는데

그나마 반이 터키와는 약간 거리가 먼 그리스, 로마책도 있습니다.

(현재 터키와 그리스 관계를 알고 보면 이 상황도 나름 개급니다)

터키에 관한 책 중에서 독일학자가 쓴 히타이트 책만 안보이던

그래도 뻘쭘할 정도로 터키를 중심으로 다룬 책은 극소수입니다.

(물론 한국에서 나오는 대다수의 터키 자료가 한국전 당시 터키군 참전 자룝니다)


이 전시가 한-터 수교 55주년을 기념하는 정치적 의미도 있겠지만

중국과 서유럽에 치우쳐진 세계사 인식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도

이 전시는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브리태니커 사전(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의 터키사 항목 정도는 읽고 가시길 권합니다.

그냥 보면 재미 없고, 썰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몇 가지만 읽고 봐도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올만한 전시였습니다.


6. 깔 껀 까자

회사 강사분들 중에 한 분이 터키 다녀오시곤 얼마전 이 전시를 보고

거기서 본 거보다 실망이라고 하셨다는데

수백만원 들고 가서 보는 것과 만 2천원으로 보는 것의 양적 차이야 당연하죠.

(아니, 거기 박물관들도 속된말로 장사는 해야죠)

양이 적은 거야 어쩌면 당연할 것인데


몇가지 아쉬운점을 들자면 이따금 전시설명 들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교육이 아주 정확하진 않다..

전시장에서 설명하시는 분들을 박물관에서 교육을 시키는데

용어나 해설이 정확하지 않은 게 종종 눈에 띕니다.

(뭐, 전공자다 보니 좀 까탈스럽습니다)


아무래도 터키에 대한 인식, 아예 지리적 감각마저 익숙한 게아니기에

전시 초입 배경부터 패널 설명까지 일반관람객들이 쉬이 접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작년의 둔황전 정도만 해줘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말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역사 전공자는 아닙니다.

(아니 그 대다수의 역사전공자도 자기 주제만 잘 압니다)

요건 한 소리 해도 될 문젭니다.


약간 기겁한 게 어느 유물에선가 간략한 안내에 성인 알라, 무함마드, 알리..라는 대목이었습니다.

알라는 신GOD을 말하고, 무함마드야 창시자,

알리는 수니파와 시아파로 갈라진 그 사건과 관련된 칼리프.

약간 식은 땀이 났습니다.

불교로 치자면 부처와 아난다와 아수라가 같은 등급이라거나

천주교로 치자면 신과 성 베드로와 황사영을 동기동창이라 하는 것과 같죠.

현지 인력, 또는 문화원의 감수가 아쉬웠습니다.

이런 종교적인 내용은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터키가 세속주의 성향이 강해 좀 너그럽다해도요.

(사무실에 돌아와 도록을 뒤져봐도 저 내용이 안나옵니다.

솔직히 전시물에 붙여진 설명이 아니라 제 착각이길 빌고 싶을 정돕니다)


7. 개인적 감상

개인적으로 끌린 것은 카데쉬조약의 점토판이었는데

세계최초의 평화조약, 이거 하나만으로도 비중이 컸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가는 전시물인 것은 아쉽더군요.

뭐, 히타이트만 다룬 전시가 열린다면 광복절 만난 동해물처럼 넘실넘실 하겠지만...

오스만제국 전시물에서는 조금 흥미가 떨어지려다가

칼과 방패(요건 근동, 지중해 세계 방패제작의 마지막 잔영 같더군요)

그리고 머스킷 소총과 수정 국자에서 ㅎㅇㅎㅇ했습니다.

아침에 가는 길에 마침 머스킷 소총을 다룬 다큐를 본 영향일까나요.

이제 전쟁사 때려치고 정치제도 연구자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는데

옛정이 남아있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술레이만 대제의 칼이나 머스킷 소총 사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도슨트가 이 투구에 대해 황당한 이야기를 하길래 놀랐습니다. 아놔.. 이건 무기공학에서 다룰 이야기를 어디 60년대 약을 팔려고...



8. 요약

ㄱ. 가기 전에 터키에 대한 간략한 정보는 알고 가자.

ㄴ. 아이들과 갈 경우 입구 매점에서 천원짜리 체험교재를 사서 활용하면 매우 둏음.

ㄷ. http://www.istanbul2012.co.kr/2012_Istanbul/download/turkey_edu.pdf에서 

      다운받아 프린트 해서 보는 방법도 있음

ㄹ. 자주 오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각설이가 아니다. 꼭 봐라, 두 번 봐라..

ㅁ. 이 블로그는 엄연히 삼국사기읽고 한국고대사 이야기하는데

       가장 흥한 건 터키전 이야기. 방문자가 무려 3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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