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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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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멜빈 크란츠버그의 기술사의 6원칙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5. 15. 00:05




멜빈 크란츠버그의 기술사의 6원칙


1. 기술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중립적이지도 않다

2. 발명는 필요의 어머니다

3. 기술은 크든 작든 다발로 온다, 

4. 비록 기술이 많은 공공 이슈에서 주요한 요소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술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에서는 비기술적인 요소가 우선시된다.

5. 모든 역사는 오늘날의 사회와 상관성이 있지만, 하지만 기술의 역사는 가장 상관성이 크다.

6. 기술은 매우 인간적인 인간의 활동이며, 기술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송성수,『기술의 역사』살림지식총서 356, 살림, 2009, 11쪽에서 인용)


특히 기술관련 이야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Geek이나 Nerd,

아주 알기 쉽게 하자면 오덕, 좀 심각해지면 기술결정론자/만능론자가 되기 십상인데

실은 그렇게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합리적인 진행과정을 가진 기술이라도

그것을 선택하고 움직이는 것은 비합리적인 인간이다.

그러한 면을 이해하지 않으면 '기술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란 말이 

빛과 소금의 말씀이 되어버리는 거고,

'높으신 분들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로 높지도 않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거나

넓게는 곡학아세, 혹세무민하는 데까지 이르게 된다.

(속된 말로 성공한 인생일 수록 악영향의 범위도 정비례한다)


역사연구자의 입장에서 가장 와닿는 부분은 4번이다.

한때 기술과 전쟁의 상관관계에 대해 글을 쓰고 있었는데

여기서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대목이 바로 4번의 항목이었다.

1차대전이 기관총이 활약하는 참호전으로 바뀌고 있었는데

장군들은 후방의 고성에서 우아하게 차나 마시며

자기들이 어린 시절에 배운 나폴레옹 시절의 전쟁의 방식을 고수했다.

그 결과 초등학교 졸업동기 모두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일이 흔해진 것이다.

그리고 영국에서 대규모 용광로를 만든 그 해에

그당시까지만해도 단 하나의 제철소가 유럽 전체랑 맞먹는 생산을 하던

중국에서는 반란분자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용광로들을 파괴했다.

유럽인들보다 50년 전에 마다가스카르까지 갔던 정화의 함대가 어떻게 되었는가도 익히 알려진 것이고


몇 년 전에 후배가 전쟁의 무기랑 정치체계의 상호관계에 대한 석사논문을 쓰고 학회에 발표했다.

심사단계에서 알게 되어서 여러가지를 지적해 줬는데

이미 심사들어가니 너무 늦었다는 말을 하더만

나중에 학회에서 그 석사논문을 발표하는데서 다른 선생님께 그대로 지적당했다.

(그 분 지적의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은 것도 비극이라면 비극)

기술의 발달을 너무 도식적으로 적용하다보니 매우 기계적인 해석이 나왔다.

현실에서 무기체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선택받는지를 안다면 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 논문도 아주 좋은, 엄청나게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데

그 단점만 없었으면 훨씬 더 좋은 논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한 적이 있다.


재미난 것 저 원칙이 전쟁사에서 정치사로 전환한 지금에 와서도

매우 유용한 법칙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디나 그렇듯 사람사는 세상은 비슷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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