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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존 키건, 전쟁의 얼굴(지호, 2005)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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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키건, 전쟁의 얼굴(지호, 2005)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2. 17. 15:56

언제나 그렇듯 그래24님의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서두부터 솔직히 고백해야 겠습니다.

세계전쟁사나 1,2차 세계대전사로 유명한 존 키건의 책 중에서

가장 좋은 책이라고 강추하고 있음에도 이 책을 다 읽지 못했어요 

책상 눈높이 책꽃이에 이 책이 꽃혀 있음에도 중간 이상을 나가지 못했지요.

여기서 말하는 내용을 마음으로 감당하긴 너무 힘듭니다.

(그리고 커터 칼만 봐도 놀라는 가슴, 전쟁사책을 본다는 모순!!!)

그런데도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글을 씁니다.

돈받거나 책을 받고 쓰는 리뷰어들도 최소한 책은 다 읽고 쓸텐데

이게 월요일 오후에 뭘하는 겐가. 고대사책도 아닌데

보일러를 틀어놔도 ㄷㄷ떨리는 춘천집에서

그것은 알기 싫다 8화를 반복해서 들으며 저지르는 개뻘짓.

강원도의 한랭지 사양 양산형 모빌슈츠도 추워요.

(그러니 어찌보면 0080에 나온 RGM-79D가 본 모습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주역은 인간임에도 도구에 혼을 빼앗긴

한국의 군사매니아층들에 대해서 불만이 많은데

(내가 지온군이었음 늬덜, 콜로니나 액시즈 한 방이여)

그런 생각으로 전쟁을, 군사軍事를 공부하겠다는 이들을 보면

솔까말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냥 솔직히, 아주 순화시키고 순화시켜 까놓고 말하면 

'야~이~ 띱때야, 1*, 이게 장난으로 보이니?'입니다.

개나소나 소총을 분해-청소-조립까지 가능한,

농담삼아 서울 명동 한가운데서 자주포 끌어다 놓고

이거 모실 수 있는 부운~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을 들고 나온다는 나라인데도

정작 전쟁 그 자체에 대해서는 누구도 제대로 말하지도 못하죠.

작전도나 무기 제원은 달달달 외워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선 둔감한.

반세기 전에 동족끼리 치열하게 치고박은 나라치고는 의외의 현실도피.


이 책은 유럽 전쟁사에서 중요한 3개의 전투를 다룹니다.

백년전쟁 초반에 벌어진 아쟁쿠르 전투,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져온 워털루 전투,

1차대전의 치열한 살육전 중 하나인 솜전투.


그런데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전쟁사책에서라면 항상 나오는

(몽고메리나 육국사관학교의 전쟁사 책에서 볼 수 있는)

전투의 진행과정에 대한 묘사는 제한적입니다.

여기서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그 전투의 한가운데 떨어진

사람의 눈에 펼쳐진 지옥에 대한 묘사입니다.

과연 거기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고, 사람들의 대응은 어떠했고

또 그것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이야기죠.

우리나라에선 약간 생소한 분야인 전쟁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특히 적에 대한 학살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박수쳐줄만하다)

워털루전투의 정적 속에 방치된 부상자들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왜 나이팅게일이 위대한 사람이어야 하는지

그저 지나가는 서술로 간략히 언급되던 

그 시대 사상비율, 원인을 이해시켜줍니다.


암만 총질하는 오락에서 소령이니 대령이니, 내 총은 뭐니 깝쳐도

결국은 #%번 올빼미로 굴림을 당해야 하는 현실처럼

암만 고매한 자리에서 내려다봐야

보이는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육군사관학교에서 나온 세게전쟁사 부도 들여다 봐야

몽고메리의 전쟁사 책 봐야 정말 내 앞에 펼쳐질 전쟁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어요.


우리는 그냥 가끔 외신에서 나오는 이라크와 아프간에서

미군 병사들이 멀쩡한 민간인들을 죽이거나 학대하는 소식을 듣지요.

변호사들이야 악마도 변호해줄 사람들이라지만

법정에서 그들도 사실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변론을 펴지요.

그냥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요즘 미군은 화이트 트레쉬와 

소수민족들이 가득이라 질이 떨어졌다는 말만하지요.

(좀 더 아는체 하자면 미군의 전투병력 비율도 언급하며.. 솰라솰라)

우리는 무엇이 완전한 군자는 아니었지만 평범했을 사람들이

소인배의 극단으로 달려갔는지 알지는 못합니다.

어쩌면 그래서 람보는 산 속으로 들어가 외로운 전쟁을 한 것이고

스프링펠로우 호크는 호숫가의 집에서 외롭게 연주를 한 거겟죠.


이 책은 진부한 전쟁사 책은 아닙니다.

(뭐, 그의 걸작으로 꼽히는 세계전쟁사같은 책도 

전쟁은 문화가 짱이라는 병맛 논리만 아니었다면 최고의 책입니다)

전쟁을 어떤 생각으로 읽어야하는가에 하나의 길과

실제 알아야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인 The Face of Battle는 전쟁의 얼굴로 번역됩니다.

그러나 face는 직면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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