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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장보고 01 - 어느 동화의 시작 본문

삼국사기를 읽어보자!/신라이야기

장보고 01 - 어느 동화의 시작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0. 2. 18. 04:36

삼국사기 권 44, 열전 4, 장보고,정년전

왜 뜬금없이 동화라고 했는지는 이어지는 글 마지막에 밝히고자 합니다.
친절한 설명은 생략하고 바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원문
張保臯羅紀作弓福ㆍ鄭年年或作連 皆新羅人 但不知鄕邑父祖 皆善鬪戰 年復能沒海底 行五十里不噎 角其勇壯 保臯差不及也 年以兄呼保臯 保臯以齒 年以藝 常齟齬不相下 

- 번역문
장보고(신라본기에는 궁복이라고 적혀있다)와 정년(년은 따로 련으로 적기도 한다)은 모두 신라인이다. 단 향읍과 선조의 일은 알지 못한다. 모두 싸움질을 잘했으며, (정)년은 특히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잘 했는데, 오십리를 가도 숨을 참을 수 있었다. 날래고 장함으로 견주자면 보고는 (정년)다음으로 그에 미치지 못하였다. 연은 보고를 형이라 불렀다. 보고는 나이로, 연은 기예로써 항상 어긋나듯 부딛쳐 서로 아래에 놓이려 하지 않았다.

정말 뜬금없이 장보고(?∼846)입니다. 최근에 새로 들어와 통일신라의 해상무역을 전공하겠다는 후배와 장보고전을 읽고 있었던 게 이유겠지요. 그 친구와 원문을 읽으며 했던 이야기의 약간이나마 여기에 풀어넣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사기를 읽던, 삼국사기를 읽던, 묘지명을 읽던지 항상 맨 앞에 나오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사람의 이름표기에 대한 문제와 그의 호적사항입니다. 액면 그대로 원문만을 놓고 보았을 때, 장보고와 정년은 족보에도 없는 사람입니다. 이들이 스즈미야 하루히에 이끌려 온 우주인이거나 미래인이 아닌 이상 분명히 부모와 고향은 있을 것인데, 아무 기록이 없죠.

을지문덕이나 계백같은 경우에도 인적사항은 하나도 없어 고 김원룡 선생님은 을지문덕이 귀화인이라는 설도 내놓으셨고(그러다 폭탄 몇 방 맞으시기도 하셨죠), 학설에 따라 계백도 왕족이다 신흥귀족이다.. 여러 설들이 있지요. 이들의 경우는 고구려와 백제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기록의 망실이라는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장보고와 정년은 9세기의 사람. 더욱이 이나라 저나라에 씨 대신 이름을 퍼트린 사람이기에 자료가 없어서..란 말은 변명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유는 하나 정말 볼 것이 없어서. 즉 천한 신분이라는 이야기겠지요.

특히 씨성이 전면적으로 사용되지 않던 시대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은 '신라국 서라벌에 사는 서현의 아들 유신'이라 하여 사는 곳과 아버지의 이름을 대고 그의 자식이라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동양의 경우는 아버지 이름은 많이 빠지긴 합니다)

북유럽권의 사람 이름 뒤에 son이 붙기 시작한다거나,
아테네 @#지역구에 사는 아무개의 아들 소크라테스라는 식으로 표기한다거나
삼국초기에 ~부 사람 아무개라 표기하는 것이 그렇지요.
자신의 출신지역이나 성분, 그리고 동명이인으로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아버지의 이름을 병기하는 방법은 성씨의 역할을 대신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내세울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들이 정말 몰라서 안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말하는 역사가는 김부식이 아니라 신라기록의 작성자입니다)
드러낼 수 없는 신분이란 것을 단적으로 나타내주죠,

그런 두 사람은 격투에 능하였는데 
특히나 정년은 물 속에서 50리를 숨 한 번 쉬지 않고 헤엄치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몸의 날램이나 건장함을 비교하자면 그가 장보고보다 더 앞섰다고 합니다.
장보고는 그 재주가 미치지 못하니 나이로 누르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사이가 좋을 수는 없지요.
그 모양이 저어齟齬,  치열이 어긋난 윗니와 아랫니가 맞물리지 않는 것과 같았다고 합니다.
서로 아래로 내려가지 않으려고, 즉 꿀리지 않으려고 항상 발버둥을 치셨다 이 말이죠.

더 할 말은 많은데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위해 여기서 아껴야 합니다.
단 뒤의 내용까지 읽으셔야 하는 여러분은 
이 두사람이 이빨이 어긋나는 것처럼 충돌하고 있었다는 것만은 기억해주셔야 합니다.
(뭐, 다시 아니오시겠다면 권하지는 않겠습니다. -_-;;;)


* 온달은 잠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장보고전에 한해서 해당 시대 설명은 뒤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 너무 늦게 글이 올라가는 것은 사정이 있음으로 변명거리를 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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