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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최초의 고대사 개설, 진단학회 한국사.. 본문

어떤 미소녀의 금서목록

최초의 고대사 개설, 진단학회 한국사..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4. 14. 02:00


오늘 소개할 책은 한국고대사 개설로는 첫 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진단학회 한국사의 고대편입니다.

(뭐, 진단학회 한국사 자체가 전문적인 한국사 개설로서도 최초지요)

1959년에 초판발행이었으니 정말 반세기가 넘은 물건입니다.

(지금 사진 속의 책은 1973년 11판입니다)

물론 최초의 개설이야 손진태를 비롯해서 여러 종류의 한국사책이 해방직후부터 꾸준히 나왔지만

한권짜리 단행본이었던 반면에 여러 권, 

그리고 각 시대의 전문가가 각각 분야를 나누어 서술한 최초의 한국사 개설서지요.

1959년이면 여전히 가난하고

막 미국의 퍼주기 원조가 끝난 참이라 이런 책을 만들 여력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어느 분야가 그렇듯 이 책 역시 미국의 자금원조로 만들어졌지요.

두계 이병도의 역사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역사가의 유향"을 보면 록펠러 재단인가의 자금 원조를 끌어왔다고 합니다.

뭐, 미국의 재단, 또는 주한 미군의 손길이 안닿은 게 없긴하죠.

여담이지만 전국의 오래된 장애아 학교들도

돈대주고, 학교 지어주고 해서 전후 상당기간을 살아남았죠.



앞장은 종이 케이스고 이건 속의 양장을 둘러싼 종이표지입니다.

일러스트의 개념도 없던 시절이라 참 간결하지요.

양 옆은 낙랑고분에서 나온 칠기 사진을 실었습니다.

오래된 한국사 책의 도판을 보면 걸죽한 육계장 색깔이 많은데

볼 때마다 속이 쓰렸거든요.

그런데 우리만 그런가 했더니 일본에서 구한

70년대 정창원 소개 책자를 보니 거기도 그렇더군요.

참 여기나 저기나 약간 예민한 종자들은 속이 쓰렸겠지요.



책을 펼치면 당연히 세로줄 책입니다.

요즘에야 내성이 약해졌지만 어릴 적 집에 굴러다니는 책을 읽다보니

어린 나이치곤 세로 책에 대한 적응은 문제 없었지요.

그런데 약간 작은 판형에 글씨도 큼직하니 읽기 나쁘진 않아요.

이 당시만해도 활자는 작고 촘촘히 박혀있는데

차라리 80년대 일조각 책보다 더 잘 눈에 들어온달까..

(하지만 제일 좋아하던 게 그시절 일조각 책이란 건 함정..)



요즘 책과 달리 자료정리할 때 정말 꼼꼼한 노가다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일제시대 책, 또는 해방 이후 발표된 그 시절 일본학자들 책에서도 느껴지는 건데

정말 요즘같으면 10분이면 짜잔하고 내놓을 것을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데

이런 자료정리는 오히려 요즘 세대가 못해낼 정도로 퇴보했습니다.

(이따금보면 한글 표정리도 못하는 걸..)

요건 통일신라 관직체계 표인데 한번 만들어보려고 하다가

포기했었는데

솔직히 이 표를 다시 만들어도 될 겁니다.



통일신라의 군현정리표.

이건 그리 만들고 싶진 않다능..

하지만 이 표를 계속 만들어서 계승했으면

지금도 하고 있을 작업들이 많이 줄어들텐데..

참, 70년대 나온 국편 한국사의 자료도 안보는 세상이지.. .



그나마 지도쪽은 나날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고,

각 시기별 국경선에 대한 연구도 꾸준하게 나오지요.

그래도 이런 자료를 처음으로 만들어낸 것이 후대의 개화를 위한 거름이 됩니다.



사실 짐순이는 요즘 책보다 옛날 책, 학설에 대한 일종의 페티쉬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친숙한 역사학자들이라면 돌아가신 분들이나

이제는 이름도 잊혀진 분들일 겁니다.

그런데 이 책까지는 거슬러 올라기진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이 책을 구해놓고도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병도와 김재원입니다.

김재원이야 고고학 미술사학계의 초창기 개척자이기도 했지만

국립중앙박물관의 원장으로 잘 알려져있지요.

(그분의 따님인 김영나도 관장을 역임합니다)

이병도는 일제시대 진단학회의 주요 일원이자

이 책이 나오던 1959년에 이미 국내 역사학자들 중에 원로급이었지요.

지금 이미 돌아가시거나 소수만 생존한 해방 후 1세대들에게도 

이때 이미 감히 범접치 못할 위치에 서있었지요.


언젠가 이병도에 대한 이야기를 좀 길게 써보고 싶은데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감정적으로 읽혀질 것이 많은데다

(아마 초장부터 식민사학 추종자 욕먹는다에 500원)

사실 두계 이병도의 학설을 어떻게 소화해낼 수 있을 지 자신이 없어요.

정말 멀리 올라가야 

천관우나 김철준, 이기백같은  해방후 1세대까지가 한계인 것 같구..


하여튼 이 책은 해방 후 10년간 한국사학계가 거둔 성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야죠.

하지만 연구사정리를 소홀히 하는 분위기에서

1세대 글도 안읽혀지는 판에 점점 잊혀진 책이 되지 싶습니다.


말꼬리 ----------------------------------------

1.

일설에는 고대편의 서술을 두고 김상기와 이병도가 줄다리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냥 동양사학자 김상기를 아는 이들에겐 이게 뭐야 싶지만

그 시절이야 깊이가 덜했던 대신 폭은 넓었습니다.

또 고대사연구 초창기에 김상기가 끼친 영향도 크고요.

뭐 그 이야기가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진 안헤요.

2.

순간 한국사시대구분론이 밀렸습니다. 이건 화요일에..

솔직히 가지고 잇는 책 하나하나 리뷰는 써도 10년은 버틸 수..

(누가 읽는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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