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빅히스토리, 서평을 가장한 잡글 본문
한동안 밀고 있던 것 중 거대사(아직 애정을 버린 것은 아닙니다)가 있지요.
이전에도 그러한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그 진화과정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고
또, 그러한 과정이 어떤 환경적인 면에서 비롯되었는가
더 나아가 지구라는 전체의 역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거대사라는 것을 창조하였지만
그러한 시도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닙니다.
지구과학이라는 관점에서 본 지구사도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소개된 일본사 대중서 중에서
빅뱅으로부터 시작하는 역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초기의 거대사는 인류 전체의 역사라는 입장이 매우강했습니다.
보통은 매우 짧게 서술하고 넘어가는 선사시대가 매우 큰 비중이랄까요.
신시아 브라운이 쓴 빅히스토리에 와서 자연과학이 많이 반영된 경향이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특정한 사건이나 일정한 역사적 흐름에서
그 기저에 깔린 근본 원인에 매우 집착하고,
지구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진 짐순이의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변화였습니다.
어찌보면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과도 이어지는 하나의 중요한 흐름이랄까요?
가장 최근에 소개된 크리스천의 책에 와서는
진짜 역사와 과학의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말안해도 출처는 늘.. 그래24나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엑서 검색해보면 자세한 소개가 나오지요.
오늘 소개할 책은 바로 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쓴 책입니다.
최근에 거대사는 강단에서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웹을 통한 강의로도 제공되는데
이 책은 그 강의의 내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을 상대로한 이야기 서술이기 때문에 표현은 평이합니다.
다만 육성원고를 기반으로 한 책의 호흡과
문어체로 쓴 책의 호흡이 다른 탓에
짐순이는 이런 형식의 책을 볼 때마다 좀 엇박자가 나는 기분입니다만
대개는 편안하게 느껴질 문장입니다.
(그렇다! 짐순이는 문어체, 고문체의 Mobile Suits였던 것이다~!)
처음에 인류의 각기 다른 역사를 모두 담는 것으로 사직한
거대사는 이제 더 큰 규모의 역사를 품에 안은 것이랄까요?
사실 이런 형식의 역사는 앞서 말한 것 이외에도
칼 세이건의 (대중적이자 가장 위대한) 대표작인 코스모스가 있습니다.
과학과 역사의 결합을 떠올린 것은 그가 처음이라고 할 수 있고,
지금의 짐순이에게 가장 영향을 준 비역사가 중에 하나입니다.
(또 한 사람을 들자면 제레드 다이아먼드가 있군요)
지금도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역사가보다 더 역사가적인 시각에 놀라요.
지난 세기에 칼 세이건이 자연 과학의 입장에서 코스모스를 제창했다면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역사학의 입장에서 화답한 것이랄까요?
정말 그들이 시공을 뛰어넘어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살아서 글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냇 킹 콜Nat King Cole과 나탈리 콜Natalie Cole이 부르는 Unforgettable을 듣는 기분이랄까.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그러나 나온 지 1년 다 되어가는 책의 리뷰를 빙자한 흐름에 대한 글을 쓰면서
드는 또 하나의 우려는
책의 반이 천문학과 진화생물학으로 가득찬 책을
한국사회는, 한국의 연구자들은 얼마나 수용하고,
또 거기서 또 하나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물론 이러한 방법론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이해하는 머저리는 이리 말해도 그렇게 읽겠지요? -_-;;)
그러나 지나치게 파편화, 너무 안쪽으로 굽어버린 팔만을 가진
현 상황에서는 약간 회의적이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이상한 사람들이 떠드는 인문학이라는 것도
결국은 지구라는 공간위에 남겨놓은 인간의人 무늬文라는 것이라면
그 지구라는 별이 흘러간 발자국도 어찌보면 닮아있는 것은 아닐까요?
거기서 우리가 잠재우던 감각 하나를 다시 깨우는 것은 정말 무의미한 일탈인가.
오늘도 가방 안에 역사책이 아닌 과학책 한 권 넣고 있는
짐순이는 이리 질문해봅니다.
말꼬리 ----------------
1.
저 통섭의 개념은 한국에 오니 입시학원의 광고 아이템으로 전락했습니다.
강남 모 학원의 원장X, 절대 저 개념을 이해못하는 개X이다에 500원.
(작년 가을 이전까진 제일 경멸하는 위인이어서, 통섭 드립치니 더 화가 나더군요)
2.
다음 타석엔 아마 돌궐족이 출연하는 삼국사기 모자이크가 대기하고 있고
(모자이크는 지난주에 쳤는데, 이른바 우천취소로 출장못한..)
그 다음에는 칼 세이건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무슨 베이브 루스 홈런 예고하는 소리하고 있네..)
3.
최근 NGC에서 너무 반가운 프로그램을 하나 방영하더군요.
4.
나온 김에 아부지와 딸내미의 시공을 초월한 듀엣 곡 하나 듣고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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