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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관료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잡설

관료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4. 5. 6. 18:11

글을 쓰면서, 아니 정확히는 웹에 글을 올리면서 세운 갖가지 원칙 중에

그나마 신념에 가깝게 지키는 것으로 남의 글 퍼와서 땜빵하지 말자가 있다.

남의 글을 퍼오는 것을 말하자면

삼국사기 읽기도 사실은 김부식에 대한 펌질이지만

그래도 그건 고전이고, 거기에 짐순이의 해석을 달고

그 내용을 설명하잖아..

수백년전에 죽은 뚱땡이 지성피부의 할배도

새콤달콤한 아해가 쓰는 것이니 굳이 태클 걸지 아니할 것이고

(게다가 나름 빠수니다!!)

물론 몇 번에 걸쳐 남의 글 링크를 걸고 글을 올린 적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항상 거기에 토를 달았다.


오늘 글은 그런 글이 아니다.

정말 링크걸고 약간 인용하고 그렇게 오늘의 포스팅이 이루어진다.

딴지일보의 필진 물뚝심송님의 글이다.

단, 여기서는 현정부에 대한 부분 빼고 관료제에 대한 부분만 이야기하고 싶다.

최근에 읽은 글 중에 관료조직을 이렇게 잘 설명하는 글이 있을까 싶다.

고재 제국의 행정조직은 어떻게 돌아가는 가에 대한 글 중에

와타나베 신이치로의 천공의 옥좌라는 책이 있다.

연구서치고 제목은 그렇게 아름다운데 내용은 정말 어렵다.

혹시라도 그 책을 읽다가 토해보고

그간 나온 율령과 관료제에 대한 박사학위 논문에서

약간 부족함을 느낀 분들이 있다면 같이 공감해도 좋지 않을까?

(아쉽게도 천공의 옥좌처럼 근본적인 흐름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그런데 천공의 옥좌는 너무 어려워!!!!)


...전략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


사고 초반에 예인선을 불러 배의 전복을 막자는 아이디어, 오징어 배 아이디어, 오징어 배보다 더 현실적인 고등어잡이 어선의 수중등 아이디어, 심지어 다이빙 벨 같은 장비들, 해경이 선뜻 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돈이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욕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원봉사라고 해도 실제 경비는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면 다들 현실로 돌아와 냉정해지기 마련이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니다. 돈이 속인다.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이 공무원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대형 사고 발생 시 관료들의 구조 활동은 아예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니다. 최고 결정권자의 결단이 있으면 된다. 만약 대통령이 직접, 이번 사고에 대한 구조작업에 예산이 문제가 된다면 얼마든지 해결해 줄 테니 고가의 민간 장비나 인력이라도 동원할 수 있는 만큼 다 동원하라고 언질을 주게 되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민간 잠수사들이 요구하던 바지선 대량 투입도 가능해진다. 이런 것들 비용은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높다. 관료들이라고 해서,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럼에도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예산 신경 쓰지 말고 돈을 써도 된다는 언질을 주게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랐을 것이다.


3. 어떤 약속,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게요”


잠시 상기해 보시라.


태안에 삼성 선박 기름 유출 사고(2007)가 났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듭 강조했던 말을 기억하실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하소연하는 어민에게)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할게요. “


(비용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말하는 청장에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청장이 모든 비용을 혼자 좌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건 알겠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나중에 비용을 받는 것은 받는 거고, 못 받는 것은 못 받는 것이니, 그것은 재판에 맡길 일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나갈 필요가 없겠지만, 필요한 만큼은 관계없이 다 동원하라는 겁니다. “


최고 권력권자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하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현장 책임자에게 얘기해 주고 있다. 이러면 관료는 움직인다. 돈을 얼마를 쓰던지 현직 대통령이 직접 쓰라고 했는데, 못 쓸 일이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이 잘릴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면 관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신속한 행정 결정, 그래야 움직인다 


태안에 유출된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고, 해안가에 떠내려온 기름을 제거하는 것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되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방제복, 장갑, 흡착포 등은 아낌없이 관청에서 나왔고, 순식간에 기름은 제거되었다. 물론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불가항력이었으니 논외로 하자.


이런 것이다. 관료는 마음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확실하게 권한을 줘야 일하는 게 관료다. 이 점은 비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무원으로 복무하는 것도 힘든 지경인데,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자원과 돈을 동원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 분명히 상급 결정권자, 최고 권력자가 명확한 지시를 해 줘야 한다.


이런 최고 결정권자의 강한 의지는 신속한 행정 결단으로 이어진다.


후략...


세월호와 돈, 그리고 참 나쁜 대통령 by 물뚝심송 (인용문 중 진한 표시는 짐순이의 강조)


수년동안 자신'없게' 추진하던 뭔가에 대해

아주 자세히 다룬 책이 나와버렸다.

물론 세부 각론에 대해서는 반대편이지만

짐순이는 저렇게 꼼꼼하게 접근하지 못한다라며 멘붕에 빠진 적이 있다.

뭐, 지금은 더한 일이 터져 상처에는 더 큰 상처라는 치료행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번 글을 보며 

아.. 짐순이는 저렇게 간결하게 관료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못하는 걸

순순히 인정할 예정이다.


"인정할 수 없군, 내 어림으로 인한 레벨격차라는 것을"


말꼬리 -----------------

이와 관련하여 그것은 알기 싫다 78회b에서 

마스터피스급의 이야기가 나왔다.

8화의 자기계발서, 57`58회의 기본소득편 이상의 걸작이다.

(신인류연대기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거지만 모두에게 먹히는 건 아니라 생각)

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에 대한 경청할만한 분석이 나왔다.

함 들어보시져..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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