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살아남은 삼국사기 본문

삼국사기학 개론

살아남은 삼국사기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25. 2. 19. 13:42

삼국사기 자체를 궁구하는 이는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만, 그 소수조차도 간과하는 게 있다. 지금 삼국사기가 완질로 남아있음이 매우 신기한 상황이란 거다. 그니까 20년대를 기준으로 조선 초, 경상도에서 판각한 3차 판각본의 일부만 남아있는 게 정상이다.

북송 이전 중국정사의 사례들처럼 여러 종의 사서가 최종 본 하나 나오면 다 사라지는 게 보통이다. 후한서도 20여종 가까이 남았지만 현재 범엽의 기전체, 원굉의 편년체 후한기 둘만 남아있다. 진서도 두자리수 넘게 있었지만 당태종 시절에 나온 것 하나만 남았다. 위서도 현존하는 건 위수와 위담(위수의 조카인데 당초에 개정판을 냈다)의 것을 스/깠/다. 구오대사인가 하나는 나중에 여러 책을 뒤져서 인용된 것을 추려 복원한 거다.

누가 태운 것도 아니다. 안팔리니까 창고에 있던 거 물뿌린 다음 페지로 판 게 아니다. 워낙 찍은 부수가 적은데 안찾으니까 한 권씩 사리진 거다. 전쟁에서 불태운 것만 다들 말하는데 그냥 보관하다 날아간 게 수십, 수천배는 많다. 한적의 특성상 그냥 보관만해도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좀 슬고, 습기먹어 썩고, 목조건축 불나면 그냥 순식간에 화르르.

삼국사절요, 그리고 거기에 고려사를 더해서 '소위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찍은' 동국통감이 있는 이상 삼국사기를 또 찍을 일이 없다. 4차간본인 정덕본이야 지방사업이라 하자. 숙종조에 찍은 주자본은 중앙에서 한 거다. 훨씬 더 많은 자료를 덧붙인 국가 공인 동국통감이 있는데 또 삼국사기를 찍어??? 이게 이해되면 일단 당신은 현대인 맞다.

민추의 동국통감 국역 이후 동국통감은 돌아다니지 않는다. 네이버에서 지원하는 게 더 신기한 세상이 되었다. 삼국사기를 교감하는데 있어 최소한 오류가 조금이라도 더 적었을 고려판본을 참조한 동국통감(+삼국사절요)을 참고하는 정도로 쓸 뿐이지만, 사실 일반적인 상황이었으면 우리는 동국통감을 가지고 삼국사기를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삼국사기와 구삼국사, 고기를 연구한 성과들에서 몇가지 초점이 어긋남을 발견하는데, 이것을 떠나 삼국사기가 온전히(몇글자 결락된 거 가지고 징징거림 진짜 맞아도 될 정도) 남앗다는 것에 의문을 가지는 이가 없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