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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김기흥, 천년의 왕국 신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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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천년의 왕국 신라..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6. 10. 22:32

출처는 그래24(http://www.yes24.com)에서..


만약에 역사서적, 그것도 전공 서적에 '캐사기 유닛'이란 말을 붙일 수 있다면 

이 책에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고대사를 전공하는 이들 중에서 글을 쉽고도 재미나게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을 꼽는다면

단연코 김기흥 선생이 들어가야 한다.

물론 그만이 글쟁이는 아니나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힌 글쓰기는 가장 뛰어나다. 

『새롭게 쓴 한국고대사』부터 대중을 위한 역사서는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실,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공부한 것이 아닌 이상 대중들을 위해 글쓰는 게 매우 어렵다.

적어도 글짓기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한국에서라면 그렇다.

다른 사람들이 이 글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감도 서지 않지만

같은 전공자를 위해서라면 아주 간략한 약어같은 단어로도 충분히 뜻을 전할 수 있다.

말하지 않고 전하는 건 초코파이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공지식, 학설사에 대한 기본적 이해, 저자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로도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구나..는 쉽게 잡아낼 수 있다.

그런데 비전공자들을 위한 글쓰기가 되면 한 줄로 쓸 내용이 한 문단이 된다.

때론 한 장을 배정해야할 때가 있다.

상대가 어떻게 이해할까를 고려하다 보면 이런 글쓰기는 고문이 된다.

논문 위주의 글쓰기에 전력하는 풍토상 쉬운 글은 어딘가 수상한 사람들의 차지였다.

(이#일이라던가, 이%일이라던가, 이&일이라던가...)


이 책이 캐사기라고 불려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책의 주제에 있다.

천년의 왕국 신라라는 제목이고, 앞부분은 신라 초기에 대한 부분이지만

몸통은 이른바 중고기라는 시대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 이요원이 고현정과 치열하게 다투는 그 시대 말이다.

신라의 중고기에 해당하는 법흥왕대부터 진평왕까지 이르는 시기가 몸통이다.

이 시대는 연달아 나오는 금석문자료나,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많은 자료로 인해

연구가 가장 활발한 시대이기도 하고 감히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대 연구의 활력을 가져다 준 「단양적성비」,

8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논전을 불러일으킨 울진 봉평 신라비영일 냉수리비,

최근에 발견된 포항 중성리 신라비에 이르기까지 금석문에 대한 논문만으로 

책장을 채울 수 있을 정도다.

(물론 12년전 책이라 중성비 얘기는 나올 수 없다. 개정판을 기대하는 이유다)


천년의 왕국 신라의 무서운 점은 이렇게 얽히고 설킨 베트남 정글같은 이야기를

매우 쉽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전공자들이 자기 얘기를 표현만 다듬은 것이 아니라 눈높이를 맞추어서 풀어낸다는 점이 

되다만 글쟁이, 전공의 말석에게 주는 진정한 공포의 총합일 것이니..

생각이 다른 전공자들이야 김기흥 선생의 해석에 공감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해석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모든 독자가 고대사 전공자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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