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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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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석기는 그냥 돌과 무엇이 다른가?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8. 6. 20:35

도자박물관이라던가 활자박물관같은 특수박물관이 아닌 담에야 

어지간한 박물관은 거의 통시대적으로 전시를 합니다.

그러니까 선사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종합선물세트로 전시를 한다는 거지요.


그래서 가장 처음 대하는 전시물은 석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신석시 시대 이후에 사용한 간석기는 그나마 이해하기 쉽습니다.

제대로 모양을 갖추었으니 지금 사람들이 봐도 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석기같으면 누가 봐도 난감한 적이 많습니다.

선배들과 영월지역의 문화유적을 조사하던 중에

구석기시대 토양이 드러난 지역에 왔습니다.

각자 구석기유물에 대당하는 것을 고르라는 명령이 떨어졌는데

구석기를 본 적이 거의 없는데(뭐, 그냥 지나쳤지 말입니다)

적당히 이거 아닌가 싶은 것들을 골라 가져가면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대홍수에 살아남은 두 남녀가 그러듯

등 뒤로 돌을 던지며 선배들은 '이거 아님'이라며 퇴짜를 놓더라 이거죠.


모 청동기 유적에서 나온 돌화살촉입니다. 직접 그린 거구 표면의 화살표는 갈았던 방향을 표시하는 겁니다.


나중에 박물관에서 석기실측을 하며 열나게 혼나가며 배우게 되었는데,

(보통 처음 시작하면 가장 쉬운 것부터 주는데

이놈의 선배들은 제일 큰 것이나 깝깝한 것만 주더라구요.

토기조각 붙이기 같으면 나만 고려시대 큰 항아리.

토기 실측은 조각조각난 고려시대 청자 -_-;;;)

구석기와 일반 돌의 차이는 의도가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하더군요.


인간의 눈에야 잘 띄진 않지만 자연적인 이유로 깨진 것과

인공적인 힘을 가해 깬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를 가집니다.

이른바 달에 운석이 충돌하였을 때 그 충격흔적이 남는데

인간이 건드린 것일 수록 그 타격흔이 뚜렷하게 남습니다.

깨질 때 돌의 결이랄까 깨진 것도 미묘하게 달라집니다.

그리고 여러번 깨진 것도 인간이 만든 것일 수록 어느 조각부터 먼저 깨졌는지

구분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것이 항상 들어 맞는 건 아닙니다.

영월에서 우리들의 돌조각을 가차없이 날리던 선배도 그럽니다.

이 돌들을 구석기학자 20명에게 보여주면 다 다른 소릴할꺼라고요.

(속으로 '지들도 모르는 걸 내가 어케 알아!!!'라 했지만 입밖으론..)

그리고 이것 잘 샆려보려면 수년간 돌만 바라봐도 모자라고,

게다가 석기고고학의 경우 한학기 수업은 아예 석기만들기 실습입니다.

창고에 수북히 쌓인 돌들을 골라 이것저것 만져보며 돌들의 성질을 이해하고

(초등학교 과학수업에서 이암, 사암, 현무암 만져보기의 업글이랄까요)

제대로 된 석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시험이기도 합니다.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그런 것까지 하며 이해할 필요는 없죠.

전문가란 사람들은 그럴 때 써먹으라고 존재하는 것이구요.


강원도의 모 청동기 유적 출토 석기, 원래는 돌이 깨진 순서까지 파악할 수 있게, 어디를 가격했는지 찾아낼 수 있게 그려야 합니다. 도면 75은 왜 이따위로 그렸냐는 선배랑 거의 싸우기 직전까지 갔던 기억이.;;;


만약 산이나 들에서 석기같기도 한 뭔가를 발견했을 경우 우찌해야 할까요?

그게 석기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별해야할까요?

다만 일반인들 수준에서는 뭔가 도구처럼 생겼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면 충분합니다.

또 구석기인들은 현생인류보다 더 작았으므로

(그나마 네안데르탈인이 우리보다 약간 작지요)

우리 손아귀에 딱 맞지는 않고 조금 더 작을 것입니다.

어쩐지 손에 조금 잘 잡히고 뭔가 도구같다고 생각되면

얼른 가지고 계신 스맛폰이나 카메라로 도구와 그것이 발견된 현장사진을 찍으시고

(가급적 여러각도에서 많이 찍으시면 좋습니다)

가까운 군부대와 국정원, 경찰서가 아닌 대학의 고고학과나 박물관,

또는 국공립박물관에 가지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가급적 현장이 훼손되기 전에 부르는 것이라면 더더욱 고마울 따름이고요.


양양의 신석기 유적은 그 동네에 사는 어느 중학생이 찾아냈습니다.

(그 중딩은 자라서 강원도의 몇 없는 고고학 박사가 됩니다)

전곡리의 구석기 유적은 고고학을 대학에서 공부한 미쿡의 군봐뤼~가 찾아냈고요.

여러분의 노력이 어떤 중대한 발견을 이끌어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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