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신병기의 채용이 바로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4)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신병기의 채용이 바로 전술의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이유..(4)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8. 9. 11:24

4. 미래에 대한 의견차이


또 2차 대전 후 미국에서 벌어진 해군의 존재 논쟁에서도 이러한 것을 엿볼 수 있는데

전쟁이 끝나고 대대적인 군축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항공병기가 포함류보다 더 우수한 전과를 거둔 사실과, 

핵무기를 실은 항공병기가 강력한 힘을 가졌다는 생각에 의해 공군은 독자적인 군으로 승격되고

앞으로 벌어질 전쟁에서는 가장 중요한 전력으로 자리매김을 했다.

그 와중에 해군은 폭격기와 전투기를 운송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는

해군무용론을 상대로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진주만과 타란토, 그리고 미드웨이에서

엄청난 전비를 들인 군함이 훨씬 저렴한 항공기에 의해 무력한 면을 보였기에 

해군은 수세에 몰렸으나 항공기를 운반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입증된 전과와

역시 바다를 제압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인식으로 살아남기는 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미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은 미국의 힘을 전세계에 펼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만약 해군을 유명무실하게 만들뻔 한 정치적 선택이 내려졌다면

미국 대통령은 위기 상황 발생시에 ‘항모전단은?’이라고 물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


또하나의 재미난 일화는 베트남전에서의 실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F-4 팬텀Ⅱ가 처음 개발되던 시점에 미 공군은 미래의 공중전에 대한 오판을 했다.

2차대전이나 한국전과 같은 근접 공중전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는 

기총을 제거하고 오로지 AIM-7 스패로우 공대공미사일로만 팬텀을 무장시킨 것이다.

덕분에 베트남전 초반에는 전투기 자체의 탁월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고전을 거듭했다.

갑자기 치고 들어오는 소련제의 지대공 미사일도 문제였지만 

AIM-7 스패로우 공대공 미사일의 성능이 낮다 못해 10%의 명중률을 자랑(?)했다.

근접전투는 베트남에서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그래서 F-4E부터 기총이 장착되었다.

물론 미공군의 BVR(Beyond Visual Range, 시계외 전투)에 대한 맹신은 쉬이 지워지지 않은 가운데

최근에 있었던 레드플래그 훈련에서 유로파이터가 랩터에게 우위를 점한 사건이 벌어졌다.

몇 년전에 있었던 F-15와 소련제 인도 전투기와의 모의전에서

일부러 깨진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미국 공군이기도 하지만

(독수리로는 앙대열~ 랩터 사주세염.. 이런 식의 뻥카라고 본다. 

한참 어느 노인이 방망이 대신 예산 깎던 시절이라)

적어도 래드플래그 훈련에서는 그런 뻥카는 아닌 것이다.

(물론 두 기체 사이의 무기 개념 자체가 조금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랩터가 공중전용인 건 사실이고)

미국 자체가 나는 안다치고 너만 조진다에 집착이 크긴 한데

정작 공중전은 여전히 근접전투가 더 많다.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2차대전후 근접전투와 시계외 전투에서 

격추 건수가 588 : 24의 차이를 보인다)


또한 1차 대전 후 전차의 미래를 보병지원화기 및 참호전 돌파용으로 한정한

영국과 프랑스의 판단도 중요한 예가 될 것이나

그들이 무지했다고 말하기엔 퓰러의 의견을 경청한 독일 장교단이 더 이상한 것이라

약간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구데리안 만만세를 외치는 것은 어찌보면 결과론일 수도 있다.

(물론 그의 창의력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의견을 반대한 사람들보다 너무 앞선 거다)


-----------


어정쩡한 형태로나마 완결을 집니다. 6년전에 쓰던 글 이제 완성이라니..

원래 있던 블로그에 전쟁과 기술에 대한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통합 차원에서라도 슬슬 여기로 옮겨야겠습니다.

이 글 1편만 쓸 당시에 과학기술사에 대한 책들이 밀려나오던 때라

쓸 동력을 상실했었는데(그 책들이 더 나으니까요)

루트왁의 '전략'을 읽은 것이 다시 쓰는데 도움을 주었네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