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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M-79의 삼국사기 이야기

전쟁과 과학 : 공성전의 기술 본문

역사이야기/역사와 과학기술

전쟁과 과학 : 공성전의 기술

짐순 폰 데그레챠프 2012. 10. 2. 13:38


어린 것이 그림도 개판이라 욕하지 말자!!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갈리아전기를 가지고 하던 수업 중에

즉석에서 그려 설명한 아바리쿰의 공성전입니다.

(초딩시절부터 그림 그려 교실 뒤에 걸려본 적이 없으니 양해바랍니다.

스케치북이나 아트레게, 페인터같은 툴을 써도 기량이 딸림은 메울 수 없습니다)

몇가지 다른 점이 있지만 아주 오래전 동양이나 서양의 공성전은 대략 비슷합니다.

그 세세한 일이야 넘어가고 갈리아 정복시절의 모습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는 수 밖에 없군요.


손자병법에 의하면 성을 공격하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긴 합니다.

지키는 적보다 몇 배나 많은 아군이 필요하며 많은 자원을 소모케 합니다.

장료가 합비성에서 소수의 병력으로 손권의 진공을 제지한다던가

수양제와 당태종의 침입이 요동성과 안시성에서 묶여버리게 된 것,

일본의 구노스기 마사시게가 수천의 적으로 30만 대군을 물리친 예가 있지요.

요충지, 특히 교통로 상의 필수 확보지역에 성이 있을 경우

전략적 기동이라던가 다양한 전술을 펼 여유도 없이 

적에게 대응시간을 제공하고 우리의 전략이 적의 의도에 제한되어 버리게 됩니다.

유럽의 30년전쟁에서도 성벽을 가진 도시의 공격은 오히려 공격측에게 고통을 주기도 했죠.

대포가 등장하기 전까지 성은 방어의 중요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일본 전국시대의 다이묘 다케다 신겐처럼

"성은 필요없다. 사람이 곧 성이다. 적은 국경에서 막는다"는 이도 있었지만

그건 오히려 현대에서나 통용될 것입니다.

전략에서나 성을 공격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습니다.

성안에 적의 전력이 충실하고, 그 성이 지역의 중요 거점일 경우

점령하지 않으면 지역 점령의 목표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또, 그 성이 목표지점으로 가는 길의 한 가운데 있거나 우회할 곳이 없을 경우

전진도 불가능하고, 또 설령 우회하더라도 보급로와 퇴로가 끊길 위험이 있습니다.

미치고 팔짝 뛰시겠다고요?(또는 환장하겠다는 버전도 가능합니다)

다 그래서 성을 쌓는 거라니까요.

아마 공격자의 비명이 들릴 수록 수비측의 의도는 성공한 겁니다.

또 반드시 사수해야하는 성도 존재하지만

마치 5분만 버텨야 한다는 최전방의 군인들처럼

후방에서 병력을 투입할 시간을 벌어준다거나

적의 공격력을 그야말로 깎아내면 되는 성도 존재합니다.

그건 누군가 머리에 꽃을 꽂은 채로 "그때그때 달라요"라 말해줄 겁니다.



이미 먹을 욕은 다 먹어 119세까지 살아갈 겁니다. -_-;;


이제 저 그림을 이야기하지요. 이번엔 기호를 붙여 하나하나 살펴봅시다.


㉠은 당연히 성을 지키는 방어자입니다.

㉡은 공격자의 옵션 중 하나인 공성탑입니다. 

멀리서 이것을 조립한 후 성벽까지 다가가 성벽 위의 수비자들을 공격합니다.

수나라의 병장기 중에도 이와 유사한 것들이 존재하는데

이것은 군사적으로 성곽을 가졌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회의 공통점이라고 해두죠.

이것이 서양고대의 지중해사회에 나타났을 때의 충격은 

마치 1차 세계대전 때 탱크의 출현 이상의 충격을 던져주긴 했습니다. 

만약 삼국지 10을 하신 분이라면 정란을 떠올려도 될 것입니다.

㉢은 이 공성탑에서 성안을 향해 투사하는 애정어린 종합선물세트입니다.

화살은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 투창을 더지기도 하고 통나무를 던지기도 합니다.

역청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애용된 것인데 주로 방수도료로 사용되지만

불을 붙이면 아주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어지간해서는 잘 꺼지지도 않고 냄새도 아주 향긋하지요.

㉣은 안시성전투에서 보는 것같은 토산입니다. 

연인원 수십만명분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은 무식한 짓으로 보여지지만

그 당시의 지휘관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수단입니다.

성벽의 높이가 가지는 이점을 가장 확실하게 무력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다만 죽어나가는 것은 아랫것들이죠.

아바리쿰에선 우직하게 토산을 쌓고 

그 양 옆으로는 수비측으로부터의 방해를 막아주는 시설도 갖춥니다.

토산을 쌓았다면 올라가야죠 

㉤은 일명 귀갑진이라 해서 방패로 양 옆과 머리 위를 감싸고 성벽으로 돌진하는 방법입니다. 

㉥은 아예 성벽 꼭대기까지 안전하게 전진할 수 있게 만든 구조물입니다.

위의 귀갑진과 이것은 로마군이 사용한 것으로 동아시아에서는 쓰지 않았습니다.

다만 유사한 것으로 일종의 사다리차인 운제에 돌입병사를 태우는 공간이 있기는 합니다.

㉦은 충차라고 해서 동아시아에서는 주로 성벽을 파쇄하는 도구로 쓰입니다.

여기서는 구조적으로 덜 단단한 성벽을 붕괘시킵니다.

대개의 충차는 연필처럼 깎은 통나무를 힘으로 밀어부치는 형태인데

아바리쿰에서는 끝에 철로 된 촉을 씌우고 충차 천정에 줄로 매달아

마치 타종할 때처럼 성벽을 가격합니다.(당연히 뎅~소리는 나오지 않아요)

㉧은 성벽의 밑단을 인력으로 붕고시키는 작업을 그린 것인데 성벽에서의 공격을 막기 위해

건물을 지어 성벽에 붙이고 공격을 합니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러진 않는데 하룻밤을 지어도 숙영지를 건설하는 로마군이라

이런 것까지 만듭니다.

㉨은 성벽을 둘러싸는 해자입니다. 

성벽 아래로 접근하지 않도록 구덩이를 파서 물을 채우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이미 해자는 메워지지만 수비측으로도 그만큼 공격이 지체되므로 아주 손해는 아니죠.

(이를테면 그 사이 공격자의 군량이 소모되거나 외부 구원군이 당도하거나..


로마군의 과학기술의 사용은 유명합니다.

다만 시오노 나나미같은 분들의 칭송을 받는 군사과학의 운용은 

이미 아시리아에서 선을 보인 겁니다.(즉 이것도 로마 독창은 아니란 거죠)

군사도로의 건설도 그들이 먼저 한 것이고

교과서에서 아시리아의 멸망을 가혹한 통치에 대한 반발로도 보지만

전체 국가 수익의 많은 부분이 군사비로 지출되어서 그렇다는 설도 있을 정돕니다.

중국도 그에 못지 않은 군사과학기술을 보여주지요.


예산이 부족하고 전봇대와 전선을 가리기 위해 밤에 촬영하는 사극을 떠올리며

그 당시의 공성전을 상상하시면 곤란합니다.

지금처럼 그때도 가장 최신예 기술이 투입됩니다.

언제나 그렇듯 적보다 스마트 하지 않으면 이기기는 커녕 살아남는 것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말꼬리 :

고속도로에서 쓰고 부산항에서 올리는 중에 물어보니 숙소가 난바역에서 쵸큼 멀답니다

아~ '덴덴타운이여 내가 돌아왔다' 대사를 날려야 하는데..

19세는 약간 우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훌쩍! T_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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